
김재영이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서우재를 통해 얻은 건 배우로서의 자신감이었다. 그는 종영 소감을 말할 때마다 자신감에 대해 언급했는데, '너를 닮은 사람'에 들어가기 직전 슬럼프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지 겁이 나고 우울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출연 논의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나한테 가능성이 있나?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건가?"라는 고민을 계속 했다. 그렇지만 심리 상태가 서우재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깊은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드라마였는데, 불안과 고민이 많은 시기에 제안을 받아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너를 닮은 사람'을 마친 배우 김재영. 사진=김태윤 기자서우재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있어 장발이 큰 역할을 했다. 예술적인 면모가 겉모습으로도 드러나야 하는 역할이기에 감독이 장발을 제안했고, 머리를 기르자 지금까지 보여준 김재영과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가 구축됐다. 촬영이 끝난 건 오래됐지만 김재영은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드라마 초반에는 붙인 머리였어요. 감독님께서 갑자기 머리 기른 모습을 보고 싶은데 붙일 수 있겠냐고 하셔서 8시간 걸려서 붙이고 갔어요. 이 모습이 더 우재 같다는 반응이 나왔죠.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볼수록 익숙해지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지금은 머리 긴 게 더 낫다고 하니까 자르면 안 되나? 싶기도 하고요. 다음 작품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은 자르지 않고 있어요." 대선배 고현정과 상승세를 탄 신현빈. 인정 받는 배우들 사이에서 불안함은 다시금 피어올랐다.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고현정 선배님께서 '우재가 살아야 이 드라마가 산다'고 해주셨고, 선배님들 모두가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님들이 오히려 저의 눈치를 보신 건 아닐까 싶다. 제 마음이 편해야 연기가 잘 나온다고 생각하셔서 일부러 농담도 많이 하신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너를 닮은 사람'을 마친 배우 김재영. 사진=김태윤 기자경력 차이가 어마어마한 고현정과 파트너로 만났다. "'시크릿 부티크' 때는 김선아 누나와 했는데, 그때도 부담이 있었다"는 김재영은 "고현정 선배님이 희주를 한다고 들었을 때 '어떡하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촬영 전에 만났을 때 선배님께서 정말 반갑게 맞아주셨고 연기할 때도 편하게 해주셨다. 저에게 다 맞춰주셨던 것 같다"며 언제나 배려 속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배의 에너지에 놀란 순간도 있었다. 김재영은 "감정신을 찍을 때 에너지가 엄청나시더라. 에너지가 세다보니 리액션이 자동으로 나왔다. 충격을 받아서 선배님께 너무 대단하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다들 저 잘 되게 해주시려고 한 것 같다. 불안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해주셨다"며 그저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너를 닮은 사람' 애청자들은 희주와 우재의 케미에 열광했다. "감독님께서도 촬영하면서 둘이 예쁘게 나온다고 해주셨고, 케미 적인 부분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우재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걱정했다"는 김재영은 "불륜이 있는 인물이라서 공감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고 했다. '너를 닮은 사람'을 마친 배우 김재영. 사진=김태윤 기자불륜, 집착 등의 키워드가 있는 인물임에도 인생연기라고 하는 등 김재영의 서우재 연기를 향해호평이 꽤나 많았다. 김재영은 "우재가 죽어서 불쌍하다는 감정을 느끼신게 아닐까"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죽지 않았으면 우재는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현성(최원영)이 너무 멋있기도 했다. 점점 우재와 현성의 격차가 벌어졌는데 죽어서 이해를 시킨 것 같다. 죽음이 한 몫 했구나"라고 했다.
"저의 연기를 보면서 아직도 불만이 많고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여기에서 왜 이렇게 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전보다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초심으로 돌아갔고, 집중하고 몰입했다는 점이에요. 절실함 때문에 조금 더 성장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시청자 반응이 좋은 걸 보면 너무 기분이 좋죠. 아 나도 잘 할 수 있겠구나 싶고." 슬럼프와 절실함은 김재영을 성장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적재적소에 만난 '너를 닮은 사람'은 김재영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일을 하면서 가장 바닥을 쳤던 것 같아요. 그때 '너를 닮은 사람'이 저에게 다시 가능성을 심어주고 에너지를 줬어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 같아요. 초심으로 돌아가고, 배우라는 직업이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 '너를 닮은 사람'을 마친 배우 김재영. 사진=김태윤 기자작품이 대박이 나고 언제 배우로서 성공할지 조급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연기로 인정 받으면 모든 걸 인정 받는 거다. 그런 부분에 있어 생각이 바뀌었다"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서른이 됐을 때도 엄청 조급했었다. 지금은 묵묵하게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하면 뼈가 되고 살이 돼서 돌아오는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힘들었던 부분을 꽤 많이 극복한 요즘, 자신의 성장을 체감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연기자로서 길게 할 수 있고, 점점 성장하면 좋은 것들이 많이 쌓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탄력 받아 앞으로 나아갈 날들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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