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기 위해 잡은 운전대가 범죄로 이어지고,범죄에서 벗어나고자혹은 누군가를 지키고자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이는카체이싱 액션의 고유한 스토리라인이다.
'특송'은 익숙함을따르는 대신, 아는 맛이 맛있다는 말을 되새기게 만든다. 맛 좋은스토리 위에시선을빼앗는 액션을양념하고,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박소담을 얹어 완성한다. 영화 '특송' 스틸컷. 사진=NEW영화는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 분)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로 위험에 처한 어린 아이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다. 부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부산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두 곳에서 펼쳐지는 카체이싱은 박소담의 액션과 여성 액션을 넘어 한국형 카체이싱 액션의 새로운 길을 뚫는다.
특히 부산의 지형적 특성을 이용한 카체이싱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부산에서 운전을 잘하면 어디서든 잘 한다'는 말을 그대로 가져온산복 도로추격 장면이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과 차가 지나갈 수 없는좁은 골목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뚫어버리는 박소담의 대담함은 짜릿한 기분을 선사하는 동시에 한국형 카체이싱 액션이 가져가야 할 로컬적방향성을 제시한다. 영화 '특송' 스틸컷. 사진=NEW그 모든 중심에는 박소담이 있다. 시종일관 무심한 표정으로 핸들을 잡는 박소담은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안셀 엘고트와 겹쳐 보인다.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얼굴이 폭발적으로 변했을 때비로소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얇은 실을 엮은것 같았던 박소담의 섬세한 연기는뭉텅으로 썰린 투박함으로 표현된다. 송새벽, 허동원, 오륭 등의 배우들이 펼치는 악랄한 연기에 눌린 기색을 엿볼 수 없는 것도 이러한 연기 변신 덕분이다.
그동안 박소담이 수많은 작품을 통해 드라마에 강한 배우라는 인식을 심었다면'특송'에서는한국 여성 액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하는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 '특송' 스틸컷. 사진=NEW'특송'의 또 다른 주인공은 염혜란이다. 베테랑 국정원이지만 '초보 운전'을붙인엉성한주차 실력의 그는박소담과 대비되는 인물로 그려진다. 동시에 그간 액션 영화에서 남성 배우가 주로 맡아왔던 매력적인 감초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가 등장해 대사를 뱉을 때면 관객은교통체증을 겪는 사건의 흐름에서 '고속도로 졸음쉼터'를 만난듯폭소를 터뜨리고답답함을 해소한다.
그렇다고 '특송'이 염혜란에게 영웅의 키를 내어주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엑셀로 시작해 엑셀로 끝나는 것처럼 반환점이 찾아올 때마다키를 쥔 영웅은 박소담임을잊지 않게 만든다. 박소담의, 박소담에 의한, 박소담을 위한 장면이일직선상에 담기는 것이다.
다만 과도하게 친절한 장면 구성은아쉬움으로남는다. 복선을 클로즈업 등으로 한 눈에 들어오게그려내카메라 앵글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전개방지턱의 잦은등장에는의문이 든다.
누군가는 '특송'을 킬링타임용 영화라 명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사회에서 현대인은 점점 여가시간을 '죽이게' 보내는방법을 잊어가고 있지 않은가.그러니 이토록 매력적인 킬링타임이라면 환영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오는12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