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준에게는 서늘함과 해맑음이 공존하는 이미지가 있다.
'구경이'의 감독은 넷플릭스 '킹덤' 속 김혜준에게 이같은 부분을 눈여겨봤고, '구경이'의 K라는 역할로 캐스팅했다.

해맑은 살인마 K는 평소의 김혜준에게서 쾌활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던 인물이다.
김혜준은 "과장스럽고 오버스럽고 어딘가 핀트가 나간 부분이 있다.
제가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이니까 보는 사람들이 저의 연기를 불편하게 느끼지는 않을까 고민을 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감독님, 작가님이 K는 원래 연극적이고 과장스럽고 어딘가 삐그덕하는게 맞으니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셨다"고 말했다.

"저한테는 없는 텐션이었어요. 저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과장스럽게 해야되기 때문에 확신이 없었어요. '이게 맞나?' 불안하고 의심이 들 때 감독님께서 잡아주셨고, 주변에서도 잘 한다고 해주니까 믿고 갔죠."

김혜준이 K를 연기하면서 한 가지 중점을 둔 부분은 살인의 이유를 만들려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K가 실종된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나도 궁금했다.
그런데 그 일주일을 설명해주면 K가 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같았다.
동정심을 유발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감독님이 K의 과거를 그리지 않은 것 같아서 저도 일부러 궁금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앞서 자신의 연기를 두고 엇갈리는반응이 나오는 경험을 겪었다.
그 시간을 거쳐 지금에서는 자신이 연기한 배역을 향한호평도 많이 듣고 있다.
"다행이었다"는 김혜준은 "나의 연기가 누군가를 설득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고민을 했는데, 첫방송 후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서 안심을 했다.
K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설레고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고 이야기했다.

김혜준이 '구경이'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배우 이영애가 있기 때문이었다.
대본이 재미있고, 캐릭터도 매력적이었지만 K는 김혜준에게 어려운 인물로 느껴졌다.
그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살면서 언제 이영애 선배님과 연기를 해보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더라도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 '대장금'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신기했고, 저희 엄마·아빠도 신기해 하셨어요. 제가 조금 늦게 '구경이'에 합류했어요. 빠른 시간 안에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겠다 싶어서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선배님께 먼저 연락을 드렸더니 집에 와서 밥 먹자고 초대를 해주셨죠. 편하게 밥도 먹고 작품 이야기를 나눴어요. '너가 가진 해맑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너가 생각하는 K가 맞을 거야. 나만 잘 하면 돼'라면서 저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해 주셨어요."

곁에서 함께 연기해 본 결과, 대중이 이영애에게 가지는 선입견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김혜준은 "털털하고 소박하고 귀여우시다.
저희끼리 대화하고 있으면 '무슨 얘기 해?'라면서 말도 걸어주시고, 간식도 많이 주셨다.
내가 자취를 해서 과일을 잘 못 먹으니까 과일도 챙겨주셨다"며 "구경이로서 어떻게든 더 부스스해 보이려고 하셨다.
스태프들이 머리를 정리하면 선배님은 '안 돼'라면서 더 부스스하게 하셨다.
역시 대배우는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상한 드라마"라는 설명이 붙은 드라마였다.
감독과 배우들은 다소 이상해 보일지라도 그로 인한 분명히있음을 강조했다.
김혜준은 "그 이상한 데에서 오는 중독성, 묘함, 궁금증이 커서 재미있었다.
연출도 독특하고 캐릭터들도 이상한데 매력이 있다"며 "자기 작품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의 연기를 떠나서 '구경이'가 너무 재미있어서 만족하고 있다"고 작품을 향한 넘치는 애정을 전했다.

2015년 데뷔 이후 한 작품씩 거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해 왔다.
"모든 작품에서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애쓴다"는 김혜준은 "작품의 결과가 어떻게 된다 하더라도 성장할 부분은 항상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제 인생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구경이'로 성장 포인트를 또 한 번 획득한 김혜준은 액션, 로맨틱 코미디 등 더 많은 장르를 경험하고자 한다.
"제 나이 또래에 맞는 풋풋한 청춘물도 해보고 싶다.
어두운 톤의 작품을 해서 그런지 뽀얀 필터가 끼워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매 년 아쉬웠던 점을 떠올리던 그는만족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고 한다.
저물어 가는 2021년의 길목에서 그는 "이 정도면 수고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면서 만족하고 살아보려 한다.
올해 4월에만 해도 작품이 없어서 망했다 하고 있었는데 '구경이'가 찾아왔다.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너무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구경이'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한 해였다"고 평했다.

조금은 편해진 마음으로 잘 쉬면서 다음 작품에서 인사하려 한다.
김혜준은 "데뷔를 하고나서 감사하게도 쉬어본 적이 없어서 올해 처음 쉬니까 그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 남은 기간동안에는 잘 쉬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며 멋진 쉼 이후 다시 찾아올 모습을 기대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