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6개월 동안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장겨울과 '너를 닮은 사람'의 구해원을 오갔다. 두 개의 드라마를 동시에 촬영하는 극한의 스케줄을 감행한 신현빈은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던 것 같다. 온갖 영양제를 다 먹었다"며 웃어보였다.
매우 다른 성격의 두 인물 사이에서 몰입했다가 빠져나오고, 다시 몰입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신현빈은 "오히려 두 캐릭터가 너무 다르니까 혼란스럽지는 않았다"고 했다. 배우 신현빈. 사진=최성현스튜디오"두 작품을 하다 보니 고민을 많이 됐어요. 선배들이나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아예 다르면 나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선배님들은 두 개를 하면 힘들겠지만 밸런스가 맞춰질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한 작품을 하면 거기에만 매몰될 수도 있는데, 두 작품을 하다 보면 조금은 더 다른 걸 보게 된다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 정도는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올해에만 두 편의 드라마를 공개했다. 전혀 다른 분위기와 캐릭터였지만 장겨울을 사랑하던 시청자들은 한 달 만에 구해원으로 변신한 신현빈을 보아야 했다. 이런 점에서 신현빈에게도 걱정이 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종영하고 크게 시간이 흐르지 않은 상태에서 '너를 닮은 사람'이 시작을 했어요. 전작이 워낙 사랑을 받았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다른 캐릭터와 다른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괜찮을까, 처음에 작품 결정했을 때부터 그 걱정을 제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첫방송 나갈 때 주변에도 많이 물어보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다행히 다르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장겨울 선생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 "무서워요 장겨울 선생" 신현빈은 이같은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고꼽았다. 또 "감독님이 전해주신 건데, '사람이 너무 메말라 보여서 정수리부터 물을 주고 싶다'는 게 있었다. 저와 감독님은 '이거다. 우리가 의도한 느낌이다'라면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구해원 역을 연기한 신현빈. 사진=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JTBC스튜디오혈색 없는 입술, 부스스한 머리, 한결같은 초록색 코트, 답답해 보이는 의상 등 구해원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의도들이 가미됐다. "정돈돼 있지 않고 방치된 사람 같은 느낌을 만들려고 했다"는 신현빈은 "옷을 겹겹이 입어서 버리지 못하고 많은 걸 이고지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다. 사람 자체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해 보이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어서 기본적으로 레이어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표출하는 수위도 중요했다. 억눌러야 하는 많은 순간들이 답답했다는 그는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그렇게 보여져야 했다. 촬영장 자체는 발랄하고 배우들끼리 장난도 많이 쳤는데, 그게 저한테는 좋은 영향을 줬다. 마음이 편해져서 연기할 때 집중해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정 시청층은 분명히 있었다. 시청률에 대한 질문에 신현빈은 "아쉬울 수도 있지만 제 친구들은 OTT로 많이 봤다고 하고, 순위도 좋았다. 복잡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즐거운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궁금해서 찾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편하게 드라마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너무 깊은 감정을 보여주는 작품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깊이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이야기이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너를 닮은 사람'의 구해원을 연기한 신현빈. 사진=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JTBC스튜디오드라마 내용과 달리 배우들과는 즐겁게 웃으면서 찍었다. 고현정과의 작업에 대해 신현빈은 "장난도 많이 치고 웃은 기억이 많다. 믿어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선배님이라 불편하고 어렵기보다는 든든하고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누나이지만 극중에서는 김재영이 연기한 서우재가 구해원보다 연상이었다. 수월한 작업을 위해 신현빈은 김재영에게 말을 편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신현빈은 "본인이 편해야 연기도 편할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더니 굉장히 편하게 대하더라"면서 "김재영 배우는 직접 겪지 않으면 뭐라 말할 수 없는 유머가 있다. 실제로는 우재 같은 부분이 조금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신현빈의 새 작품을 지켜봐주며 여러 말들을 건네주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었다.
"막방은 (한)효주와 같이 봤고, 본방은 (최)희서가 제일 열심히 봐줬어요. (안)은진이는 바쁜 와중에도 본방을 못 보면 OTT로 보면서 끝없는 질문과 에너지를 줘서 '은진아 너는 나의 비타민이다'라고 말해주기도 했어요. (전)미도 언니도 최근에 정주행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배우 신현빈. 사진=최성현스튜디오차기작은 일찌감치 예정돼 있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 촬영을 끝내놨고,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선보인다. 신현빈은 "장르물을 딱히 해본 적 없고 아주 좋아해서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이야기라면 장르물 중에서도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서 '괴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경우 제가 주축이 되는 건 아닌데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 안에서 캐릭터의 감정이나 외적인 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내년에 공개될 두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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