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 때를 돌이키며... 이런저런 생각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일이 있어 어쩌다보니 5월 초에 전체 투자 자산 중 30% 정도만 남기고(초장투 물량)
반은퇴하다시피 시장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요즘도 그래서 가폐당은 눈팅만 가끔 하곤 합니다만
유례없는 폭락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인 것 같아 두서없지만 시간을 내어 글을 끄적여 봅니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저는 항상 처음 이 판에 입문했던 설렘도 다시 느껴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4년 전 처음 맞닥뜨린 대폭락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제는 5년차가 되다보니 그간 너무나도
많은 크고작은 폭락과 여러 사건 속에서 무덤덤해지기도 하지만 '첫 폭락'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른바 5/24~26 (날짜는 좀 헷갈리네요.) 딱 이 맘때쯤 몰아친 폭락으로 멘탈이 탈탈 털렸습니다.
당시에는 초보자가 할법한 '몰빵 매수'를 하고 있었던터라 여지없이 무너지는 시세에... 더더군다나
'년초에 이더가 1만원이었다는 것을 잊지 마라.'
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시점이어서 정말 휴지조각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반토막이라도
건져야하나 하는 고민을 당시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이후에 드라마틱하게 대반등해서 46만원여를 금세 찍더니만... 다시 40여일이 넘는
길고긴 계단식 하락을 하여 7월 말에는 10만원 초반까지도 밀렸습니다.
그 이후 18년 1월에 240만원까지 다시 갔다가 대폭락하여 20년 3월에는 10만원여 까지 다시 내려갔다가
이달 초에 500만원도 넘었으니...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또 없을 것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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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
개인적으로는 주식도 겸하고 있지만... 주식보다는 코인 쪽이 월등히 수익이 좋아서 적성에 맞다 싶기도 하지만
단적으로 생각하기에 코인판은 '멀리서 보면 누구나 쉽게 돈 따는 판인데, 막상 해 보면 대부분 잃는 곳'이라 봅니다.
길고 긴 비트나 이더 등의 차트를 보면 그냥 돈 밀어놓고 가만히 두면 누구나 초대박이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판의 플레이어로 참전해서 있다보면 정말 하루에도 여러번 크고 작은 등락에 온갖 fud 가 난무하면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중간에 다 털려 나갑니다.
17년 5월 초에 시작한 저만해도 그 해에만 제법 큰 폭락은 5번에, 크고 작은 돌발 이슈는 수도없이 겪었는데
그 이전부터 시작한 유저들은 전설의 마곡 사태를 비롯해서, DAO 사태, 가까이는 17년 3월에도 단기 폭락을
겪어야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시장 전체를 멀리서 바라보면 매우 온건한 우상향 대박 시장인데...
실제로 이 판에서 오래도록 잘 되어서 버티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중간중간에 잘못된 선택을 해서
중도 낙오를 하게 됩니다. 탑 트레이더들 조차도 변곡점에서 잘못 풀배팅해서 이슬처럼 사라지곤 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판이 어려운 것은 다름 아닌 '욕심과의 싸움'이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21년 연초만 해도, 원숭이도 돈 버는 장이라고 할 정도로 그냥 누구나 돈만 밀어넣으면 대박이 나는 시기였지만
지금 현재 시점에서도 과연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박'이 나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아닐 것입니다.
10-20% 수익만 나도 초대박이라고 하는 주식과는 아예 궤를 달리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상승을 그간 보여주다보니
이 판에 처음 입문한 유저들일수록 처음에 몇 번 크게 수익이 나면 더더욱 대박을 노리고 더 몰입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연초에 소위 K코인으로 몇 배 이상의 수익을 얻어도... 수익 실현은 커녕 원금 조차도 회수하지 않은채
설상가상으로 시드를 더 추가입금하여 늘리는 케이스도 허다했을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코프(20%가 넘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펌핑되는 잡알트에 대박을 노리고 배팅하는 것도 일쑤고
비트 도미넌스가 40% 이하로 극단적으로 빠지는 상황에서도 비트 비중을 늘려서 리스크를 헷지할 생각은 못하게 됩니다.
과거 이른바 고인물(?)들이 한번씩은 수업료로 냈던 경험들을 결국 새로 이 판에 들어오는 유저들도 대걔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는 걸 보면 그만큼 이 판이 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기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 손절 or 존버 or 물타기
항상 이러한 시기가 되면 시장은 극도로 얼어붙고 닥친 상황에 있어 대응은 3가지 밖에 없습니다.
손절하거나, 그냥 무작정 존버하거나, 아니면 가용 현금으로 물을 타거나...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경험적으로는 적어도 비트, 이더 등의 우량 코인의 경우 시간이 좀 걸려도 구출될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100% 였긴 합니다만 이마저도 그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 지는 모릅니다.
반대로 그냥 손절하는 것도 이미 손절 실익이 지난 시점의 유저라면(-40~-50% 이상) 앞으로 시세가 반드시 더
떨어진다는 확신이 없을 경우에는 오히려 엄한 시점에 낙오해 버리는 경우가 되기도 합니다.
* 역설적으로 정말 앞으로 시세가 더 떨어질게 분명하다면 바로 지금이라도 손절하고 남은 돈으로 저배율 숏 포지션을
잡으면 되는 일인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이 판에서 확신만큼 금물인 것도 없기도 합니다.
물타기 역시도 엄하게 잘못 타다가 시드만 자꾸 물에 잠기고 나중에는 물탈 자금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시세가 더
떨어지면 기도매매 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강세장에서는 계속 시세가 올라갈 것 같고, 반대로 약세장에서는 반대로 계속 시세가 바닥으로 갈 것 같은 편향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시세가 연일 미친듯이 떨어지는 이런 시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닥 of 바닥을
기대하게 되고 그게 만연해지다가 어느 새 소위 이른바 찐바닥이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찐바닥은 큰 거래량이 터지면서 엄청난 반등을 매번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게 거래량 별로 없이
스물스물 바닥을 여러 번 두드리다가 올라가는 케이스도 상당히 많았기에(특히 17년 가을)
바닥을 확신하는 것은 지나고 나야 알 수 있습니다. 차트 의존해서 이 판을 하다가 주요 변곡점에서 낭패를 보고
떠나간 트레이더들이 한 둘이 아니듯이 한 가지의 상황만 그리고 무작정 기다리다보면 '생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진입도 하지 않은 무포지션의 유저라면야 얼마든지 기다림을 가져가도 좋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이미 물려있는 유저들의 경우에는 이런 시기의 판단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기에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손절, 존버, 물타기의 선택은 막연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해 결정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
'앞으로 내가 선택한 것의 반대방향으로 흘러갈 경우에 내가 견딜 수 있나?'를 놓고 판단하시는게 낫습니다.
지금 손절했다가 만약에... 갯수라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받게 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못 견딜 것 같으면
그냥 존버하는 것이 그 유저에게는 최선일테고
과거 3-4년 짜리 빙하기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차라리 확정손실로 매김하더라도 터는게 마음이 편하겠다 싶으면
손절하는게 맞겠지요. 다만 꼭 피해야할 것이 있다면 손절한 후에 생각치 못하게 시세가 급반등해서 나 자신이 내린
가격보다 더 올라갈 경우 결코 '추격매수'를 하면 안됩니다. 그게 가장 최악의 행동입니다.
반드시 내가 내린 가격보다 다만 2-3%라도 아래에서 다시 매수해서 갯수를 늘린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마냥 바닥 기다리다가 '어어어?' 하는 사이에 손절친 가격보다 올라가면 일단 그 턴은 그냥 보내주는게 좋습니다.
[3] 리스크 관리
고리타분한 이야기이지만, 미친 놈 널 뛰는 식의 이런 판에서 4-5년 이상 살아남으려면 리스크 관리가 언제나
제 1원칙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1.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드만 넣는다.
2. 수익이 나면 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하고, 순차적으로 수익 실현을 한다.
3. 비트 도미넌스, 코프 등의 지표는 항상 챙겨보고 비정상적으로 튈 때에는 대응한다.
4. 현금, 비트 비중을 반드시 지킨다. (알트 몰빵 X)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vcoin/16079865CLIEN
4/20일 경 그 때도 단기 급락이 오던 시점에 쓴 글인데... 기본적으로 이 판에서 버티려면 시드를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4/20일 당시에도 이후 반등이 오면 물리신 분들은 일부라도 분할 매도를 해서 시드를
줄이시라고 글로 남겼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후에 큰 반등이 와서 특히 몇몇 알트들은 전고점을 찍었습니다.
오늘 현재 이 대폭락 역시도 코인판 미래는 알 수 없기에 당장 2-3주 후에 다시 위아더월드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점이 오면 지금 오늘의 기억을 절대 잊지 말고 감내하기 어려운 시드가 들어가 있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시드를 줄이시기 바랍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 판에서 낙오하게 됩니다.
[4] 이상하게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한 방향만을 가리킬 때
제가 재미삼아 해 놓던 메모도 그렇지만... 소위 인간지표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게 태생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면서
일반인들 태반이 가지는 감정선과 '반대'로 가져가야 대박이 나는게 이러한 류의 판이기도 합니다.
비트가 60k를 넘나들면서 온갖 알트들이 미친듯 펌핑될 때... 시장이 온통 호재 이슈로 가득하고 연일 새로 코인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밀려들고... 특히나 과거 코인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사람(메모)들 조차도 가폐당을 기웃거릴 때가
위기의 순간이었다면,
연일 비트가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내려가는데... 시장에는 이때다 하고 나오는지 온통 일률적인 악재 기사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고래면 '이런 급락 시점에 대놓고 물량 던지지는 않을텐데' 싶은데도 미친듯 나오는 매도 물량에
커뮤니티는 항상 약세장에서 반복되듯이 온갖 조롱에... 패드립이 난무하는 지금과 같은 시점이
어찌보면 앞서의 '환희의 시점'과는 정반대의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시적인 현상에 너무 매몰되어서 판단하면
간혹 저 너머에 있는 큰 줄기를 놓칠 수 있기에 일방적인 형태의 외부 현상에는 한발 물러서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지금부터 조금 더 바닥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하고,
DCA로 가져가기에는 중장기 실익이 발생할 여지가 높은 시점에 도달해 있지는 않나 여겨지기도 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어제 오랜만에 바낸에서 리플 0.71달러에 제법 크게 롱포지션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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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이지만, 또 어떻게 하다보면 금세 또 시간이 지나가고 분위기도 바뀌는 곳이 코인판인 만큼
아무쪼록 모든 당원 분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후회없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