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출구를 찾을 때
극장에서 불이라고 외치면 모든 사람들이 입구로 달려나가고 그러면서 오히려 사람들이 더 크게 다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좁은 출구를 통해 모두가 나가려고 하면서 다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은 이 출입구와 비슷합니다.
유동성은 이 방에서 저 복도로 갈 수 있게, 이 자산을 저 자산으로 쉽게 변경해서 갈 수 있게 해주는 통로입니다.
유동성이 부족하다면, 즉 출구가 작다면 저런 사고는 더 심각해집니다.
반대로 유동성이 풍부하다면, 예를 들어 한쪽 벽이 아예 열려있는 수준이라면 그런 사고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유동성이란게 그 특성상 언제라도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족한 유동성은 그 자체로 리스크를 발생시킵니다.
가격이 펀더멘털에서 지나치게 많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거래를 덜 하려고 합니다.
조금 벗어나면 적정가격으로 갈 때까지 사고 팔고 하면서 평범하게 가격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많이 벗어나면 정상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므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거래가 줄어듭니다.
또 이렇게 되면서 유동성 공급자들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들은 적정가 밑에서 사고 적정가 위에서 팔면서 어느 정도 가격을 유지합니다.
이런 마켓메이킹 전략은 그 특성상 역추세적 매매입니다. 유식한 말로는 오목전략입니다.
오목전략들은 변동성이 커지면 불리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즉 평소에는 조금씩 먹다가 예상치 못한 급등이나 급락이 생기면 큰 손실을 봅니다.
이렇게 유동성 공급자들이 급등락으로 인해 손실을 보면서 유동성 공급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급등락이 생기게 되면 변동성 및 리스크가 커지게 됩니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은 그 리스크가 상승한 포지션을 줄이고, 이는 매도로 인한 추가적인 하락을 불러옵니다.
대표적으로 손절매가 그렇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모두 팔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더 기다릴 수 있는 사람에게로 돈이 이전됩니다.
팔때는 다같이 팔지만 살때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사기 때문에 더 싼 값에 줍는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위기에서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빈자가 더 빈자가 되는 메커니즘 중 하나입니다.
아래 그림은 2007년 8월 초 미국 대형주 롱숏전략의 분봉 단위 가격과 위 논리를 적용한 모델의 예측값 비교입니다.
하락폭이 예상치보다 높기는 하나, 전반적인 가격흐름 및 최종적인 가격은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만약 디파이 청산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이번 급락의 근간에 있다면 비슷한 형태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 해도 이게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는 알 수 없고,
또 당연한 말이지만 구체적인 변동폭이나 최종 도착점 등의 수치 또한 다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 그림은 단순 참고용으로만 생각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