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위기(GOS 이슈의 본질)
KBS에서 이런 '명품' 기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본질을 꿰뚫고 있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본질은 바로 '발열'입니다.
우선, 이과적이고 공학적인 따분한 긴 글이 될 수 있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발열은 전력손실과 관련있습니다. 전력(P)은 전압(V)과 전류(I)의 곱입니다(P=VI). 같은 전력일 때, 전압을 높이면 전류가 낮아집니다. 그래서 전력손실 해결책은 전류를 낮추는 겁니다. 그래서 220V가 110V보다 좋은 거고,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 충전시 고전압으로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모바일 칩의 전압은 높이기가 어렵습니다.
발열은 반도체 설계에서도 이슈입니다. ASIC이 아닌 ISA를 가진 DSP 설계에서 클럭수(즉, MIPS)는 중요한 항목입니다. 같은 기능과 성능을 유지하는데 더 적은 클럭수로 최적화하느냐는 아주아주 중요합니다. 클럭수 증가는 원하는 기능과 성능의 제약을 불러오고 발열도 증가하는데, 이건 칩의 불안 요소입니다. 즉, 클럭수 증가 -> 발열 -> 원하는 기능과 성능이 안나올 확률 증가. 반도체 설계에서 발열의 의미는 단순한 열손실 그 이상입니다.
발열은 반도체 공정에서도 이슈입니다. 더 낮은 공정으로 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발열입니다. 현재 저는 7nm로 생산된 AMD CPU를 사용하는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전에 사용하는 노트북의 CPU가 어떤 공정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발열이나 배터리 소모가 적어졌습니다. TSMC나 삼성 파운드리나 이제 4nm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S22의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 Gen1은 삼성 파운드리 4nm에서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발열은 반도체 설계와 공정에서 '기술'과 '노하우'로 돌파하는 게 정공법입니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S22에서 GOS를 강제했을까요? 아시다시피, 아이폰 12와 13에 사용된 AP인 A14와 A15가 모두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뛰어넘는 전성비를 보여줬습니다. 동일한 전력소모에서 애플이 설계한 AP가 말도 안되게 우월했습니다. 삼성과 퀄컴은 적잖게 충격을 먹었을 겁니다. 도대체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은 어떤 외계인을 고문하여 오랜 기간동안 AP를 만들던 퀄컴과 삼성을 뛰어넘었을까요?
애플, 퀄컴, 삼성의 AP는 모두 ARM core 기반입니다. 즉, 재료는 같다는 겁니다. 저전력을 위해 big과 little 코어를 적절하게 섞어 사용합니다. A15의 코어(6)는 2 performance + 4 efficiency이고, 스냅드래곤 8 Gene1과 엑시노스2200의 코어(8)는 1 Ultimate + 3 big + 4 little이랍니다. 그런데 코어 배분도 중요하지만, 발열이 제어되어야지 원래 설계된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은 더 적은 전력소모로 제대로 된 성능을 내는 반면,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는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게 설계의 문제인지 공정의 문제인지, 아님 둘 다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애플은 M1 Max, M1 Ultra를 발표하면서, 인텔과 AMD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의 기사에서도 언급된 내용인데요. 삼성과 퀄컴은 하드웨어에서 애플보다 우위라고 여겼지만 보기좋게 깨진거죠. 그리고 삼성전자는 올해 2022년 상반기에 3nm 버전 1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TSMC는 2022년 하반기). 저는 이 상황을 유심히 살펴볼 겁니다.
GOS 이슈는 단순한 S22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위기이고 어쩌면 퀄컴의 위기일 수 있습니다(아님 둘 다). 삼성전자는 지금부터라도 정공법을 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