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위기 회사를 3년만에 흑자전환으로 소액주주 경영이 크로바하이텍 살렸다
내달 6일 경영개선기간 종료...5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거래 재개 여부 확정
소액주주 연대가 이끄는 크로바하이텍(043590)이 거래재개 문턱에서 한국거래소의 마지막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거래가 멈춘 지 3년 만이다. 지난해 깜짝실적을 이끈 데 이어 4년 연속 감사보고서 ‘적정’을 받아내며 소액주주 운동의 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오는 5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소액주주 연대가 거래재개까지 이끈 첫 국내 사례가 될 전망이다.
크로바하이텍 CI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크로바하이텍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적정’이 찍힌 감사보고서를 전날 제출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31억원, 영업이익 21억원, 당기순이익 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점도 눈에 띈다.
반도체 ICT 설계·패키징 사업을 영위하던 크로바하이텍에 문제가 생긴 건 2018년 파워리퍼블릭얼라이언스가 최대주주로 바뀌면서다. 과도한 차입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면서 계약 일정 변경, 반대매매 발생 등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다. 최대주주 변경 후 결국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아 2019년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크로바하이텍을 거래재개 직전까지 이끈 건 소액주주 연대였다. 안호철 소액주주연대 대표 지휘 아래 기존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를 밝혀내고,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에 나섰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안 대표는 단순 투자자에서 소액주주 연대를 이끌며 지분율 0.1%까지 늘리게 됐다.
소액주주 연대는 먼저 재감사를 진행해 2018, 2019년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적정’으로 받아냈다. 이어 2020년부터 올해까지 감사의견 ‘적정’이 찍힌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실시해 2020년 기준 4년 연속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호철 대표는 “회사 내부에 문제가 생기자 기존 거래처들이 거래를 중단하려 했는데, 직접 찾아가 안정적인 거래를 약속했고, 결국 흑자 전환까지 이어졌다”며 “회사에 돈이 너무 없어서 2020년 3월경 주주들로부터 14억원을 차입해 재감사 비용으로 충당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소액주주 연대 활동 이후 회사를 이끌 최대주주 유치도 마무리했다.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판매하는 웰킵스가 향후 회사를 경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웰킵스와 특수관계인 피앤티디 지분율은 45.48%다. 지난달 유상증자 50억원을 진행해 현재 지분은 절반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소액주주 지분이다.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 연대 인사가 모두 빠지고, 웰킵스 측 인사로 경영진이 채워지는 안건이 논의된다.
크로바하이텍의 개선 기간은 내달 6일 종료된다. 한국거래소는 5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크로바하이텍의 경영개선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한 후 상장폐지나 거래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측은 영업 지속성 유지, 재무 건전성 확보,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래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상장폐지 수순에서 거래재개 직전까지 다가오자 소액주주들도 들뜬 분위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액주주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이사회 장악을 위한 시도는 소액주주들의 활동이 기업 경영진의 교체에 이를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소액주주 운동의 방향성이 집단소송을 통한 투자자 권익 보호, 기업가치 제고로 나타난다면, 집단소송이 활발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직접적인 실력 행사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인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