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봤습니다.
PS5 구매후기를 쓰면서도 불매 얘기가 나올까? 생각하긴 했습니다.
근데 며칠 전에 구매글이 올라왔는데 불매운동에 대한 별 반응이 없길래
게이머 분들께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글을 질러버렸습니다.
우선 처음에 쓸까? 말까? 꺼렸던 이유는 어쨌든 분란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굳이 나 아니더라도 대립과 상호증오를 유발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넘치기 때문이죠.
다만 게임 게시판이니 게임 컨텐츠와 관련해서는 어느정도 너그러운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글을 쓴 것입니다.
일제 불매에 대한 저의 기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일본 제품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한다.
그 이유는 일본이 싫어서가 아니라 일본에 의존적인 시장을 국산화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증오나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싶진 않습니다.
과거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에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서요.
이 지점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은 분들은 많을 겁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고 일본은 지금도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그것에 대항해야 하는데 너는 어째서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지 않느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죠.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답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반한 감정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우린 좀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일본 제품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사하면서 집에 들이는 물품 대부분이 국산이었고
옷 구매를 귀찮아 하는 타입이라 편하게 유니클로 구매하던 것을 조금 더 신경써서 유니클로와 데쌍트는 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물품이 있는데
그게 게임입니다.
대체품이 없느냐고 묻는다면 이건 입장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일본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대체품이 있다는 입장과
게임은 취향이고 취향은 선택이 안 되니 콘솔 선택에 있어서 플스나 닌텐도를 대신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 있겠네요.
저는 구분하자면 후자의 인간입니다.
어렸을 대부터 콘솔을 굉장히 가지고 싶어했지만 가질 수 없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일에 치여 가지지 못하다가
어느날 문든 하고 싶은 걸 미루기만 하면 안 된다는 개똥철학의 깨달음이 있은 후부터
콘솔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제 입장에서 플스를 대체할 물건은 없는 게 맞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일본 게임 컨텐츠, 일본 게임 문화에 빠진 게 맞죠.
이건 변명하자면 문화컨텐츠의 파워에 졌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제공하는 게임 환경이나 경험이 다른 나라의 것들과 비교했을 때 저에게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저도 겜돌이로서 디아도 하고 롤도 하고 이거저거 다 했습니다만 결국 제 생활에서 만족감과 즐거움을 주는 것은
플스로 즐기는 게임생활이었습니다.
엑박은 안 되느냐? 마소가 미국시장 외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플스의 대체제는 아니라고 바로 아실 겁니다.
물건들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문화 컨텐츠의 침략은 저항하기가 힘듭니다.
적어도 저는 그래요 ㅠㅠ
이건 일본 애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우리 물건을 불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항하지 못하는 것이 문화컨텐츠죠.
넷플릭스 등에서 한국 드라마가 일본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참으로 통쾌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20년 전에는 일제 전자 제품, 드라마, 영화, 애니, 게임 등등 모든 품목들이 강력했습니다.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를 국산으로 샀다가 일제 산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원통해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많은 영역에서 대한민국이 앞서 나갑니다.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입니다.
특히 컨텐츠 파워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지금의 한류가 저도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게임에 있어서도 이런 국산 제품의 파워가 강해지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화이트데이 같은 게임이 계속 나와주는 것이고
더 바라는 것은 플스를 대신할 국산 콘솔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 물건이 나와준다면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바로 구입하고 주 기기로 사용할 겁니다.
문화의 힘을 그렇게 강조하셨던 김구 선생님의 말씀은 진정 현명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영화, 드라마 시장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을 주도하는 분들이 증명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직 게임에서만큼은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매국노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일본이 제공하는 게임 환경을 거부할 만큼 일본을 증오하지도 않습니다.
가능하면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잘됐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일본이 우리의 컨텐츠에 무릎꿇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증오에 증오를 돌려주고 싶진 않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제 생각을 오해하실 수도 있고,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공감하시는 분도 계실 거고요.
일본 게임을 소비하는 것이 무조건 나라를 팔아먹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그냥 욕하시면 됩니다.
그거까지 제가 어쩔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분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아마 이 글의 댓글도 분란의 장이 될 수 있겠지만 이미 전 글에서 많이들 싸우셨으니 그러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