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4 한라산 관음사 - 성판악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등산포럼에 처음 글 남기는 등린이입니다. 올 해 마무리를 의미 있게 해보고 싶어서 혼자 한라산을 다녀왔어요. 곧 마흔이라 마음이 헛헛하기도 하고요 ㅎㅎ
평소에 자전거 로라질 하면서 동네 뒷산은 가끔 갔는데, 천고지 넘는 산은 너무 오래간만이라 걱정이 됐습니다. 그나마 올해 8월부터는 육아 때문에 운동을 거의 못한 상태여서 나름 특훈 한다고 일주일동안 애기 안고 스 4세트씩 하긴 했어요 ㅎㅎ
겨울산 경험은 4년전 덕유산 이후 처음이라 의류랑 스틱 구입도 등포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글 올려주신 선구자분들 정보덕에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드려요. 그럼 사진 올리겠습니다.
겨울 등산옷 보유한게 없어서 등포 보고 미드레이어로 K2 폴라텍 / 블랙다이아몬드 트레일폴 구입했어요. 팬츠는 코오롱 조거를 따로 구입했고, 나머지는 다 재활용입니다.
베이스레이어는 자전거 한참 탈때 입었던 메리노울200 타이즈도 러닝 타이즈인데, 등산할 때 입기에는 압박이 심해서 기모바지랑은 안 어울리네요. 외투는 하드쉘이라고도 하기 뭐한 유니클로 방풍재킷입니다. (몇년전 선물 받은) 장갑도 그냥 일상용, 마스크도 자전거용 나루마스크 30리터 가방도 수 년전에 뽐게 떨이로 산 등산 가방이네요.
탐방예약은 08-10시 타임으로 했습니다. 도착해서 속을 좀 비우느라 8시 10분쯤에 출발했어요. 부슬비가 살짝 내리고 있었습니다.
3Km 지점 탐라계곡부터 경사도가 올라가더라고요. 비는 그치고 대신 안개가 많이 껴있었습니다. 비 덕분에 눈이 녹아서 아이젠 없이 올라갈만 했고, 탐라대피소부터 스틱을 꺼냈습니다.
탐라대피소 - 삼각봉까지는 숲이 울창한 편이라 능선이 잘 안보이던데 1000미터쯤 올라가니 해가 뜨면서 눈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0시 21분 삼각봉 대피소에 도달했습니다. 50미터 전부터 입산통제시간, 쓰레기수거에 대한 안내방송이 들리더라고요. 아주 반가운 소리였습니다. 백록담까지 아직 갈길은 멀었지만요.
관음사 코스 풍광이 좋다는 말이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면서부터 온몸으로 채감이 됩니다. 숨 고르는 호흡 사이로 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삼각봉 대피소부터는 적설량이 계단 높이 이상이라 아이젠을 착용하려고 했습니다만, 공항에 주차한 차에 두고 왔습니다. 공항 오는 길에 아이젠을 어머니께 빌렸는데 바로 패킹을 안한게 실수였네요....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오릅니다. 그나마 뽀송한 눈이라 아주 미끄럽진 않았어요.
동영상 캡쳐한거라 화질이 좀 떨어지네요. 왕관릉입니다.
왕관릉을 지나면서 날씨가 급변하네요. 안개바람이 너무 거세져서 풍경도 전혀 안보이고 발가락에 힘이 빡세게 들어갑니다. 예전에 가볍게 갔던 겨울산들은 마냥 예쁘기만 했는데, 한라산은 경외롭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관릉부터는 개활지에 바람이 너무 불어서 외투를 입고 운행했습니다.
11시 51분쯤 무사히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백록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거친 풍경도 너무 멋있었어요. 해 비치는 백록담을 볼 수 있을때까지, 와야하는 이유를 또 만들어주는구나~ 생각하면서 한바퀴 슥 돌았습니다.
정상석에서는 촬영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안찍었습니다. 중간 보급을 하긴 했지만 바람도 많이 불고 배고프고 올라와서 봤으면 됐죠 뭐 ㅎㅎ
성판악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사진은 없지만 진달래밭 대피소로 내려가서 점심을 먹었어요. 백록담에서 밥을 먹는 것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속도를 좀 높여서 내려오는 길에 밥을 먹는게 나은 것 같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사라오름을 들렀습니다. 다리에 힘이 남았다면 꼭 들러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너무 아름답습니다.
15시 40분쯤 하산을 마쳤습니다. 성판악 탐방안내소 옆 휴게소 건물 안에 키오스크가 있는데, 한라산 등정 확인증을 출력해주더라고요. 다른 분들꺼 구경만 하고 안 받아왔습니다.
성판악 버스정류장에서는 제주시 버스터미널이나 공항 방향 배차간격이 20분정도마다 있어서 버스 타고 이동하기에도 좋습니다.
자전거 때문에 가민 제품류를 쓰다가 이번에 뽐게 글 보고 워치4를 샀습니다. 데이터 분석은 가민 보다는 부족한듯 싶지만 편의성이나, 화면의 미려함 때문에 워치4를 계속 쓸 것 같아요. 배터리는 확실한 단점이긴한데, 종일 운동정도는 커버가 되네요. 아 스트라바 연동이 제대로 안되는 것도 치명적이기는 하네요.
다음날 리커버리 운동겸, 공항 가기 전 아쉬운 마음에 도두봉 올라갔다가 스타벅스까지 무지개 해안도로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라산만 보고 제주 바다를 안보는건 또 예의가 아닌듯하여 ㅎㅎ 용두암은 스타벅스에서 버스로 점프했구요.
첫 한라산 장거리 산행에 무사히 하산해서 기쁘고, 육아 중 짬내서 다녀올 좋은 산들이 앞으로 많이 남은게 기대가 됩니다. 등포 눈팅 꾸준히 하면서 아이템들 산행 정보 잘 받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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