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의 추억 여행 5 시즌 오프
시즌오프...라는게 이렇게 기쁘기도 하네요. 친구가 암 3B에서 수술도 잘 마쳤고, 항암도 9차까지 했고, 오늘 직장에 1년만에 출근했습니다.
시즌오프가 기쁜 것은 ... 사실 우리가 산을 같이 다닌게 3달정도 밖에 안됩니다. 11월초에 친구들과 형제봉 처음 간날로부터.... 처음 간 날은 올라가는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서 쉰 시간이 더 많았을 겁니다. 한 10번쯤 쉬었지요... 친구가 사실 긴 항암치료에 정말이지 뼈만 남아있을 정도 였습니다.
아픈 친구덕에 저도 여름엔 2달내내 하루도 안빼고 형제봉을 갔습니다. 하루 3시간씩...(지금와서 얘기지만 매일 죽을 것 같았습니다..) 재택근무 마치고 애들과 저녁 챙겨먹고 6시에 오르기 시작하면 보통 9-10시 사이에 돌아오는걸 두달내내 했습니다. 병원에 있는 친구에게 야경도 보내주고 채팅 잡담도 해가면서 말이죠... 친구에게 힘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더 용기를 얻은 것이죠.
그뒤 다른 친구가 업무 시즌을 마치고 여유가 생기면서 주말엔 처음엔 드라이브 위주로 갔습니다. 점심전에 만나서 배고픈데 점심 먹으러 갈까??? 어디 강릉?... 이거 무슨 점심 먹으러 3-4시간 이동하는건 뭐 아무것도 아닌거죠. 점심 한번 먹을라면 300km까지도 가야 합니다. 좋다는데 가봐야죠~~ 덕분에 좋은 곳 정말 많이 갔습니다. 항암중인 친구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차로 가서 가볍게 볼 수 있는 곳 위주였죠.. 그렇게 가면서 나중에 몸 좋아지면 저기를 올라가보자....등등...했던...그때 나온게 두타산이었는데... 그리고 항암이 끝난 10월중순이후.... 친구를 데리고 운동을 시작합니다. 가볍게 수원 화성 돌기부터 시작해서 ... 형제봉을 가고... 한번 가보니 내려올때 부들부들 떠는 친구들에게 등산 스틱을 11월경에 한세트씩 사주면서 설마...더 갈라고 했었습니다만... 그 뒤로 아픈 친구는 광교산 조금 과장해서 100번쯤 갔을겁니다. 한겨울 거의 하루도 안빼고 갔으니까요.. 저도 12월 한달 휴가인데 며칠 빼고는 친구랑 산에 갔던 기억입니다. 원래 한 겨울엔 이불 뒤집어 쓰고 있어야 하는건데... 이번 겨울 유니폼으로 옷도 사서 친구들 주고...렌턴 배터리등등 필요한 것을 하나씩.... 맨날 운전하면서 기름값대고 밥값대는 놈 때문에 이거라도 제가 해야겠더라구요.
하여간 틈나는 대로 평일이든 휴일이든 시간 맞으면 셋이서 광교산을 갔습니다. 일하다말고 오후에 광교산 콜? 하면... 반차내고 광교산 가는겁니다. 그리고 겨울에 팔봉산.... 두타산 ... 계방산까지.... 아픈 친구는 아들과 소백산 설원도 갔다왔고.... 뼈만 앙상했던 친구의 허벅지가 뭔가 튼실해보이는걸 시즌 오프 산행을 가면서...
저도 뿌듯하고... 한번도 안쉬면서 형제봉을 지나.... 가는 저도 뿌듯하고... 특공대를 자부하던... 형제봉 10번도 더 쉰 친구도 한번도 안쉬고...가는 서로 우와~ 했습니다.
시즌 오프가 이렇게 기쁜 날이 되었네요. 글을 쓰는 이유도 스스로 지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냥 우리가 이렇게 노력했구나를 남겨두고 싶기도 하구요. 오늘 하루 1년만에 첫출근해서 엄청 바쁘고 정신없던 하루였다는 친구 톡에.... 정말 1년이란 짧고도 긴 기간을 잘 이겨낸 친구가 고맙기까지 하네요. 하여간 셋이서 다닌게 만km는 되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드네요.
그나저나 시간맞추기가 어려워져서 시즌오프긴 한데... 겨울 시즌 오프인거고... 봄시즌을 좀 해야 하는데 다른 친구놈은 붕어낚시가 취미고...저는 바다낚시이고... 거참 낚시이긴한데 맞추기가 어렵네요... 아픈 친구가 회사 생활에 좀 적응하고 나면 평일에 쉬는날 산에 가야 할라나 봅니다. 다른 친구가 업무 시즌 시작하면 너무 바빠져서... 가을까지 갈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광교산이야 이제 봄 되면 야등도 하니까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 시즌오프 산행입니다. 아침 9시반에 만나서 .... 형제봉에서 종루봉을 거쳐 시루봉을 찍고... 날씨가 좀 그래서 백운산 정상은 안갔습니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불긴 했는데.... 시야가 좋았으면 저 멀리 서해까지 보일껀데 날이 그렇지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절터로 내려온 5시간정도 되는 산행을 시즌 오프로 했습니다. 사실 처음 같이 오른 코스를 간 것이죠^^
등포 덕에 옷입는법도 배웠고.... 여러 산행기를 보면서 서로 야~ 좋다하면서 눈요기도 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일단 이젠 뭐 아무때나 광교산 갈 체력들은 된다.....로 여유있게... 엄청 춥고 칼바람이 불긴했어도.... 복장불량도 아닙니다. ^^
여긴 웬만해서는 안오는데 또 한번도 안온 친구가 있으니 사진 한장 찍으러 왔습니다.
사실 형제봉에서 수원일대가 생각보다 뿌옇게 보여.... 여기서도 봤는데 저 멀리가 뿌옇습니다.... 날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구름이 멋지고 해서 깨끗한 전망을 기대했었습니다만..... 저 멀리가 보였다면 저기 백운산까지 가서 사진을 찍었을건데.....
시루봉을 지나서 절터 약수터 길로 내려왔습니다. 절터 약수터 수질은 모처럼 적합이네요... 이렇게 한바퀴돌면 대략 23000보정도 나오고 ... 이렇게 집까지 가면 22km정도가 되더군요... 행군도 아니고... 하여간 기쁘게 시즌 오프하였습니다. 하여튼 건강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