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진실’을 선택하고, 여성은 ‘관계’를 선택한다
Science Says
남성은 ‘진실’을 선택하고, 여성은 ‘관계’를 선택한다
Article at a Glance
대화 방식에서 드러나는 남녀 차이
남자 : 언어폭력보다 신체폭력 선호 . 상호 관계를 고려하기보다 사실 위주로 의사소통 . 대화란 자존감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 이에 따라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경쟁적인 대화 방식을 취함 .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잘 끼어들고 명령 · 위협 · 자랑을 많이 함 .
여자 : 신체폭력보다 언어폭력 활용 . 진실 여부를 떠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향으로 의사소통 . 대화란 관계를 맺고 이를 조율하는 활동 . 이에 따라 겸손한 대화 방식을 택하며 감탄사 등을 자주 사용해 상대방의 말에 대해 적절히 반응 . 상대방에 동조하고 협조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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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의 조화
급속한 여권 신장으로 남성 주도의 사회가 점차 남녀 동반 성장사회로 전환되면서 이성 간 대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과거엔 남성이 고위 지도층을 독식했지만 이젠 여성이 대통령 , 최고경영자 , 장관 등 요직에 두루 진출하고 있다 . 남녀대화가 새롭게 주목받는 것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함께 과거에는 소홀히 다뤄졌던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나 언어폭력이 부각되면서다 .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런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 .
배우자 , 연인 , 동료와의 이성 간 커뮤니케이션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지만 그 내용은 크게 바뀌고 있다 . 특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로 과거 남성 위주의 소통도 여성을 배려한 소통으로 변화하는 등 조직문화도 변하고 있다 . 미국 내 노동인구 가운데 여성 비중이 38%(1963 년 ) 에서 54%(2014 년 ) 로 급증하면서 여름철 실내온도를 두고 남녀 갈등이 벌어질 정도로 사회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 사회적 변화와 남녀 간 소통방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이성 관계는 물론 대인관계까지 실패할 위험이 커지면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남녀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
커뮤니케이션에 남녀 차가 있다는 증거는 많다 . 과학자들은 ‘ 화성남 , 금성녀 ’ 까지는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은 대화 주제 ,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 커뮤니케이션에서 남녀 차는 테스토스테론이나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과 성장 환경의 함수다 . 호르몬은 인생의 항해를 좌우하는 중요한 동력원의 하나다 . 테스토스테론은 대화에서 공격성과 위압감 같은 남성성 , ‘ 러브 호르몬 (love hormone)’ 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은 대화에서 유대감을 강조하는 호르몬이다 .
우선 언어폭력 (verbal aggression) 과 남성 호르몬의 지표인 손가락 비율 (digit ratio)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 . 구체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체적 증거인 손가락 비율 ( 둘째 손가락 vs. 넷째 손가락 ) 이 낮을수록 언어폭력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2 년 뉴욕주립대 쇼 (Shaw) 교수팀은 남성이 여성보다 언어폭력이 심하며 손가락 비율도 낮다는 것에 착안해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했다 . 그 결과 , 연구팀은 남성 (5 점 척도 기준 평균 2.80±0.67) 이 여성 ( 평균 2.55±0.58) 보다 언어폭력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 또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손가락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언어폭력을 자주 사용했다 ( 상관계수 r=-.0.21). ( 그림 1)
말싸움을 하는 법정은 호르몬의 대리전장이다 . 법정에서 말싸움을 하는 변호사는 여전히 여성보다는 남성 , 남성 가운데서도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사람이다 . 1998 년 조지아주립대 댑스 (Dabbs) 교수팀은 테스토스테론의 양과 변호사 , 특히 법정에서 논쟁하는 법정변호사 (trial lawyer)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 우선 변호사와 다른 화이트칼라 직업군의 호르몬 분비량은 비슷했지만 블루칼라 직업군보다는 낮았다 .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변호사라도 법정 변호사가 서류작업을 하는 비법정 변호사 (nontrial lawyer) 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았으며 남성 변호사의 경우 거의 30% 가량 더 많았다 .
여성은 저비용 공격 , 남성은 고비용 공격
남성과 여성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다르다 . 폭력이나 공격성은 ‘ 직접 vs. 간접폭력 ’, 그리고 ‘ 언어 vs. 신체폭력 ’ 으로 구분된다 . 과학자들은 남성은 신체폭력 , 여성은 언어폭력을 주로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 같은 언어폭력이라도 남성은 직접적 언어폭력 , 여성은 간접적 언어폭력 , 즉 가십을 주로 활용한다 . 남성이 주로 사용하는 신체폭력과 직접적인 언어폭력은 상대방을 자극해 보복을 불러오는 ‘ 고비용 공격 ’ 이지만 여성이 의지하는 가십은 상대방을 뒷담화하는 ‘ 저비용 공격 ’ 이다 . 언어의 공격성 (verbal aggressiveness) 은 호르몬이 좌우하며 ‘ 따지기 좋아하는 성향 (argumentativeness)’ 과 상관관계가 높다 . 남성은 여성보다 경쟁의식 , 즉 적대감이 높아 언어나 신체폭력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호르몬의 영향이다 . ( 그림 2)
소통의 유형은 동성 간 소통과 이성 간 소통이 있다 . 동성 간 소통은 남성 - 남성 , 여성 - 여성의 소통이지만 이성 간 소통은 남성 - 여성 간 소통을 말한다 . 남녀 차이는 언어에서 성별어 (genderlects) 로 표현된다 . 이성 간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해진 것은 남녀라는 성별과 사회적 지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부터다 . 구체적으로 남성이 다수의 여성 상사나 동료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벌어지는 새로운 현상인 셈이다 . 사회적 지위와 성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내용이나 방식은 달라지며 , 이에 대한 이해가 갈등 예방의 첫걸음이다 .
남성과 여성은 ‘ 진실과 관계의 갈림길 ’ 에서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한다 . 남성은 관계보다는 ‘ 진실 (report talk)’, 여성은 진실보다는 ‘ 관계 (rapport talk)’ 를 우선한다 . 구체적으로 진실과 관계 ( 우정이나 사랑 ) 사이에서 남성은 진실을 선택하지만 여성은 관계를 선택한다 . 백화점에서 옷을 입어본 여성이 옷이 어울리는지를 남녀에게 묻는다고 하자 . 옷이 어울리지 않을 경우 남성은 “ 어울리지 않는다 ” 고 진실을 밝히지만 여성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려 “ 괜찮다 ” 고 답함으로써 관계를 우선시한다 . 이러한 진실과 관계의 갈림길은 말투 , 어휘 , 반응성 , 비밀 공유 ,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남녀 차이를 보인다 . ( 그림 3)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은 대화하면서 대화 상대를 지지하고 상대의 편을 들어준다 . 이에 반해 진실을 우선시하는 남성은 대화하면서 상대 주장의 진실성을 따지려 한다 . 이런 남녀 차로 여성은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남성은 잘못하면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 남성은 사회생활에서 지위를 확보하는 게 최대 목표지만 여성은 지위보다는 관계가 중요하다 . 같은 대화라도 남성은 투쟁적으로 , 여성은 협조적으로 접근한다 . 이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자기 주도적이고 , 여성은 공동체 지향적인데다 상호의존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 이 때문에 남성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 , 여성은 대화를 통해 교제하려 한다 .
남성은 상호작용에서 권력에 민감하고 ,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과시하려 하며 ,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강하게 반발한다 . 따라서 남성은 자신의 지위를 과장하려 허세를 부리는 성향을 보인다 . 남성이 유달리 ‘ 완장 ’ 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지위에 집착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
남성에게 대화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 사회적 지위를 협상하거나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다 . 남성은 자신의 지식과 숙련도를 보여주거나 스토리텔링 , 농담 , 정보 전달을 통해 대화를 주도하면서 이를 성취한다 . 어린 시절부터 남성은 대화를 활용해 주목을 받고 유지하는 방식을 배운다 . 반면 여성에게 대화란 주로 관계를 맺고 이를 조율하는 활동이다 . 이에 따라 여성은 서로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는 걸 강조한다 . 어린 시절부터 여성들은 튀거나 잘난 체하는 여성을 흠집 낸다 . 관계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 또한 여성은 관계에 민감하고 ,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도 배려받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 남성은 튀어야 살고 , 여성은 튀면 죽는 셈이다 .
2013 텍사스 오스틴대 광 (Kwang) 교수팀은 남녀가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했다 . 연구 결과 대인관계가 자존감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대인관계를 맺는 데 유리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 추가로 연인과 이별한 남성은 다른 남성보다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단어 (earn, achieve, win) 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 하지만 연인과 헤어진 여성은 사회적 지위보다는 대인관계를 암시하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 즉 어떤 상황에서도 남성은 사회적 지위 , 여성은 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
자아의식이 강한 남성과 관계 지향적인 여성 간에는 사용하는 어휘나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 남성의 대화방식은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assertive) 경쟁적인 (competitive) 데 비해 여성은 상대방을 지지하고 (supportive) 관계 지향적 (relational) 인 특성을 보인다 . 또한 , 여성은 회피어 (hedge: might have, I think) 나 부가의문문 (tag questions) 을 많이 사용해 겸손한 면을 보인다 . 대화할 때 사용하는 어휘나 말하는 방식도 여성은 의미 없는 허사 (nonessentials) 나 감탄사 (excitability markers) 를 더 많이 사용한다 . 여성은 반응성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셈이다 .
투쟁 유전자는 남성에게 여전하다 .
중세 서양의 결투 , 서부영화의 총잡이 결투는 힘을 과시하는 ‘ 몸 싸움 ’ 이었다면
이제는 글쓰기나 말하기로 경쟁하는 ‘ 뇌 싸움 ’ 으로 변화하고 있다 .
남녀 차이는 말투에서도 드러난다 . 우선 남성은 여성보다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 잘 끼어들고 , 명령 · 위협 ·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다 . 여기에 상대방의 요구를 잘 거절하고 , 상대방에게 야유하거나 모욕하는 성향이 강하다 . 또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박진감 있게 이야기를 하며 농담을 좋아하는 등 대화를 주도하기를 원한다 . 이에 비해 여성은 상대방에 더 동조하고 협조하며 , 말하는 것도 양보하고 상대방이 제기한 것을 인정하는 등 겸손한 성향을 보인다 .
남성과 여성은 대화 주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 1993 년 미시간대 비쇼핑 (Bischoping) 교수팀은 과거 70 여 년간 (1922∼1990 년 ) 대화 주제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 그 결과 남성의 대화 소재는 주로 돈 · 비즈니스 · 오락이었지만 , 여성은 관계 · 사람 · 남성 · 옷 · 장신구 · 장식품에 대한 것이었다 . 또한 남성은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여가활동에 대한 대화는 남녀가 비슷했다 . 하지만 돈과 비즈니스는 물론 다른 대화 소재에서 나타난 남녀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 여성의 사회 진출로 남녀 간의 대화 주제도 점차 유사해지고 있는 셈이다 .
대화 주제에 있어서 남녀 차는 세 가지 요인 때문으로 해석된다 . 우선 생물학적으로 여성은 자녀양육을 맡고 , 남성은 가족부양을 분업으로 하기에 여성은 자연스레 관계 , 남성은 생계를 주제로 대화한다는 시각이다 . 둘째 , 남성은 물건 , 여성은 주로 옷과 장식에 관심 있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 다음으로 환경 , 즉 교육이 이 같은 남녀 차를 가져왔다는 이론이다 . 성장 과정에서 남성은 자동차 장난감 , 여성은 인형 장난감을 갖고 놀도록 프레이밍화돼 왔고 , 자연스레 대화 소재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
남녀 , 결투 (Duels) 와 이중주 (Duets)
진화심리학에선 남성은 재원과 사회적 지위를 놓고 경쟁해야 하지만 여성은 양육을 위해 협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이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대화는 ‘ 결투 (duel)’ 와 ‘ 듀엣 (duet)’ 으로 규정된다 . 남녀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분석하면 남성은 싸우고 여성은 남성의 싸움을 뒤에서 조종한다 . 남성과 여성은 다른 차원의 경쟁을 한다 . 1992 년 핀란드 터쿠대 (Turku) 비요르키스트 (Bjorkqvist) 교수팀은 여성은 간접적인 싸움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남성은 직접적인 폭력을 선호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 구체적으로 여성은 언어 , 남성은 신체 폭력을 선호한다 .
투쟁 유전자는 남성에게 여전하다 . 중세 서양의 결투 , 서부영화의 총잡이 결투는 힘을 과시하는 ‘ 몸 싸움 ’ 이었다면 이제는 글쓰기나 말하기로 경쟁하는 ‘ 뇌 싸움 ’ 으로 변화하고 있다 . 실제 칼과 총을 무기로 한 싸움은 이제 체육관에서나 볼 수 있고 , 현실에서는 글이나 말싸움이 지배한다 . 글이나 말을 활용해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거나 모욕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 이 싸움에서 상대방을 이기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한다 . 동물의 세계에서 몸집이 크게 보이도록 해 상대방이 겁먹고 물러서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
글이나 말을 통한 머리 싸움은 이성과 논리에 근거한 뇌 싸움이다 . 최근에는 말이나 글 싸움이 대세가 되고 있다 . 변호사는 말이나 글로 하는 논리 싸움 , 정당은 대변인이 성명서를 통해 설전을 벌인다 . 방송 패널의 논쟁이나 칼럼니스트의 글도 역시 말이나 글을 활용해 대중에게 자신이 강자임을 과시하기 위한 의식인 셈이다 . 랩 배틀 (rap battle) 도 사회적 지위를 두고 벌이는 남성 간의 경쟁으로 그 기원은 5 세기 중세의 플라이팅 (Flyting- 시 ( 詩 ) 의 형태로 상대방을 교대로 모욕하는 경쟁 ) 에서 비롯된다 . 이성이 보고 있으면 배틀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은 배틀의 목적이 사회적 지위의 확보도 있지만 이성에게 보내는 구애 신호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
남성은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과시한다 . 더 나아가 단어나 유머로 자신의 ‘ 뇌력 ’ 을 자랑하려 한다 . 글쓰기나 말하기에 능숙할 경우 이성을 유혹하거나 경쟁자를 압도하는 효과가 있다 . 더욱이 남성보다 여성이 유머를 좋아하고 , 이성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하는 쪽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강하다 . 군대나 감옥 , 청소년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욕설 문화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말 자랑이며 , 특히 자기자랑과 뻐기기인 셈이다 . ( 그림 4)
2014 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랑게 (Lange) 교수팀은 언어 능력이 이성의 호감을 어떻게 사는지를 실험했다 . 연구결과 언어 능력은 이성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보이도록 했다 . 구체적으로 언어 능력을 기준으로 상위 그룹 , 중간 그룹 , 하위 그룹으로 구분해 매력을 평가 (7 점 척도 ) 했다 . 그 결과 상위 그룹 ( 평균 5.04), 중간 그룹 ( 평균 3.54), 하위 그룹 ( 평균 2.59) 순으로 나타나 언어 능력이 호감도를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 언어 능력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강한 무기였다 .
대화를 거듭할수록 남녀는 일정한 패턴을 보여준다 . 남성은 더 많이 말하고 , 길게 말하며 , 상대방에 대한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 . 이에 비해 여성은 반응을 최소화하고 , 말하는 양을 줄이는 한편 , 질문을 더 자주 한다 . 콘퍼런스에서도 남녀는 대화의 양에 차이를 보인다 . 콘퍼런스 미팅에서 남성이 대화 시간의 75% 를 독차지하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의 잘난 체하기를 그냥 앉아 구경하면서 있을 뿐이다 . 남성이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은 여성 앞에서 전문성을 무기로 자신을 마케팅해야 하기 때문이다 .
2004 년 레스터대 콜리 (Colley) 교수팀은 낯선 사람과 주고받는 e 메일도 남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 여성은 e 메일을 통해 주로 친구나 쇼핑 , 밤 문화 , 비용을 다루지만 남성은 물건 , 장소 , 여행 , 다른 사람을 주로 언급했다 . 특히 여성의 e 메일은 남성보다 관계 유지와 친밀도와 관련된 특성을 자주 언급했다 . 남성은 말이나 글 싸움을 통해 상대방과 결투해 자신이 강자임을 뽐내며 만천하에 드러내려 하지만 여성은 상대방과 듀엣을 통해 화음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
커뮤니케이션 차이는 남녀의 대화에 대한 손익계산을 다르게 한다 . 우선 남녀는 소통에 대한 자신감과 자랑하는 정도가 다르다 . 인간은 행동이나 말과 글 같은 언어를 통해 자신감을 판단할 수 있다 . 이 점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불리하다 . 남성은 떠벌리거나 자랑하기를 좋아하지만 여성은 관계를 우선시하기에 나서지 않아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인상을 준다 . 이러한 여성의 타고난 겸손함이 승진이나 실적 평가에서 남성보다 불리하게 작용한다 .
여성은 겸손 , 남성은 자기자랑
1993 년 윌리엄스 칼리지의 헤더링톤 (Heathe-rington) 교수팀은 대학 신입생에게 1 학년 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학교 성적을 예측하도록 했다 . 예측 방식을 둘로 나눠 하나는 예측한 성적을 기재한 뒤 편지 봉투에 넣어 제출하도록 했고 , 다른 하나는 연구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성적을 예측하도록 했다 . 공개적으로 성적을 예측할 때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의 성적을 낮게 예측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 하지만 예측한 성적을 기재해 봉투 속에 넣을 경우 남녀 간에 차이가 없었다 . 이는 여성이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떠벌리거나 자랑하고자 하는 속성이 약하고 , 겸손한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 이 같은 여성의 타고난 겸손은 직장생활에서 남녀 간의 손익계산을 다르게 한다 .
둘째 , 질문도 손익계산을 다르게 한다 . 적절한 질문은 당사자의 능력과 파워를 말해주는 좋은 지표다 . 한편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무지하다는 시그널을 보낼 수도 있다 . 이 때문에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질문을 하지 않으려 한다 . 개인적 · 문화적 차이는 물론 성별도 질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 그리고 질문을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 관여한다 . 길을 찾을 때 남성은 주변 사람에게 될 수 있으면 묻지 않고 혼자 찾으려 한다 . 질문하면 남들이 자신을 무능하게 볼 것이니 차라리 ‘ 침묵 모드 ’ 로 중간이라도 하자며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지 않는 다 . 남성은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이다 . 이에 비해 여성은 질문을 회피하지 않아 무능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
사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 미안하다 ’ ‘ 죄송하다 ’ 라는 한마디 말도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 . 사과하는 사람은 유약하고 , 자신감도 없고 , 책잡힐 일을 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 이 때문에 사회적 지위를 우선하는 남성은 사과를 굴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관계를 최우선하는 여성은 사과에 후한 편이다 . 권력이라는 관점에서 상사가 아랫사람에게 사과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하지만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도 좋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 무엇은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
칭찬과 피드백도 마찬가지다 . 여성들 사이에 칭찬하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다 . 오늘 프레젠테이션이 어떠했느냐는 여성의 상투적인 질문에 ‘ 진실의 수호자 ’ 를 자처하는 남성은 보고서 내용을 장황하게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 여성은 자신의 말투나 패션 등과 같은 것이 어떠했느냐는 것을 겉치레로 물으면서 “ 좋았다 ” 는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 이를 알아채지 못한 남성은 역시 진실을 선택한다 . 직장 상사는 보고서를 평가할 때 “ 다 좋은데 이런 점을 수정하라 ” 고 의례적으로 말한다 . 문제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보고서가 좋다고 체면치레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 이 말을 믿고 보고서를 수정하면 또다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
커뮤니케이션에서 최상의 방법은 없다 . 상황 , 상대방 , 문화 , 언어 스타일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적절한 답을 찾아야 한다 .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는 아이디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대화 당사자 간 상대적 지위와 관계의 수준을 드러내준다 . 또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남녀 차이와 언어 스타일은 대화는 물론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 국적이나 성장환경이 다양한 인재와 함께 살아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상대방을 더욱 유연하게 해석하고 , 이에 근거해 소통해야 할 필요성은 더 강해지고 있다 .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과 이에 근거한 다양한 레퍼토리는 무형재 (intangible goods) 로 개인과 조직 , 나아가 사회적 만족도를 높이는 투자다 .
편집자주
Shaw, A. Z. (2012). The effect of prenatal sex hormones on the development of verbal aggression. Journal of Communication, 62, 778-793.
Dabbs, J. M et al. (1998). Trial lawyers and testosterone: blue-collar talent in a white-collar world.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28-1, 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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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choping, K. (1993). Gender differences in conversation topics, 1922-1990. Sex Roles, 28-1/2, 1-18.
Bjorkqvist, K. (1992). Do girls manipulate and boys fight? Developmental trends in regard to direct and indirect aggression. Aggressive Behavior, 18, 117-127.
Lange, B. P. (2014). Words won’t fail: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role of verbal proficiency in mate choice.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33-5, 482-499.
Colley, A. (2004). Style and content in E-mails and letters to male and female friends. Journal of Language and Social Psychology, 23-3, 369-378.
Heatherington, L. (1993). Two investigations of “Female Modesty” in achievement situations. Sex Roles, 29-11/12, 739-754.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매체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 SSCI 급 저널에 손가락 비율과 얼굴 넓이 - 높이 비율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저서로 < 스타마케팅 > < 한국의 엘리트와 미디어 > < 당신의 본능은 안녕하십니까 ?>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