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대출규제 관련 단상 /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선진국화에 대한 전망

전세자금 대출규제 관련 단상 /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선진국화에 대한 전망

코열 7 979
'전세의 월세화'와 '월세가의 폭등', '아파트의 수익형 부동산화' 라는 것은 이제 선진국에 접어든 우리 부동산 시장이 나아갈 아주 불편한 미래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가', '전세', '월세' 중 하나의 주거 형태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 중 '자가'의 비율은 공식적으로 약 50%대 후반대를 유지해 왔고, 무주택(전/월세) 비율은 40% 초반을 유지해 왔지요. 전/월세 중에서도 지난 10년간은 저금리와 전세자금대출이라는 메리트(매월 납입 이자 < 월세 시세) 때문에 수도권/지방을 막론하고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월세 가격이 낮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저금리와 전세자금대출이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존재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도권 평균, 지방 광역시 신축의 전세가는 현재 전세자금대출 한도인 5억을 넉넉히 초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임대차 3법 이후 이중화된 전세가격으로 평균이 실제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고, 내년 8월 이후에는 전세가가 한 번 더 점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요. 평균 전세가가 5억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전세자금의 신규대출을 금지하고,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를 도입하며, 전세계약의 2+2+2 보장과 신규계약에 대한 5% 상한을 무리해서 도입하려는 것도 내년 8월 이후 나타날 전세가의 대폭 상승과 전세대출총량의 급격한 팽창을 막기 위한 그림이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자, 그러면 시장의 참여자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전세대출의 캡은 5억이고, 게다가 신규대출에 대한 한도, 차주별 DSR 등 다양한 규제로 5억을 꽉 채워 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내년 8월의 상황은 1. 신규입주주택 전세 금지, 2. 계약갱신청구권 무효화를 위한 집주인 대거 입주, 3. 2017년 이래 수도권(+광역시) 입주물량 최저, 4. 이에 따른 수도권(+광역시) 전체 전세물량의 대폭 감소('21. 10월 기준 작년 10월에 비해 수도권/광역시 전세매물이 거의 반토막 난 상태인데, 이 상태는 내년에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지요)로 인한 입주가능 전세매물의 대폭 감소입니다. 세입자는 철저한 을, 집주인은 철저한 갑이 되는 상태이지요. 선/악의 프레임이 아니라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자신의 최대 후생을 추구하는 시장의 플레이어로 본다면, 어떤 선택이 이루어질까요?

당연히 집주인은 전세가격의 정상화(시장가격 +5% 이상)를 요구할 것이고, 세입자는 전세대출 규제로 인해 이전 전세금과의 갭을 대출로 당겨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겠지요. 인상금액을 맞춰줄 수 있는 세입자는(다른 옵션이 없으니) 전세금을 올려줄 것이고, 맞추어줄 수 없는 세입자는 집주인과 딜을 하여 모자란 전세금만큼을 월세로 전환하게 되겠지요.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고요? 시장 전체에 입주가능 전세물량이 반토막이 났고, 신규주택 전세가 불가능한 데다 입주물량도 반토막이 나서 신축 입주장도 없는 상황인데 어디로 갑니까. 가족들과 거리로 나앉게 될까요? 아이들 학교와 부모의 직장이라는 것은 쉽게 옮길 수 없는 성질의 것이지요. 결국 아파트에서 전세금 혹은 반전세를 맞출 수 없는 가정은 빌라, 투룸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는 주택시장 전반에 전세금 상승 혹은 월세화/월세시세의 상승이라는 연쇄적 파급효과를 발생시키겠지요.

그간 우리 주택시장에서 월세가격이 전월세 전환율 이하로 낮게 유지되었던 것은 전세자금대출과 저금리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세의 평균 절대가격이 전세자금대출 캡 이상으로 올라가고, 인플레이션 기조(인플레이션 = 성장이라는 것을 망각하시면 안됩니다. 저금리는 지난 10년간의 세계적 디플레이션 기조의 그림자였지요.)에 따라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월세의 경쟁력과 절대가격은 자연히 올라가게 되지요. 전세자금대출을 금지하고 있는 정부의 목적은 눈 앞의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서지만 이것의 사이드 이펙트는 전세의 월세화와 아파트의 수익형 부동산화가 될 겁니다. 2021년 기준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진정한 선진국화(뉴욕, 런던 등의 월세 가격을 확인해 보시면 이해가 편하실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워싱턴 D.C에 6개월 가량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작은 스튜디오의 단기 렌트 가격이 월 2000불에 가까워 놀랐던 기억이..)를 가속화시키는 것이겠지요.

전세의 월세화와 전세자금대출 금지는 역설적으로 아파트 보유자들의 수익성을 연 5% 이상의 월세수익 상승을 통해 안정화시킵니다. 집주인들은 강화되는 보유세를 월세화시켜 전가하니 좋고, 세입자들은 대출이 나오지 않는 부분을 월세를 통해 커버할 수밖에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게 되겠지요. 동시에 주택가격의 하락 가능성을 줄여 주는 역할 또한 수행합니다. 물론 전세의 월세화에 학을 뗀 세입자들이 주택구매수요로 돌아서며 주택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전세가의 급등을 월세화로 제어함으로써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속도를 안정화시키고 늦출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이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올라가며, 매전갭의 급격한 확장을 방지함으로써 과거 사이클의 폭등과 하락(수도권 전세가율 40% 초반에서 매매가가 전세가까지 내려붙는) 현상을 물가상승률 수준의 안정적 상승과 부드러운 기간조정으로 바꾸어 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는 신규진입자들의 주거비용을 안정적으로 상승(미국/영국의 젊은이들이 렌트로 얼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는지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룸메이트를 구해 분담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지요)시켜 종잣돈을 모으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대출을 규제하여 이들이 매매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한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작성했지만, 진정한 선진국화는 주거지와 주거형태에 따른 계층의 분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월세에 허덕이며 매매시장 접근이 불가능한 하위층 청년들과 대출과 부모의 지원을 통해 자가로 시작하는 상위층 청년들의 갭이 영구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지요. 2030세대들은 이를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에 따라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이들의 스마트 바잉은 더 심해질 겁니다. 중저가 주택의 매매가 상승이 점쳐지고, 또 그것이 중고가 주택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하겠지요. 그러면 내년 8월 전세 갱신시점의 전세가는 어떻게 될까요? 이 답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개인적 관점에 대한 서술이니 건설적인 비판과 토론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7 Comments
Trilem… 2021.10.03 15:54  
적어주신대로 선진국형 월세 따라가는건 정해진 미래죠..

더해서 대선 전까지 숫자관리 한다고 생기는 사이드 이펙트는 차후 이걸 더 심화시킬테고

잘봤습니다

Proble… 2021.10.03 15:54  

좋은 정리네요.

다만 물개박수치는 지능으로 읽기엔 좀 길군요

쓰러진변강쇠 2021.10.03 15:54  

좋은 견해 입니다

drwhy 2021.10.03 15:54  
타 국가에는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 전세제도가 국내에서는 인기있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뻔히 예상되는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더라구요 ㅋ 
일각여삼추 2021.10.03 15:54  
딴 나라에선 LTV 80% 100% 멀쩡히 해주는 주택담보대출을 관치금융으로 대놓고 금리조작하는 정부가 이유라면 이유죠.
퐁포르퐁 2021.10.03 15:54  

이미 정해진 길이었는데 과속해서 예상보다 10년은 단축했네요. 이걸 너무 뻔히 아는 사람들이 미성년자 자녀 아무거라도 하나 사주는 추세지요. 부모 잘만난 자식들만 살아 남는거지요...

청주수앱 2021.10.03 15:54  
부의 대물림은 더욱 더 심화될 것이고, 모두들 서울로, 지방은 광역시로, 서울과 광역시 안에서는 그 중에서 알짜배기 노른자위 중심가로 계속해서 쏠릴 것입니다. 결론은 강남불패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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