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으면 공부하세요 (feat. 다주택자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 주택임대사업자 폐지의 여파)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최근 여당에서 정부에 제안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할 말이 많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995년 74%에서 2018년 104%까지 올라갔으나
자가점유율은 같은 시기 54%에서 58%로 불과 4%만 올랐기 때문에
주택을 더 지어도 다주택자들의 배만 불리는 상황이라는
진성준 의원의 과거 발언을 다시 소환하게 되는데요.
사실 우리 나라는 구조적으로 자가점유율이 60%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구요)
그 이유는 전체 근로자의 40% 가량이 한 푼의 세금도 못 내고 있는 현실.
간단히 말씀드리면 40% 가량의 국민은
주택을 아무리 보급해도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는 분들입니다.
그렇다고 이분들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에 주택을 지어야 한다면
민간 건설사는 수익성 저하로 주택을 지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공공부문의 임대주택 건설이 필요하나
40%의 국민들을 수용할 만큼 임대주택을 짓기엔 재원의 한계가 있죠.
다주택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0%에 해당되는 국민의 주거 불안을 공공부문이 해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공공 임대주택 비중은 9%에 불과합니다)
결국 더 짓는 주택의 일부가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집을 구입할 능력이 안되는 분들에게 임대를 주게 되기 때문에
주택은 더 짓는게 맞다는 얘기입니다.
일부라도 다주택자에게 돌아가는게 싫어서 집을 안 짓게 된다면
중장기적인 공급 감소는 명약관화해지고
이는 결국 다른 차원의 시장 불안정을 초래하게 됩니다.
다주택자의 역기능만 고려할게 아니라 순기능도 감안하여 주택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실제 2015년부터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늘기 시작하여 2018년에 정점에 달했는데
서울 전세가 상승률(KB부동산 기준)은
2015년 +9.6% → 2016년 +3.1% → 2017년 +2.1% → 2018년 +1.6% → 2019년 +0.0%로
크게 안정화를 이뤘습니다.
적어도 집을 구매할 여력이 없는 분들에게는
주택임대사업자 활성화는 단비와 같은 제도였던 셈이죠.
그런데 주택임대사업자를 사실상 폐지한다?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휩쓸던 곳들은 상승폭 둔화 가능성이 커질 듯 싶습니다.
특히 아파트보다 다세대ㆍ빌라 등이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구요.
그러나 다주택자들의 투자 유인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들고 전월세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유세가 증가하는 추세와 전월세가 불안정해지는 시기가 만날 경우
이는 필히 세입자에 대한 조세 전가가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되구요.
특히 만에 하나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 폐지가 일어날 경우
2021~22년 급감하는 서울 입주 물량과 맞닥뜨려 크나큰 부작용을 낳게 될 겁니다.
게다가 또 의아했던 것은
1주택자도 양도차익 규모별로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상한을 설정한다는 것이었는데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다주택도 안된다고 하고, 똘똘한 한 채도 안된다고 하면
갈아타지도 말라는 것이므로 그저 각자 지금 그 자리에만 살라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