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동산, 특히 주택 공급에 좀더 큰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2.4 공급 대책 같은 것이 조금 더 일찍 시행됐다면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다만 우리 정부 기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다. 인허가 물량ㆍ계획 물량도 많다.

앞으로는 문제가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1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

"코로나19 유행으로 유동성이 최대였고 금리는 초저금리였다.

이런 경제 상황이 부동산에 영향을 미쳤다" (1월 4일,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공급이 부족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데이터로 보면 공급 측면에서도 다른 정부에 뒤지지 않았다.

역대 정부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다음 정부를 위한 공급 기반 마련도 최선을 다했다."

(1월 5일,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정부 관계자의 최근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문제점을 끝내 못 찾은 느낌이 듭니다.

우선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초래된 유동성 폭증과 저금리 현상이

부동산 폭등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인데요,

다만 박근혜 정부 (2013년 2월 ~ 2017년 3월) 49개월과

코로나19 상황 전인 문재인 정부 (2017년 5월 ~ 2019년 12월) 31개월을 비교했을 때

월 평균 통화량 증가율과 서울 아파트 KB매매지수 증가율, 서울 아파트 중위가 상승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동성 증가폭은 별 차이 없으나 서울 부동산 폭등은 거의 3배 수준이었음이 확인됩니다.

부동산 폭등을 자꾸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증가 탓으로 돌리는 것이 구차한 이유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지적한 부분입니다만

2018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매매 유통 매물을 급감시켜 매매가를 필요 이상으로 급등시킨 점을

아직까지 부인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니면 알고서도 모르는척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게다가 2019~20년 연 평균 5만호가 넘는 막대한 입주 물량이 몰린 서울 부동산에

임대차3법 실행으로 전세 유통 매물을 급감시켜 전세가마저 필요 이상으로 급등시킨 점까지 거론하면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은 차고도 넘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임기가 끝나가는 이 순간까지 정부 관계자 누구도 지적하지 않네요.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어느 정부에 비해서도 공급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데

공급이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부보다도 집값이 폭등한 이유를

자아성찰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19 탓은 그만 하시구요)

자아성찰이 부족하다고 여겨진 또 하나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부 노력과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작용하면서

매물은 느는데 거래량은 줄고 있다" (1월 4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시장을 하락 추세로 돌리기 위한 공급 물량 확대는

인허가도, 착공도, 분양도 아닌 "입주" 물량 확대가 관건입니다.

실제 서울 부동산의 중장기 하락장(1991~95년, 2009~13년)은

둘다 1기 신도시, 2기 신도시(판교/광교)의 입주 시기와 겹칩니다.

따라서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부 노력"이

현재의 시장 안정화를 이끌어냈다고 보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2021~22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근의 시장 안정세는 정부의 노력 때문이라기보다

정책의 부작용으로 집값이 지나치게 급등한 영향이 더 큽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로 보면

서울 중간가격 주택을 서울 중간소득 가구가 구입하려면

소득의 41%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수준이 과거 최대치였는데

지금은 소득의 50%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한 것이

작금의 매수세 약화를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수요는 여전히 풍부합니다만

가격 자체가 너무 높아져 이를 구입할 수 있는 "유효 수요" 자체가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KB-HOI 지수(KB 주택구입 잠재력지수)를 들여다보면 보다 명확한데요,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아파트의 비율이

2019년 1분기 18.6%에서 2021년 3분기 3.8%까지 감소했다는 데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