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의 모순..."에어비앤비 늘면 임대주택 줄고 거주민 임대료 오른다"
공유 경제의 모순..."에어비앤비 늘면 임대주택 줄고 거주민 임대료 오른다"
김기범 기자
입력 : 2022.01.05 16:20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 이용되는 주택이 늘어나면 해당 지역의 임대료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에어비앤비의 영향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실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5일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진장익 교수 등 연구진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술지 ‘국토계획’에 지난해 11월 게재한 ‘공유경제의 부정적 측면 : 에어비앤비와 주택임대료의 관계’ 논문을 보면 에어비앤비 밀도(에어비앤비 주택)가 1㎢당 100개 늘어날 때 주택임대료는 약 0.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임대주택이 에어비앤비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공급량이 줄어든 탓에 임대료가 상승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에어비앤비 웹사이트를 이용해 수집한 서울시의 에어비앤비 자료 가운데 2016년 5월에서 2017년 7월까지 13개월 동안의 공간적 분포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같은 기간 동안 아파트, 연립·다세대 전월세 자료 등을 이용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월세 임대료에는 영향을 미쳤지만 전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립·다세대의 임대료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아파트 임대료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실제 월세의 경우 에어비앤비에 이용되는 숙박 밀도가 1㎢당 100개 늘어나면 임대료는 약 0.45% 증가했다. 또 연립·다세대의 경우에도 1㎢당 에어비앤비 100개가 늘어나면 임대료가 약 0.93%가 상승했지만 아파트 임대료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세보다는 월세가, 아파트보다는 연립·다세대가 에어비앤비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에어비앤비와 임대료 관련 연구를 통해 에어비앤비 증가가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여러 도시에서 확인됐다. 에어비앤비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보스턴과 뉴올리언스 등에서 에어비앤비가 증가하면서 임대주택 임대료 상승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8개 도시에서 에어비앤비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 확인됐다. 독일 베를린, 노르웨이, 아일랜드 등 도시의 에어비앤비 확산이 임대주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들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 도시들 중에는 임대료 상승을 막기 위해 숙박 공유 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경우도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임대료가 빠르게 치솟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경우 2016년 법으로 숙박 공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으며, 그 효과로 아파트 8000채가 일반 임대 아파트로 전환됐다고 보도했다. 관광 활성화로 인해 에어비앤비가 급증한 포루투갈 리스본의 일부 지역에서는 2018년부터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임대를 제한하는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해외 일부 도시들은 에어비앤비 공급자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임차인의 상황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에어비앤비에 대한) 적절한 과세 정책은 임대료 상승 억제뿐 아니라 에버비앤비 공급과 주태공급의 균형 또는 에어비앤비의 균형적인 분포에 도움이 됨을 실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에어비앤비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상태다. 국내에서는 현재 다수의 에어비앤비 숙소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관광지뿐 아니라 주변 주거지역으로도 확산되는 중이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도 에어비앤비의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적절한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다양한 정책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