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법칙과 스타워즈에서 요다의 말
모시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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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고,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도 나오는 문장입니다.
'총, 균, 쇠'에서 인류가 작물화와 가축화에 성공한 경우와 아닌 경우의 차이와 이유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인류는 엄청난 난이도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한 극소수의 동식물들만 길들일 수 있었습니다. '총, 균, 쇠'를 관통하는 주제는 유라시아 대륙 사람들(특히 유럽인)이 다른 대륙(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사람들을 정복한 이유은 인종적 우월성이 아니라 환경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안타 카레니나 법칙과 이어져 있습니다. 그만큼 행복해지기는 어렵고 좁은 문이고 극소수의 특권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행복한 사람, 행복한 조직, 행복한 국가, 행복한 아이 등으로 확장해도 의미가 통합니다. 불행한 사람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불행을 정당화합니다. 그리고 보통 그 이유를 본인 안에서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불행해지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는 어렵지요.
스타워즈에서 오비완이 데려온 어린 아나킨을 보고 요다가 이런 말을 합니다.
"네 마음속에 두려움이 가득하구나."
"두려움(fear)은 분노(anger)를 낳고,
분노는 혐오(hate)를 낳고,
혐오는 불행을 낳는다."
두려움이 분노를 낳고, 분노는 혐오를 낳고 혐오는 불행을 낳는다. 결국, 두려움이 불행을 낳는다는 건데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두려움 때문에 불행해질까? 그러면 왜 두려울까? 두려움을 낳는 건 뭘까요? 그건 '무지'라고 생각합니다.
'무지는 두려움을 낳습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렵습니다. 과물이 두려운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괜히 화가 나고 혐오스럽고, 이것이 지나치면 불행해집니다.
즉, '무지 -> 두려움 -> 분노 -> 혐오 -> 불행' 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부동산 문제로 갈등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예전부터 권력자들은 여론을 분열시켜 그 화살이 자신을 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국민들끼리 갈등을 증폭시킬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중요한 건 문제해결입니다.
다주택자들을 잘 모르는 이들은 다주택자를 '괴물'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교묘하게 서민들의 피땀어린 재산을 탈취해간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들이 여러 집을 소유했기 때문에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다주택자들은 전부터 존재해왔고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를 한 이들은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부를 이룬 다주택자는 괴물도 아니며 적폐도 아니며 비난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비난받을 대상을 찾는다면, 이와 같이 빠른 속도로 부의 양극화를 가능하게 했던 제도와 시스템일 것입니다.
큰 그림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국민들의 수준이 높을수록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합니다. 만화 '송곳'에 이런 말이 나오죠.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