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출들 보면 어이가 없긴 합니다만...
솔직히 은행한테 화가 안나는건 아닙니다.
대출 이자라든지, 여러가지들이 요즘 들어 올라간다고 느껴지는건 사실입니다.
근데 뭐...그정도야 그냥 외식 한번 안하고, 배달음식 좀 덜 먹고 절약하면 되는 수준입니다.
애초에 뭐 빚을 좀 많이 빌려줬어야 말이죠.
상급지도 아니고 브랜드 아파트도 아니고 소형평수인데도 거기다가 40프로를 맥이니 뭐 대출을 얼마나 해줬겠습니까.
어쨌든 뭐 내 지갑에서 돈이 더 나간다는건 싫긴 합니다. 은행한테 화도 납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최종적인 화살이 은행한테 간다면 그건 잘못됐다는 생각입니다.
은행도 엄연히 이득을 취해야하는 주체인데 정부에서 대출을 막 쪼인트 까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출 총량을 규제했고, 그에 따라 이제 연말까지 남은 금액은 별로 없고, 정부에서 가산금리 올리는 건 눈감아준다.
당연히 가산금리 올려야죠. 은행은 뭐 땅파먹고 산답니까.
근데 뭐 웃기긴 합니다. 지금껏 부동산이든 뭐든 내로남불 배아파리즘을 발동해서 시장원리,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을 쓰면서 규제에 규제를 남발하시던 정부께서, 이제와서 가산금리가 너무 높다고 하니까 그건 시장원리에 따른 거라서 규제할 수 없다고 입 싹 씻는 모습이 은근 역겹네요,
진짜 서민을 위한다면 가산금리를 좀 규제하는 대신 대출 총량을 풀어준다던지, 은행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사업 영역 규제같은 걸 철폐해준다던지 그렇게 갔어야 옳은 방향이죠.
저는 정부-은행-대출받는 사람 이 셋의 관계가 아주 익숙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다주택자(임대인)-무주택자(임차인)'의 관계와 아주 유사한거 같습니다.
제가 임차인이던 시절 스멀스멀 올라가는 임대료를 보면, 임대인에게 화가 많이 났습니다.
임대인은 악이고, 제가 내는 임대료를 받아 임대인은 큰 돈을 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임대인은 페이크보스고, 진 보스는 따로 있죠. 정부입니다.
정부가 세금을 멕이니, 임대인은 그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릴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조세전가분은 임차인이 부담하게 되는데요.
근데 단편적으로는 정부가 보이지 않고, 모든 화살은 임대인에게 향하게 됩니다.
임대인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해도, 임차인에게 그건 변명으로만 들릴 뿐이죠.
대출건도 똑같은 메커니즘은 아니지만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판을 그렇게 깔았습니다.
은행들 너네가 수익을 유지하려면 그렇게 해라라고, 결과론적으로 지금 상황이 유도된거죠.
가계부채 관리니,의도가 선했니 뭐니 어쩌구 저쩌구 해도, 지금 판은 그렇게 깔렸습니다.
그 고귀하신 의도가 도대체 얼마나 선하시길래, 자본주의시장에서 2금융권보다 1금융권이 금리가 더 높은 상황을 만들어내는지 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뭐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는 우리가 대출을 막은 적이 없다, 은행이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거다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회사 갔더니 하루아침에 내 자리가 나홀로 책상에 덩그러니 옮겨져있는데, 짜르지만 않으면 그거 해고일까요 아닐까요?
한편 또 웃긴건, 다주택자를 투기꾼이라 욕하시고, 다주택자가 임대료 올리는거는 투기꾼들 욕망이라고 그렇게 거품물고 말하시는 분들이,
은행이 금리 올리는거는 너무나 긍정하신다는 말입니다.
은행이 이익 보전하기 위해서 가산금리 올리는거나, 다주택자가 세금 때문에 임대료 올리는거랑 뭐가 다릅니까?
뭐 잡설이 너무 길었습니다만 이놈의 정책은 -적어도 경제 쪽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글러먹었습니다.
4년이 넘는기간동안 시장원칙에 반하는 정책만 짜서 시장을 철저히 파괴시킨 분들이, 이제와서 시장 시장 찾으면서 그 방패 뒤에 숨는게 넘 웃길 뿐입니다.
본인들이 욕먹는게 두려워서 은행이라는 욕받이도 세워놓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