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저가 아파트, 갭투기·편법증여 수단됐다…국토부, 의심거래 570건 적발
저가 아파트, 갭투기·편법증여 수단됐다…국토부, 의심거래 570건 적발
류인하 기자
입력 : 2022.02.03 08:30 수정 : 2022.02.03 15:21
미성년자인 형제 A·B는 지방의 공시가격 1억원 짜리 아파트 12채를 임대보증금 승계방식(갭투기)으로 사들였다. 구입에 필요한 자금은 그러나 모두 아버지 돈이었다.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A·B형제가 매도인에게 송금한 아파트 구입 관련 비용은 모두 아버지 계좌를 통해 전달됐다. 1억원 아파트 구입비용 대납을 통한 편법증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국토부는 A·B 형제의 아파트 구입을 위법의심거래사례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C씨는 배우자와 형제 등 가족이 소유한 저가아파트 32채를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한꺼번에 팔아넘기면서 정작 매매대금을 받지 않았다. 또 법인이 납부해야 할 취득세를 본인이 부담하는 등 사실상 법인 명의신탁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부는 이전받은 아파트 32채를 법인이 단기간에 전부 팔아넘긴 것까지 확인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법인명의로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추정,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들인 외지인·법인을 집중조사한 결과 편법증여 등 위법의심거래 570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저가 아파트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정부의 보호대책이 투기수단으로 악용된 셈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된 위법의심거래를 경찰청, 국세청, 관할지방자치단체,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7·10대책 발표에서 법인과 다주택자의 주택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까지 높이기로 했으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투기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중과대상에서 배제하고 기본취득세율 1%를 유지한 바 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구입시 취득세가 1%에 불과하고, 여러 채를 보유하더라도 중과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실수요자보호가 투기수단으로
국토부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저가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약 9만 건 가운데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검토해 선별한 이상거래 1808건 가운데 31.5%(570건)가 이상거래로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실제 2020년 7월 이후 공시지가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법인·외지인의 거래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법인·외지인의 거래비중은 2020년 7월 29.6%에서 그해 12월 36.8%까지 올랐으며, 지난해 8월에는 51.4%까지 증가했다. 1억원 미만 아파트 거래 2건 중 1건이 법인·외지인 거래인 셈이다.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수가격은 1억 233만원이었다. 특히 천안·아산, 부산·차원, 인천·부천, 청주, 광주에 법인·외지인의 매수가 집중됐다.
저가아파트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 비율은 29.8%에 불과했으며, 반면 임대보증금 승계금액 비율은 59.9%에 달했다. 통상적인 저가아파트 거래에 비해 자기자금은 절반수준이었으며, 임대보증금은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이 기간 법인·외지인이 단기 매수·매도한 6407건의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원이었다. 전체 저가아파트 거래 평균차익(1446만원)보다도 높았다. 법인·외지인의 평균 보유기간은 129일(4개월)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일부 법인·외지인이 저가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거래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들이 매집한 아파트는 임대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시 ‘깡통전세’가 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법인의 다주택 매수, 갭투기, 미성년자 매수 및 가족간 직거래 등에 대한 후속 조사도 강도높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형석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부동산 시장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교란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