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코로나에 ‘빨리’ 장사접은 자영업자 보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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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코로나에 ‘빨리’ 장사접은 자영업자 보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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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코로나에 ‘빨리’ 장사접은 자영업자 보호할 수 없었다
김원진 기자 [email protected]

흔히 알려진 건물주-세입자 충돌은 ‘나가 달라’에서 시작된다. 건물주는 여러 이유를 들어 자영업자에게 퇴거 요청을 한다. 자영업자는 건물주의 통보에 수년간 일군 가게를 폐업할 위기에 몰린다. 임대료를 급격히 올려 사실상 세입자를 내쫓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서울 서촌 궁중족발도 바뀐 건물주에게 세입자가 밀려나면서 문제가 됐다. 가게를 나가는 순간 세입자는 일단 폐업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자영업자인 세입자와 건물주의 관계는 어땠을까. 김수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하려는 사례가 늘었다”고 했다. 더 장사를 하려는 세입자의 법률상담 요청보다 계약기간 만료 전 폐업을 하려는 세입자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김수영 변호사는 지난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진행했던 폐업 자영업자 법률상담을 맡았다.

경향신문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중소기업벤처부의 ‘폐업 및 재기 소상공인 법률자문·심화상담 용역보고서(이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면에서 ‘상가임대차 종료 과정의 어려움’과 ‘세입자의 원상회복 의무를 둘러싼 갈등’이 다수 발생했다. ‘상가임대차 종료 과정의 어려움’에는 계약기간보다 일찍 폐업하려는 세입자들이 겪은 법적 분쟁이 대부분이었다.

■폐업을 앞당길 수 있을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제10조(계약갱신 요구 등)는 임차인을 보호하려 만들어진 조항이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쓰여 있다.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건물주의 횡포를 막으려는 취지가 담겼다.

반대로 상가임대차법은 장사가 안 돼 계약기간 만료 전 나가려는 세입자는 보호하지 못한다. 세입자가 건물주와 3년 계약을 맺은 뒤 코로나19로 1년만 영업하고 폐업을 하면 남은 2년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때 현행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개입하지 못한다. 김수영 변호사는 “사인 간의 계약이 이뤄진 상황에서 재산권을 침해하는 방향의 보완 입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계약을 신중히 체결해야 하고 조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를 운영한다. 조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소송 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행정 절차다. 전용기 의원실이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받은 ‘분쟁조정위 사건 접수·처리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에만 160건이 분쟁조정위에 새로 접수됐다. 올해는 1분기와 비슷한 추세라면 2019년(499건), 2020년(482건)보다 많은 사건이 신규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세입자를 보호할 새로운 논의가 이뤄질 움직임이 있다. 전용기 의원은 “퇴거 예고제 도입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기 의원은 “중도 폐업을 결정하는 임차인이 많아지고 있지만 보호장치가 없다. 천재지변과 같이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폐업하는 경우, 계약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일정기간 퇴거를 앞당길 수 있는 ‘퇴거 예고제’로 임대인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임차인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건물주가 ‘묵시적 갱신’을 이용해 세입자를 잡아두려 해 갈등을 빚기도 한다. 공실을 두려워하는 건물주가 늘어난 탓이다. 상가임대차법은 계약기간 만료 6개월에서 1개월 전까지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이 기간을 서로 아무 언급 없이 지나면 묵시적 갱신이 이뤄졌다고 본다. 건물주가 묵시적 갱신이 이뤄졌다며 세입자를 붙잡으려 했던 상담 사례가 용역보고서에 담겼다. 이 사례에서는 보증금 9000만원이 볼모로 잡혔다.

상가임대차법상 세입자는 묵시적 갱신이 된 뒤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계약해지 효력이 더 이상 머물지 않겠다고 통보한 시점에서 3개월 뒤에야 발생한다. 김수영 변호사는 “세입자는 3개월치 임대료를 내고서야 폐업을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원상회복의 범위는 어디까지?

원상회복은 세입자가 폐업할 때 건물주와 부딪히는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진행한 전체 폐업 법률상담 3194건 중 56%가 임대차 관련 내용이다. 임대차 상담 중 절반은 원상회복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상가임대차법상 세입자는 ‘원래의 상태’로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 원칙은 ‘임차인이 처음 임차받은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보통 철거비가 1000만원 넘게 들어 부담이 적지 않다. 세입자 입장에선 들어올 때 새로 한 인테리어 비용까지 고려하면 아쉬운 비용이다. 폐업을 하고 나간다면 권리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아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반대로 동일업종으로 가게를 넘길 때는 보통 원상회복이 문제되지 않는다. 새로운 세입자가 인테리어를 크게 손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갈등은 세입자가 정해지지 않거나 새 자영업자가 업종전환을 할 때 건물주가 과도한 원상회복을 요구하면서 발생한다. 예전에 장사하던 세입자들이 설치한 계단 등 시설물까지 철거를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용역보고서에는 필요 이상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으려 한 건물주의 사례가 실렸다. 김수영 변호사는 “판례는 사안마다 맥락에 따라 엇갈리지만 일단 원칙은 들어올 때 상황으로 돌려놓은 것”이라고 했다.

원상회복 범위를 둘러싼 갈등에서 공인중개사도 임대인 입장으로 기울 때도 적지 않다. 공인중개사에게 건물주인 임대인은 일종의 고객이다. 임차인이 바뀔 때마다 임대인의 중계인 역할을 한다. 공인중개사는 건물주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줄 유인이 있다. 김수영 변호사는 “실제 상담을 하면서도 공인중개사가 대체로 건물주 편인 경우가 많았다. 계약서에 세입자가 들어갈 당시의 사진을 찍어 담아놓고, 원상회복 범위 또한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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