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안되는 이유
모시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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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약 10년 전인 2011년에 워렌버핏은 상위 0.3%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촉구했습니다(부유세, 일명 버핏세). 그는 누구보다도 자본주의의 원리와 그늘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할아버지가 머리칸과 내통하고 있었지요(안보신 분들께 미안). 머리칸은 뭐가 아쉬워 그랬을까요? 그러고 보니 오징어게임에서도 할아버지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양극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통화량은 팽창하고 물가는 올라갑니다. 이 불안불안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층간 대립 역시 필연이겠지요.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런 말을 합니다.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릴테니 다주택자들은 살지 않는 집은 임대로 내놓거나 파시라"
2017년 11월, 경제관계장관 회의에 지각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고요."
2021년 11월 19일, 정책점검회의에서 이억원 기재부 차관은 "국민의 98%는 종부세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분들의 말에서 저는 '적의'를 느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더군요.
'다주택자들은, 재벌들은, 국민의 2%는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숨어있다고 느꼈는데, 이건 저만의 오버이고 오해일까요?
정부가 증세하여 부의 재분배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계층을 타깃삼아 계층간 갈등을 키우는 이유는 뭘까요?
세금은 점점 더 내는데 비난받는다면 누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하려고 할까요?
정부는 구체적으로 타케팅을 했고 대중은 그것에 대해 조건반사를 확실히 했습니다. 우리가 유투브, 페이스북에서 은연중에 알고리즘의 조종을 받듯이, 대중은 집이 없는 이유에 대해 화를 낼 대상이 필요했고 정부는 그 대상을 콕 집어준 걸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꼬리칸은 필요하고 꼬리칸 할아버지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설국열차가 유지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