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 16강전에서 알크마르 원정에서 자책골로 경기를 내준 토트넘이 홈에서 완벽하게 제압하며 8강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유로파 우승을 꿈꾸는 손흥민과 토트넘으로서는 이제 진검 승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팀만 잡으면 결승에 올라가게 됩니다.

챔스 결승에서 리버풀에게 패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던 손흥민으로서는 토트넘에서 가지는 마지막 시즌에서 유로파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은 공격포인트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 골 모두 손흥민이 시작점이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손흥민이 나이가 많으니 이제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영국 내 일부 여론은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당함에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은 10년을 토트넘에서 충성을 다했어도 이방인에게는 당연히 다가오는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이 제대로 하면 토트넘은 승리하고 출전하지 않거나 침묵하며 패하는 것이 현재 그들의 모습입니다. 이를 부정하고 싶어도 결과가 그렇게 나오고 있음은 자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나 다른 도전을 하는 것이 퇴물이 되어 퇴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경기는 토트넘에게는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습니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리그 경기에서 그나마 마지막으로 얻을 수 있는 목표가 바로 유로파 우승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이겨야 하는 것이죠.

지난 7일 원전 1차전에서 베리발의 자책골로 0-1로 패했던 토트넘은 알크마르를 홈으로 불러 3-1로 승리했습니다. 1, 2차전 합계 3-2로 이기며 8강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손흥민은 오늘 경기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중앙에는 솔랑케가 나왔고, 오른쪽에는 존슨이 아닌 오도베르가 출전했습니다. 오도베르가 원래 손흥민 포지션의 대체자 격으로 영입된 선수인데, 양측면 모두 출전 가능하다는 점에서 손흥민과 오도베르 조합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한 경기였습니다.

선발 라인업을 보면 제드 스펜스-미키 판더펜-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축했습니다. 현재 토트넘이 보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비 라인이었습니다. 중원은 제임스 매디슨-파페 사르-루카스 베리발을 내보냈습니다.

중원 자원에 대한 선택지가 많음에도 포스텍은 베리발을 중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손흥민-도미닉 솔란키-윌슨 오도베르가 나서며 홈에서 무조건 대승을 거두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실제 토트넘은 알크마르를 압도했습니다.

주도권을 잡고 공격을 이끈 토트넘이지만, 철저하게 수비 위주로 나선 알크마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미 홈에서 1골을 넣고 승리한 알크마르로서는 당연한 전술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이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는 흥미로웠습니다.

이 상황에서 공격을 이끈 것은 손흥민이었습니다. 얼리 크로스를 시도하는 등 공격 루트를 만들어가는데 주력한 손흥민이었습니다. 중요한 토트넘 첫 골은 전반 26분 나왔습니다. 손흥민이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수비가 처리하려는 공을 막았습니다.

손흥민에 막힌 공은 굴절되어 솔랑케에게 향했고, 무리하지 않고 오도베르에게 내줬습니다. 솔랑케의 공을 받은 오도베르는 왼발로 마무리하며 통합 동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만약 첫 골이 후반에 나왔다면 경기는 무척 힘들 수도 있었습니다. 

도움은 솔랑케가 하고 골은 오도베르가 만들어냈지만, 첫 골은 결국 손흥민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흥민이 부지런하게 압박을 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내내 손흥민은 이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장 나이 많은 주장이 이렇게 상대를 압박해 경기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다른 선수들 역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흥민은 직접 공격을 주도하며 슛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손흥민이 전방에서 공을 잡으면 순식간에 알크마르 수비수 2, 3명이 겹으로 방어했습니다. 알크마르 역시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손흥민을 막으면 최소한 지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압박이 강한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골에 대한 욕심을 냈습니다. 하지만 중거리 슛이 조금 약하거나, 상대 수비수가 한꺼번에 슬라이딩하며 슛을 막아내는 상황에서 골과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토트넘과 알크마르는 합산 1-1로 전반을 마쳤습니다.  

역전골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공격의 시작은 손흥민이었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매디슨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자신 앞에 모여 있는 수비수들을 상대로 슈팅 모션을 취해 수비수들을 벗겨낸 뒤 중앙에 있던 매디슨에게 패스하며 골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만약 손흥민이 없었다면 알크마르 수비수들이 한쪽으로 모두 모여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이란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손흥민은 매디슨의 골을 도우며 시즌 12호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토트넘은 합산 2-1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수비에서 치명적 실책이 나왔습니다. 후반 18분 토트넘 진영에서 오도베르가 수비에 가감하며 문제가 생겼습니다. 베리발과 호흡이 맞지 않으며 코프메이너르스에게 추격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합산 점수가 2-2인데, 이렇게 마무리되면 원장 골을 넣은 아크마르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절대적으로 다급한 토트넘을 다시 웃게 만든 것은 손흥민이었습니다. 후반 29분 왼쪽에서 손흥민이 골을 잡고 앞으로 나가는 스펜스에게 볼을 내줬습니다. 이 순간적인 상황은 유기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스펜스는 볼을 받은 후 중앙에 있는 솔랑케에게 연결했습니다.

중앙에 수비가 집중된 상황에서 솔랑케는 영특하게 백힐로 반대편으로 공을 돌려놨습니다. 그 자리에는 오도베르가 있었던 편안하게 마무리하며 다시 역전에 성공합니다. 오도베르로서는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토트넘에게는 위기가 찾아왔지만 골키퍼인 비카리오의 선방이 나오며 수호신으로서 위상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역전된 점수차를 잘 지켜내며 토트넘은 홈에서 유로파 8강 행을 완료했습니다.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가 하나였지만,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을 다시 확신하게 만들었습니다. 

손흥민은 오늘 경기에서 연계 플레이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축구라는 경기도 살아 움직입니다. 수많은 변수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고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 손흥민이 없다면 토트넘 공격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손흥민 하나 제외되면 토트넘의 경기력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손흥민이라는 무게감이 상대팀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맨시티의 리그 경기에서 후반 손흥민이 경기에 나서자마자 경기 자체가 변하는 모습에서 그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8강에 진출한 토트넘은 4월 11, 18일 아약스를 꺾은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4강 진출을 놓고 대결을 펼칩니다. 독일팀을 만나는 손흥민이 토트넘을 4강으로 이끌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