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할 정도로 엉망이었던 팀이 조금은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4연패를 당한 기아는 대전에서 스윕패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보여준 기아의 모습을 보면 팬들이 기대했던 그런 경기력이었습니다. 선발과 불펜, 그리고 공격과 수비가 안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올러와 류현진의 선발 맞대결은 재미있었습니다. 류현진이야 모두가 알고 있는 투수입니다. 물론 과거 화려했던 시절의 투구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겠지만, 여전히 류현진입니다. 올 시즌 처음으로 한국리그 경기에 나선 올러는 지난 경기에서 매력적인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두 선발 대결이 기대되었습니다.

초반 올러는 묵직한 공으로 한화 타자들을 압도했습니다. 2회까지 삼자범퇴하는 과정에서 삼진을 4개나 잡을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3회 위기는 빠르게 찾아왔죠. 2사 1루 상황에서 황영묵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첫 실점을 했습니다.

선발로 나선 투수가 실점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안치홍과 플로리얼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올러가 강한 이유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런 위기 상황을 만들지 않고 완벽한 투구를 해준다면 최고겠지만, 위기에서 대량 실점하지 않는 것은 투수로서는 중요한 요건입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노시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에서 올러는 곧바로 위기를 벗어나며 최소 실점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선발 투수로서는 최고의 능력을 선보인 장면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흔들릴 수 있고, 최악의 부진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최소 실점으로 위기를 막는 것이 곧 실력입니다.

올러가 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이자, 기아 타선은 바로 따라갔습니다. 나성범과 최형우가 연속 안타를 치며 무사에 1, 2루라는 최고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류현진도 만만한 투수는 아니었죠. 이우성을 3루 땅볼로 이끌며 병살타를 잡아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득점 가능성이 급속하게 떨어질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3루수로 나선 변우혁이 적시타를 치며 균형을 잡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역전에도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류현진은 강한 투수입니다. 서건창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4회 올러는 다시 한번 흔들렸습니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올러는 1사 상황에서 김태연에게 사구를 내준 것은 아쉬웠습니다. 임종찬을 3루 파울 플라이로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최재훈에게도 사구를 내주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공격적 투구는 이런 상황들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 이 상황에서 심우준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심우준은 수비를 위해 영입했지만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5회 올러는 1사 후 플로리얼에게 장타를 맞았지만, 2루 베이스에서 쓰러지며 3루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워낙 깊은 타구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3루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기아로서는 운이 좋았습니다. 이런 플로리얼의 아쉬움은 이내 견제로 아웃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3루까지 가야 했다는 생각이 앞섰는지 리드가 너무 크다 보니 올러의 견제에 걸려 아웃되며 한화로서는 도망갈 수도 있었던 기회를 잃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나오니 기아는 다시 류현진을 상대로 동점을 만들어냈습니다. 류현진을 상대로 위즈덤은 좌측 펜스를 넘기는 동점 홈런을 만들어냈습니다.

위즈덤은 3경기 연속 홈런을 쳐내며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홈런 되는 공들을 보면 강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 제대로 맞으면 엄청난 홈런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니 말이죠. 분명 위즈덤은 홈런을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견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견제마저도 뚫어내야 진짜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위즈덤의 진짜 능력은 이후 벌어질 상대 투수들의 견제입니다.

류현진은 6이닝 동안 2 실점을 하며 호투했지만, 위즈덤의 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은 아쉬웠을 듯합니다. 황동하가 과연 올러 다음 이닝을 얼마나 잘 막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동안 기아 불펜이 방화범이 되어 경기를 망친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보였던 것과 달리, 황동하는 6회 볼넷 하나를 제외하고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황동하가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자 기아가 힘을 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한화 불펜이 방화범이 되었습니다. 이태양을 올린 한화는 당연하게 7회를 막고 전 경기처럼 후반 역전을 꿈꿨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오늘 수비와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변우혁이 안타로 나가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희생번트까지 하며 득점에 집중한 기아는 김선빈을 대타로 내세웠습니다. 올시즌 김선빈의 타격감은 최고입니다. 이젠 젊지 않아 매 경기 다 나설 수 없고, 부상을 염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기아 벤치의 기대처럼 김선빈은 가장 중요한 순간 역전에 성공시킨 적시 2루타를 치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여기에 김규성의 2루타, 위즈덤의 적시타를 묶어 3 득점을 하며 완벽한 승기를 잡았습니다. 김선빈의 적시타는 결과적으로 한화 마운드를 힘들게 만들었고, 기아 타자들의 집중력은 연패를 벗어나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다가왔습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최지민은 이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타격감이 좋은 심우준이 2루타를 치며 반전을 꿈꾸게 했습니다. 황영묵에게 볼넷을 내주고, 안치홍을 맞이하는 상황은 긴장감이 가득하게 만들었습니다. 안치홍 역시 몸 상태로 인해 선발로 나서지 못하지만 대타로 나와 결정적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대타로 나서 오늘도 좋은 타구를 냈습니다. 안치홍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빠져나가는 2루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오늘 첫 선발 중견수로 나선 박재현은 빠른 발로 잡아내며 대량 실점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박재현이 아니라면 자칫 싹쓸이 2루타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다음 타자가 플로리얼이 나선다면 동점이나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야수 선택으로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분명한 것은 7회 박재현의 완벽한 수비 하나가 불펜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이후 곧바로 조상우를 올린 기아의 이번 선택도 옳았습니다. 그동안 조상우가 제구도 안 되며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계속되는 위기 상황에서 노시환을 삼진으로 채은성을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기아의 위기 상황을 막아냈습니다. 조상우는 8회에도 삼자범퇴로 한화 타선을 막으며 왜 기아가 그를 영입한 이유를 증명했습니다. 조상우가 이 정도 피칭만 한다면 기아 불펜은 강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아 마무리 정해영이 9회 올라왔지만 4번 같은 9번 타자 심우준이 안타를 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다행스럽게 정해영이 다시 무너지지 않고, 황영묵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병살로 막으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마지막 타자인 안치홍을 우익수 뜬 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위기는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선발 올러는 위기들은 있었지만 최소 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불펜들도 오늘 경기에서는 안정적인 피칭을 보였습니다. 마무리 정해영도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막아내며 기아의 연패를 막아냈습니다.

기아 팬들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모든 경기를 이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매 경기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팬들은 기아가 이런 강력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아는 일요일 한화와 경기를 잘 기억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