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진 거 아냐" 추신수·김강민 따끔한 충고에 정신 번쩍 든 박민호 [SPOCHOO 인터뷰]
SSG 랜더스 투수 박민호는 작년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한동안 야구가 싫어졌었다. 그런 박민호를 일으켜 세운 건 추신수, 김강민 등 최고참 선배들의 따끔한 한 마디였다. 2년 만에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 박민호는 야구하는 기쁨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제주 서귀포 캠프에서 만난 박민호(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서귀포]
"지금까지 한 번도 야구가 싫은 적이 없었는데,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SSG 랜더스 모든 선수에게 지난 시즌 최종전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특히 사이드암 투수 박민호에겐 떠올리는 것조차 싫은 기억이다. 2대 5로 뒤진 5회초, KT 위즈 제라드 호잉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은 순간이 좀처럼 잊히질 않는다. 결국 3대 8로 경기를 내준 SSG는 마지막 순간 5강 경쟁에서 탈락했다.
포스트시즌 탈락의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박민호는 "최종전 뒤 일주일 정도는 야구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 한번도 싫었던 적이 없는데, 야구가 싫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고참 선배 추신수와 김강민의 조언이 박민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박민호는 "그 얘기를 선배님들께 했다가 혼났다"고 했다. 그는 "선배님들은 프로 생활을 20년 동안 하면서 더한 일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진 경기도 있었을 거고, 결정적인 때 실수를 한 적도 있었을 텐데 그럴 때 어떻게 이겨내는지 여쭤봤다"고 말했다.
박민호는
"내 질문에 선배들은 '정말 팀에 도움이 되고 싶으냐'고 되물은 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으면 네가 더 잘하면 된다'고 하셨다"
면서
"나 때문에 그 경기를 진 것도 아니고, 지나간 경기를 아쉬워하며 붙잡고 있지 말라고. 그보단 앞으로 더 잘할 생각을 하라는 충고를 해주셨다"
고 전했다.
"2년 만의 스프링캠프, 몸 상태도 좋고 순조로워…다시 야구가 좋아졌어요"
박민호는 올 시즌 랜더스 마운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사진=SSG)
선배들의 말에 정신이 든 박민호는 다시 야구 사랑을 되찾았다. 겨우내 열심히 몸을 만들었고, 2년 만에 다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박민호는
"작년에는 캠프에 못 가서 너무 아쉬웠는데, 올해는 이렇게 캠프에서 훈련할 수 있어서 좋다. 날씨도 좋고 준비 과정도 순조롭다"
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는 1군이 아닌 재활군 소속이었다. 2020시즌 내내 오른 손목의 웃자란 뼈가 인대를 건드리는 문제로 고생했고, 시즌 뒤 뼈를 깎는 수술을 받으면서 1군 합류가 늦어졌다. 박민호는 "수술한 뒤 팔 전체에 통깁스를 했는데, 한 달 동안 아무 운동을 못하고 지냈다. 그 사이 몸의 근육이 다 빠지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한참 걸렸다"고 돌아봤다.
박민호는 "캠프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면서 "원래는 비시즌 기간에 잘 준비하면 시즌 내내 큰 무리없이 내 공을 잘 던졌다. 다소 페이스가 떨어져도 시즌 중에 하던 루틴대로 하다 보면 제 컨디션을 찾고 했다. 그런데 작년엔 시즌 들어가서 페이스가 쭉 떨어지더니 좀처럼 돌아올 줄을 몰랐다"고 했다.
다행히 이번 캠프에서는 모든 게 순조롭다. 박민호는 "살도 많이 뺐고, 몸 상태도 좋아서 수술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긴다"고 자신했다. 멀티이닝 소화가 가능한 박민호는 국내 선발진이 약한 SSG 마운드 운영의 키를 쥔 선수다. "다시 야구가 좋아졌다. 야구는 싫어할 수가 없다"는 박민호의 올 시즌 도약이 기대된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