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의 도전... 유타는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루키=이학철 기자] 1974-75 시즌 뉴올리언스를 연고로 출발했던 유타는 46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팀이다. 한 때 플레이오프 나가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팀으로 군림하기도 했으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한 차례도 없다. 심지어 파이널 진출 기록도 단 2회 뿐.
그런 유타가 이번 시즌 리그 1위를 질주하며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도노반 미첼과 루디 고베어 뿐만 아니라 로스터 내에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유타다. 과연 유타는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모든 날짜는 한국시간 기준)
유타의 위대했던 전반기
27승 9패. 리그 전체 1위. 리그에서 유일하게 한 자릿수 패배로 전반기를 마감한 팀이었으며 7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그만큼 유타는 놀라운 전반기를 보내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놀라운 점은 유타가 비시즌 동안 별다른 보강 없이 기존 전력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루키들을 제외하고 지난 오프시즌 유타가 단행한 영입은 데릭 페이버스에 불과했다. 대신 유타는 집토끼들 단속을 확실하게 하며 오프시즌을 보냈다. 핵심 벤치 자원이었던 조던 클락슨과 4년 5,12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고, 팀의 원투펀치인 루디 고베어(5년 2억 500만 달러), 도노반 미첼(5년 1억 6,300만 달러)와 연장 계약을 맺으며 이들을 확실하게 묶어뒀다.
*유타의 2020 오프시즌 주요 IN&OUT*
IN: 데릭 페이버스, 제이크 툴슨(루키), 엘리자 휴즈(루키), 유도카 아주부케(루키)
OUT: 에드 데이비스, 토니 브래들리, 레이전 터커
이처럼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전력에도 유타의 질주는 매서웠다. 사실 시즌 출발이 썩 좋지는 않았다. 첫 경기였던 포틀랜드 원정에서는 120-100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이어진 미네소타와의 홈 개막전에서 111-116으로 패했다.
첫 8경기가 지난 시점에서 유타는 4승 4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맞추고 있었다. 제임스 하든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전의 브루클린에게 96-130 완패를 당하기도 했으며, 약체로 평가 받던 뉴욕 원정에서도 100-112로 패했다.
그러나 이후 유타는 매서운 질주를 시작했다. 1월 9일 펼쳐진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131-118로 승리를 따낸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유타는 1월 30일 열린 댈러스와의 경기까지 치른 11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무려 11연승 행진. 4승 4패에 그치고 있던 팀 성적은 순식간에 15승 4패가 됐다.
뜨겁게 달아오른 유타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2월 1일 덴버전에서 117-128로 패하며 11연승은 중단됐지만 곧바로 다시 9연승을 질주했다. 1월 9일부터 2월 18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치른 21경기에서 거둔 유타의 성적은 20승 1패. 그야말로 패배라는 단어를 완전히 잊은 쾌속 질주였다.
이 기간 유타의 경기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느 팀을 만나도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 지으며 가비지 게임을 연출했다. 21경기 동안 유타가 기록한 득/실점 마진은 무려 +14.0점. 당연히 리그 전체 1위의 기록이었다.
*유타의 쾌속 질주(순위는 해당 기간 기준)*
1/9일~2/18일- 20승 1패. 승률 95.2%(1위), 평균 득점: 118.3점(3위) 평균 실점: 104.3점(2위), 3점슛 성공: 17.5개(1위), 3점슛 성공률: 40.2%(4위), 리바운드: 48.6개(1위), 득/실점 마진: +14.0점(1위)
이처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엄청난 질주를 선보인 유타는 전반기 막바지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워낙 벌어둔 승리가 많았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 결과 유타는 27승 9패라는 리그 최고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주축들 대부분이 건강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마이크 콘리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구간이 있었다. 그러나 콘리의 이탈에도 유타의 승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콘리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6경기를 결장했는데 이 기간 유타는 전승을 거뒀다.
코트에 투입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돌아가며 제 몫을 다했다. 평균 24.7점을 기록한 도노반 미첼을 필두로 무려 6명의 선수가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코트를 밟은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르게 터지며 48분 내내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유타다.
벤치 경쟁력도 뛰어났다. 여기에는 조던 클락슨의 눈부신 성장세가 큰 힘이 됐다. 클락슨은 전반기 평균 17.9점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벤치 자원으로 거듭났다. 클락슨의 활약을 등에 업은 유타는 평균 38.8점의 벤치 득점으로 리그 7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전반기 10+ 득점을 기록한 유타 선수들*
도노반 미첼: 24.7점 5.4어시스트 4.7리바운드 FG%: 42.1% 3P%: 38.2%
조던 클락슨: 17.9점 2.3어시스트 4.0리바운드 FG%: 44.7% 3P%: 37.0%
마이크 콘리: 16.1점 5.7어시스트 3.5리바운드 FG%: 44.4% 3P%: 42.2%
보얀 보그다노비치: 15.7점 3.9리바운드 1.9어시스트 FG%: 43.2% 3P%: 40.5%
루디 고베어: 14.2점 13.1리바운드 2.7블록슛 FG%: 64.1%
조 잉글스: 11.5점 4.4어시스트 3.3리바운드 FG%: 52.2% 3P%: 46.5%
3점슛의 달인들
그렇다면 유타는 로스터의 큰 변동 없이 어떻게 이런 압도적인 전반기를 보낼 수 있었을까. 답은 차원이 다른 3점슛 생산력에서 찾을 수 있다.
유타는 전반기 3점슛 라인을 완전히 지배한 팀이었다. 지난 시즌 3점슛 성공 7위, 성공률 1위에 올랐던 유타는 이번 시즌 한층 더 강해진 3점슛의 위력과 함께 돌아왔다.
3점슛과 관련된 유타의 전반기 스탯을 살펴보자. 우선 경기 당 성공 개수 부분에서 유타는 평균 17.1개로 리그 1위에 올랐다. 이는 2018-19시즌의 휴스턴이 보유하고 있는 16.1개를 넘어선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3점슛 시도 개수에서도 42.8개로 리그 1위.
놀라운 점은 이렇게 많이 던지면서도 효율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유타는 전반기 39.8%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많이 넣고 많이 내준다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유타는 전반기 3점슛 허용 부문에서도 10.9개로 리그 전체 1위였다. 3점슛 허용률도 35.4%로 리그 6위였다.
즉, 전반기의 유타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넣는 동시에 극강의 효율을 뽐냈으며, 수비 코트에서는 가장 적은 3점슛을 내주며 3점 라인을 완전히 지배한 팀이었다. 유타의 전반기 3점슛을 통한 득/실점 마진은 무려 +669점. '3점슛의 시대'로 대표되는 현대 농구 트렌드에서 이 부분을 완전히 지배했으니, 리그 1위의 성적은 당연한 결과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전반기 유타의 3점슛 지표*
시도: 42.8개(1위)
성공: 17.1개(1위)
성공률: 39.8%(3위)
허용: 10.9개(1위)
허용률: 35.4%(6위)
특정 선수의 활약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반기 유타에서 경기 당 2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한 선수는 5명. 또한 4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도 무려 5명이었다. 누가 던져도 절반 정도는 꽂히는 유타의 3점슛 능력은 다른 팀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전반기 유타 3점슛 2개 이상, 40% 이상 성공한 선수들*
2개 이상
도노반 미첼(3.3개), 조던 클락슨(3.2개), 마이크 콘리(2.8개), 보얀 보그다노비치(2.7개), 조 잉글스(2.5개)
40% 이상
조 잉글스(46.5%), 제럴 브랜틀리(42.9%), 마이크 콘리(42.2%), 로이스 오닐(41.1%), 보얀 보그다노비치(40.5%)
유타 특유의 2대2를 이용한 공격 빈도도 유지됐다. 이번 시즌 유타의 픽앤롤 볼 핸들러 공격 비중은 22.9%로 리그 1위, 롤맨 비중도 6.8%로 7위다. 전반기 팀 페이스가 99.48로 리그 17위에 불과했음에도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2대2를 활용한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무수히 많은 3점슛 찬스를 만들어내며 외곽 폭격을 퍼부었다. 특정 선수의 3점슛 감이 좋지 않은 날에도 다른 선수가 번갈아가며 폭발하니 도저히 제어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주춤한 후반기
이처럼 유타는 3점슛 라인을 완벽히 지배하며 역사적인 전반기를 보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는 전반기의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 막바지부터 조금씩 조짐이 보이기는 했다. 전반기 막판 4경기에서 1승 3패. 마이애미(116-124), 뉴올리언스(124-129), 필라델피아(123-131)에게 덜미를 잡혔다. 공격에서의 생산력은 여전한 모습을 보였으나 수비가 다소 헐거워지며 많은 실점을 내준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전반기 막판의 좋지 않은 분위기는 후반기 초반 일정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후반기 5경기를 치른 유타의 성적은 3승 2패. 5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전반기와 같은 압도적인 모습은 없다. 일정 난이도가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음에도 연승 흐름을 타지 못하며 주춤한 상태의 유타다. 심지어 주축 선수들은 모두 건강한 상태다.
3점슛 생산력이 전반기와 같지 못하다는 점이 후반기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후반기 3점슛 성공 15.8개로 리그 3위에 오르며 여전히 많이 넣고 있지만 성공률은 37.3%로 리그 12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비 코트에서도 마찬가지다. 후반기 12.6개의 3점슛 허용으로 16위. 허용률은 38.4%로 리그 25위까지 떨어졌다. 전반기 극강의 공/수 밸런스를 유지했던 3점슛이 흔들리면서 전반적인 경기력이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후반기 유타의 3점슛 지표*
시도: 42.4개(3위)
성공: 15.8개(3위)
성공률: 37.3%(12위)
허용: 12.6개(16위)
허용률: 38.4%(25위)
조 잉글스의 생산력은 전반기보다 더 올라갔다. 현재까지 잉글스는 후반기에 경기 당 4.2개의 3점슛을 무려 61.8% 확률로 성공시키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이다. 특히 보얀 보그다노비치의 후반기 부진이 심각하다. 경기 당 5.2개의 3점슛을 던지고 있는데 성공률은 19.2%에 불과하다. 조던 클락슨도 전반기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평균 득점이 14.8점까지 떨어진 상태다.
전반기에도 초반 다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유타다. 과연 전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연승 행진을 질주하며 우승후보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아니면 후반기 초반의 부진을 이어가며 전반기의 모습이 신기루였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줄까. 유타의 남은 시즌 행보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그래 차라리 니들이 우승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