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가 12년 전에 했던 그 일, 양현종도 똑같이 했다
상숙달림이
해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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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선발 아리하라 고헤이가 홈런 네 방을 얻어맞고 흔들리자 텍사스 벤치는 최근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롱릴리프 몫을 하고 있던 양현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4월 27일 LA 에인절스전(4⅓이닝 2실점)에서 데뷔 무대를 가진 양현종은 사흘 휴식에도 끄떡없었다. 3회 등판해 7회까지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피안타는 단 한 개였다. 보스턴 강타선을 상대로 전혀 두려움 없이 공을 던졌고 오히려 보스턴 타자들을 압도한 경기였다.
텍사스는 올 시즌 고정 선발을 두는 경기 외에도 사실상 두 명의 선발투수를 1+1로 두는 경기도 펼치고 있다. 두 번째 투수도 이닝소화가 중요한 경우가 많은데 KBO리그에서 오랜 기간 선발로 뛰었던 양현종은 안성맞춤이다.
아무리 불펜의 비중이 커진 시대라고 해도, 불펜투수가 4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예전에는 선발투수의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난조가 이런 양상의 대다수 전제였고, 최근에야 오프너의 등장으로 조금 더 늘어난 정도다. 게다가 4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1피안타 이하로 막는 경우는 더 없었다. 텍사스 구단 역사에서도 양현종이 73번째 사례였다.
가장 근래 사례는 2017년 5월 21일 오스틴 비벤스-더크가 디트로이트전에서 기록했다. 당시 비벤스-더크의 기록은 4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이었다. 양현종이 4년 만에 이 기록을 이었다. 2010년 이후로는 양현종이 5번째다.
두산과 kt에서 활약해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더스틴 니퍼트 또한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한 차례 기록한 적이 있다. 니퍼트는 2009년 7월 27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선발 케빈 밀우드에 이어 3회에 등판했다. 당시 니퍼트는 4⅔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고 0-0으로 맞선 7회 팀 타선이 3점을 지원하며 승리투수까지 따냈다.
이런 호투에 양현종의 입지도 높아지고 있다. 2경기에서 8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자 이제는 “선발로 승격할 가능성이 있나”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까지 나왔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확답을 피했지만 가능성을 열어뒀다. 선발로 갈지, 그렇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분간 마이너리그로 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더 안정적인 마음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여건까지 마련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