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이적' 애런 고든이 등번호 50번을 선택한 이유는?
[점프볼=서호민 기자] 종목을 불문하고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유니폼에서 이름과 함께 팬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번호이기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 선택한다.
얼마 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올랜도에서 덴버로 이적한 애런 고든(25, 203cm)은 올랜도 시절 줄곧 달고 뛰던 0번에서 새로운 번호인 50번으로 등번호를 변경했다. 그런데 새 팀에서 등번호 50번을 선택한 사연이 흥미롭다.
덴버의 구단 리포터 케티 윈지(Katy Winge)는 고든이 등번호를 50번으로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해 소개했다. 윈지는 “덴버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원래 사용하던 등번호가 아닌 새로운 등번호를 택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어 윈지는 “고든이 등번호를 50번으로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덩크 콘테스트와 연관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든은 덩크 콘테스트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안고 있다.
때는 1년 전, 2020 NBA 올스타전. 당시 개최됐던 덩크 콘테스트에서 마이애미의 데릭 존스 주니어와 올랜도의 애런 고든의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두 선수의 대결은 연장까지 치러졌을 정도로 치열하게 흘러갔다.
예선전부터 50점 만점행진을 이어가던 고든은 결승 마지막 시도에서 보스턴의 226cm 타코 폴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덩크를 선보였다. 코트 사이드에서 함께하던 선수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코트로 뛰쳐 나왔으며, 대회 내내 “트로피를 두개 만들어야 된다”라고 했던 현지 해설자들도 “대회가 끝났다”며 고든의 우승을 확신했다.
하지만 고든은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했다. 50점 만점에서 고든은 충격적인 47점을 받으며 준우승에 그쳤다. 논란이 될 수 있는 판정이 있었다. 당시 마이애미 레전드 드웨인 웨이드가 심사위원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자유투 라인 덩크 과정에서 다소 감점요인이 있었던 데릭 존스 주니어에게는 10점을, 타코 폴을 뛰어넘는 덩크를 선보인 애런 고든에게는 9점을 주며 판정 논란을 야기했다. 이후 웨이드는 "나 혼자 9점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이 대회를 통해 커리어 통산 8번의 만점을 받으며 잭 라빈과 마이클 조던을 제치고 역대 덩크 컨테스트에서 50점 만점을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가 된 고든은 정작 덩크 콘테스트에서 준우승만 두 차례에 머문 불운의 선수가 됐다.
결국 고든은 이 대회 이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우승 트로피 두 개는 가졌어야 하는 기분이 든다. 이제 더 이상 덩크 콘테스트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덩크 콘테스트 은퇴를 시사했다.
이처럼 고든은 아직까지 당시 준우승의 한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는 듯 하다. 그는 50번이 달린 덴버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경기에서 13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우승 도전을 본격적으로 선포한 덴버에서 선보일 고든의 활약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