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때까지 3루수, 마흔살까지 야구" 베테랑 된 소년장사, 최정의 꿈 [SPOCHOO in 제주]
-소년장사에서 베테랑이 된 최정, 여전히 진지하고 성실한 훈련 태도로 '찬사'
-"훈련 열심히 하는 이유? 경기 감각 늦게 올라오는 스타일…빨리 실전 모드 만들려고"
-"이제는 몸에 안 맞고 싶다…마흔 살까지 뛰는 게 목표"
-두자릿수 홈런과 OPS 0.900 이상, 그리고 팀의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
SSG 랜더스의 간판, 최정(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제주]
"옆에서 누가 '저 사람이 홈런왕'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거다. 그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진심으로 훈련하는 선수다."
SSG 랜더스 새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은 한국에 온 뒤 새로운 롤모델을 찾았다. 팀 간판스타 최정의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아는 빅리거들보다 훨씬 멋있다'며 동경하는 마음을 품게 됐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 중인 SSG 캠프에서 최정의 모습을 보면 왜 크론이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해가 된다. KBO리그의 온갖 기록을 새로 쓴 최고의 스타인데도 최정은 마치 신인 선수처럼 모든 훈련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타격부터 수비, 심지어 일 년에 한번 댈까 말까 한 번트 연습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최정에게 이런 크론의 찬사를 전하자 "립서비스겠죠"라며 쑥스러워한 뒤 칭찬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최정은 "크론은 스윙이 날카롭다. 몸이 커서 둔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날렵하고 날카롭다"며 "리그 투수들의 구질에만 좀 적응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제이미 로맥만큼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리그 홈런왕 최정과 팀 내 타이틀 경쟁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정은 웃으며 "(홈런왕) 또 하면 좋죠"라고 대답했다. 그는 "누가 됐든 올 시즌에도 홈런왕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면, 올해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나. 꼭 타이틀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올 시즌에도 거기에 근접하게 한다면 잘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좋은 일"이라 했다.
"3루수로 은퇴하기, 마흔살까지 야구하기" 신인 같은 베테랑, 최정의 꿈
실내 타격연습장에서 훈련하는 최정(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프로에서 18번째 시즌을 앞둔 베테랑인데도 마치 신인처럼 훈련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최정은
"어렸을 때부터 경기 감각이 늦게 올라오는 스타일이었다. 빨리 실전 모드로 바꾸고 싶었다. 그러려면 남들보다 더 전력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빨리 페이스를 올리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서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며 겸손하게 말했다. "할 때 열심히는 하는데, 양만 놓고 보면 젊은 선수들이 훨씬 많다."
실전에서 거의 댈 일이 없는 번트 연습도 최정은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뭐든 할 때는 진지하게 해야 한다"면서 "번트도 작년에 한번 댔었다. 정말 타격감이 안 좋을 때나, 1점이 필요할 때는 나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번트도 연습할 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정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와 성실성은 신인 때나 35세 베테랑이 된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나이를 먹고 달라진 부분도 있다. 몸에 맞는 볼과 그로 인한 부상 걱정이 커진 게 젊었을 때와 달라진 점이다. KBO리그 역대 최다 몸에 맞는 볼(294개)의 주인공인 최정은 "몸에 맞는 볼이 조금 안 좋은 부위에 맞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맞아서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안 맞는 게 좋고, 안 맞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몸맞는 볼 걱정에 소극적인 타격을 할 수도 없는 일. 두려움 없이 타석에서 자기 스윙을 했기에 403개 홈런이란 영광도 따라올 수 있었다. 최정은 "경기 때는 최대한 승부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상대 투수를 믿는다고 할까, 위험한 쪽으로는 안 올 거라 생각하고 타석에서 승부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막상 타석에서는 두렵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강조했다.
"공이 위험한 쪽으로 오면 본능적으로 피해야 할 것 같다. 가능하면 그런 공이 안 오는 게 제일 좋다"
며 고개를 저은 최정은 '300사구, 400사구' 같은 기록을 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건강하고 부상 없는 시즌을 기원했다.
몸 생각하며 야구할 나이가 됐지만 3루 수비만큼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 지난해 최정은 129경기에 3루수로 출전해 리그 3루수 중에 가장 많은 1029.0이닝을 소화했다. 실책 12개에 내야안타 17개만 허용해 89.90%의 높은 타구처리율도 기록했다. 아직 녹슬지 않은 3루 수비를 자랑하는 최정은
"욕심 같아서는 은퇴할 때까지 3루수를 보고 싶다"
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은 나이 먹었다고 지명타자로 나가고 가끔 수비를 보는 것보다는, 수비를 계속 나가서 자리를 지키는 게 좋다. 3루수라는 타이틀은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물론 팀에서 필요로 한다면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잘해야겠지만, 아직은 수비를 나가는 게 좋다." 최정의 말이다.
종신 3루수를 꿈꾸는 최정의 또다른 목표는 추신수, 김강민처럼 마흔살까지 현역으로 활약하는 것이다. 그는
"신수형, 강민형을 보면 진짜 대단하다. 그 형들처럼 오래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최정은 "몸관리의 중요성을 어릴 때는 잘 몰랐다. 형들이 몸관리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부지런하고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체력과 몸을 신경 써야 하고, 그러려면 젊은 선수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신경 쓸 게 많다"고 강조했다.
마흔살까지 야구하기 위해 최정은 이전보다 식사량을 줄였다. 그는 "젊었을 때와 똑같이 먹으면 이제는 몸이 무거워진다. 또 선수 생활을 떠나 건강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런 것부터 관리해야 좋은 몸으로 운동할 수 있다"면서 "먹는 것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의 2022 목표 "두 자릿수 홈런과 OPS 0.900 이상, 그리고 가을야구"
최정은 번트 연습조차 소홀히 하지 않는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최정은
"두 자릿수 홈런과 OPS 0.900 이상"
을 꼽았다. 작년 35홈런 타자에게 두 자릿수 홈런은 너무 소박한 목표인 것 같지만, 목표 OPS가 0.900 이상인 걸 보면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여기에 4년 연속 20개 이상을 기록 중인 몸에 맞는 볼을 한 자릿수로 줄일 수 있다면 베스트다.
여기에 또 하나.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의 아쉬움을 올해는 되풀이하지 않는 게 최정의 목표다. 최정은 "1승 차이로 가을야구를 놓쳤다. 그렇게 되고 나니 한 게임이 아쉽게 느껴졌다"면서 "크게 보면 시즌 중에 분명히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친 경기가 있었을 거다. 마지막 경기에서 1승 못한 것보다, 잡을 수 있는 경기 한 경기만 잡았다면 가을야구를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선수가 다 그 생각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정은 "작년 같은 일은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선수들의 경기 때 마음가짐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 분위기도 좋아야 한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아야 모든 선수가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 시즌을 생각한다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