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부드럽다…SSG 거포 케빈 크론 "나보다 더 홈런 바라는 사람 없을걸?" [SPOCHOO in 제주]
-SSG 랜더스, 로맥과 작별하고 새 외국인 타자 크론 영입
-트리플 A 통산 60홈런 날린 거포, 한 시즌 38홈런 기록도
-지난해 일본야구에서는 쓴맛, SSG에 온 뒤 자기만의 스타일과 장점 찾아가는 중
-큰 체구에 비해 부드러운 스윙, SSG 홈런군단 팀컬러에 잘 어울리는 선수
SSG 랜더스의 새 거포, 케빈 크론(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서귀포]
크다, 그런데 부드럽다. 그리고 공격적이다. 지난 시즌 홈런왕을 배출한 팀 SSG 랜더스에 새로운 홈런왕 후보가 왔다. '장군' 제이미 로맥의 후임으로 합류한 새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이다.
SSG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로맥과 작별하고 크론을 영입했다. 미국 트리플 A 통산 186경기 60홈런을 날린 거포형 타자에게 100만 달러를 풀베팅했다. 5년간 연평균 31홈런을 때려낸 장수 외국인 타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만만찮은 미션이 주어졌다. 과연 크론이 로맥만큼 활약할 수 있을까.
일단 지금까지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은 긍정적이다.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크론은 마치 '거포'라는 단어를 의인화한 듯 체구가 크고 우람했다. 키 196cm에 몸무게 115kg으로 홈런타구가 담장을 넘어 멀리 영종도까지 날아갈 것 같은 신체조건이다.
성격도 유쾌하고 '나이스'하다는 게 SSG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의 평가다. 훈련 내내 한순간도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종종 외국인 선수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친화력이 좋았던 로맥의 후임으로 제격이다.
취재진이 "골프 드라이버가 400미터는 나올 것 같다"고 하자 크론은 씩 웃은 뒤
"330야드(약 300미터) 정도 나온다"
고 답했다. 프로 아닌 일반 골퍼에게는 300미터도 상당한 비거리다. 타격 연습 때도 빠르고 강한 타구를 연신 외야 깊숙한 곳으로 날려 보냈다. 일단 맞히기만 하면 넘어가는 건 확실해 보였다.
코치 개입 심한 일본야구에서는 쓴맛, SSG에 와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 찾았다
타격 훈련 중인 케빈 크론(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항상 밝고 긍정적인 스마일 가이 크론이지만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크론은 지난 시즌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계약을 맺고 일본야구에 도전했다. 그러나 시범경기부터 11경기 타율 0.063으로 고전했고 정규시즌 42경기 타율 0.231에 6홈런 기록만 남기고 방출당했다.
크론과 일본야구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지도자들의 간섭이 심한 곳이다. 크론은
"나만의 것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는데, 야구장에 있다 보면 수십 명의 사람으로부터 '이렇게 바꿔라, 저렇게 고쳐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 보니 내 것을 잃고 내가 누구인지를 잊었다. 대화 상대 없이 혼자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도 힘들었다"
고 일본 시절을 돌아봤다.
이어 크론은 "코치들만의 탓은 아니다. 내 탓도 있다. 내 스스로 나만의 것을 지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SSG에 온 뒤 크론은 다시 원래의 자기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너는 이게 틀렸다, 이렇게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듣다 보니 '원래 내 방식이 잘못된 건가?' 의심이 생겼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었다"면서 "내 스타일에 대한 믿음을 다시 찾아가는 중이다. 커리어 내내 그 방식으로 성장하고 성공해왔기 때문에 내 방식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크론은 SSG 코치들에 대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아주 좋은 코칭을 해준다"
고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일본에서는 '이렇게 해라' '넌 이게 틀렸다'는 식이었다면 한국에서는 선수와 대화를 나눈다.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선수에게 제안하는 스타일이라 미국처럼 마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SSG에서 생활도 만족스럽다. 크론은 "팀 분위기가 너무 좋고, 마음도 편하다. 미국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 마음 편히 훈련 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메릴 켈리, 제이미 로맥으로부터 한국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둘 다 '정말 좋을 거고, 재미있을 거다. 팀의 일원이란 느낌과 가족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한 마디도 빠짐없이 사실이었다"라고 했다.
"팬들이 바라는 만큼 나도 홈런 원해…누구보다 홈런 원하는 건 바로 나"
SSG 입단 당시 크론의 미소(사진=SSG)
홈런타자 한유섬은 크론에 대해
"체구만 봐선 딱딱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체구에 비해 상당히 유연하다"
고 평가했다. 김원형 감독도 "힘이 좋고 순간적으로 몸에서 내는 스피드가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이에 대해 크론은 "미국 시절 스스로 파워히터라는 생각보다는 좋은 타자가 되자는 생각을 가졌다"면서 "좋은 타자들의 공통점은 밸런스와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감각이다. 배트 중심에 공을 잘 맞혀서 배럴 타구를 만들면, 나 정도 신체조건에 파워는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항상 좋은 타자가 되는 걸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SSG에는 크론이 생각하는 '좋은 타자'의 본보기가 두 명 있다. 첫 번째는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의 최고참 추신수다. 크론은 "미국야구를 오랫동안 경험한 추신수 선수는 나와 야구를 보는 관점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함께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며 "한국 나이로도 '형'이지만, 미국에 돌아가도 '형'으로 모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리그 홈런왕 최정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크론은 최정에 대해 "인간성이 최고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진심으로 훈련하는 선수다. '저 사람이 홈런왕'이라고 누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절대 홈런왕인 걸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또 "자기만의 계획을 세우고 확고한 믿음을 갖고 집중하는 최정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SSG는 크론이 한국야구에 잘 적응해 '홈런군단'의 팀컬러를 더욱 뚜렷하게 칠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원형 감독은 "우리 팀컬러는 장타 아닌가. 물론 타율과 홈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장타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얘길 나눠보니 몸은 준비가 돼 있다고,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50홈런 기대해도 되겠나'란 질문에 크론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인천에 계신 SSG 팬들이 원하시는 만큼, 나도 홈런을 치고 싶다. 아마도 나보다 더 홈런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거다. 누구보다 홈런을 원하는 건 바로 나"
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기록 목표는 따로 세우지 않았다. SSG에서 우승하는 게 첫째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