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문승원 오면 6치올? '현실주의자' 김원형 감독 생각은 다르다 [SPOCHOO in 캠프]
-지난 시즌 선발투수 줄부상으로 큰 어려움 겪었던 SSG
-올시즌 박종훈, 문승원 없이 시즌 개막…6월 이후 복귀 예정
-6월까지만 버티면 된다? 김원형 감독 생각은 다르다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에 대비한다...김 감독의 이유 있는 신중론
SSG 랜더스의 2022 캠프를 지휘하는 김원형 감독(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서귀포]
"비관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인 겁니다."
2022년 SSG 랜더스는 지난해와 정반대 상황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한다. 지난 시즌엔 개막 때 있었던 투수들이 시즌을 치르면서 하나둘씩 사라졌었다. 아티 르위키를 시작으로 박종훈, 문승원, 윌머 폰트까지 1~4선발 연쇄 이탈로 몇 년 치 악재를 한꺼번에 겪었다.
반대로 올해는 있어야 할 투수들 없이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 국내 선발 듀오 박종훈-문승원은 작년 전반기 팔꿈치 수술을 받고 6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4, 5월만 잘 버티면 6월 이후 완전체 선발진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12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밖에서는 박종훈, 문승원이 돌아올 때까지 잘 버티면 된다고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 두 선수에게 올 시즌이 내년을 위한 준비 기간이 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에 대비하라, 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
윌머 폰트의 에이스 역할이 중요해졌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김 감독이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가 있다. 박종훈은, 문승원은 지난해 6월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예정대로 오는 6월 돌아오면 정확히 1년 만에 마운드에 서게 된다. 1년은 토미존 수술로부터 마운드 복귀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과거에는 최소 1년 6개월은 지나야 실전 등판이 가능했다. 1년 만에 돌아온 투수가 바로 100% 부상 전과 동일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복귀 첫해보다는 2년 차부터 원래 구위를 되찾는 사례도 많다.
김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투수가 원래 자기 구위를 되찾고, 경기를 치르면서 점진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이 있다. 밖에서는 '6월에 돌아오면 한창 좋았을 때처럼 해주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독인 나까지 그렇게 기대하면 안 된다"
고 말했다.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최선을 기대하되 최악에 대비한다'는 원칙이다.
조웅천 투수코치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조 코치는 "박종훈, 문승원이 돌아와서 바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6월에 복귀한다고 하지만 그때가 되기 전까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우리가 가진 자원들을 갖고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선발투수 줄부상으로 큰 고난을 겪었던 SSG는 올 시즌 최대한 많은 선발 자원을 비축해둘 계획이다. 김 감독은 "국내 선발 세 자리에 들어갈 후보로 5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는 새로 합류한 노경은을 비롯해 이태양, 오원석, 최민준, 김건우까지 5명이다.
이성으로는 비관해도 의지로는 낙관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젊은 투수들이 1군에서 등판 기회를 받았고, 기회를 잘 잡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경험이 쌓이고 쌓여 앞으로 팀의 미래가 될 거라고 본다"
면서
"박종훈, 문승원이 돌아와 자리를 잡으면 선발은 물론 불펜, 추격조까지 투수 뎁스가 더욱 탄탄해지는 효과가 있지 않겠나"
라고 내다봤다.
조웅천 코치는 "새로 합류한 노경은, 고효준 등 베테랑 투수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마운드 버팀목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젊은 투수들도 지난해 힘든 상황에서 한 시즌을 버티고, 중요한 경기에서도 던지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이 올 시즌 수확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 코치는 "비활동 기간 선수들이 준비를 정말 잘해왔다. 다들 몸 상태도 좋고 아직까지 부상 선수도 나오지 않았다"며 "물론 시즌 출발이 조금 어려울 순 있지만, 기존 투수들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좀 지나면 박종훈, 문승원이 온다는 희망도 있지 않나. 우리 선수들을 믿고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하면 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김원형 감독이 말했다. 지난해 상상의 범위를 초월하는 부상 악재를 겪으면서도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5강 싸움을 했던 SSG다. 지난해 경험으로 단련된 김 감독은 올 시즌 더 철두철미하고 빈틈없이 만일의 상황까지도 대비할 참이다. 김 감독은 "비관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라며 2022시즌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