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SSG 추신수 “야구하면서 단 한번도 만족해본 적 없다”[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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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SSG 추신수 “야구하면서 단 한번도 만족해본 적 없다”[일문일답]

짭퀴아오 0 158

[스포츠경향]
16447502944453.jpg SSG 추신수가 12일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야구를 하면서 단 한번도 만족해본 적이 없다.”

SSG 추신수(40)가 돌아왔다. 지난 5일 귀국 후 7일간 자가격리를 마친 추신수는 12일 인천 송도 오라카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붉은색 새 원정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지금 야구를 놓기에는 야구를 너무 좋아한다”며 “아직까지 열정이 식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고 졸업 후 미국에서만 20년을 뛴 추신수는 지난해 KBO리그 첫 시즌을 보냈다. 팔꿈치 부상 탓에 외야 수비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지난 시즌 137경기에서 타율 0.265, 21홈런, 69타점, 도루 25개, OPS 0.860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았다.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인 추신수는 SSG와 연봉 27억원에 재계약하며 KBO리그 2년차를 맞게 됐다.

추신수는 14일 인천 강화 SSG 퓨처스필드로 향한다. 따뜻한 실내훈련장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제주에서 진행 중인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계획이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몸 상태는 어떤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 올해는 격리기간이 일주일이랑 금방 지나갔다. 구단에서 잘 준비해준 덕에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기본적인 운동을 거르지 않고 했다.”

-어느 단계 운동을 하고 있나.

“2월15일이 되면 수술 받은 지 3개월이 된다. 그때부터 스윙을 할 수 있다. 공 던지는 건 3월 둘째주부터 가능하다. 개막 전에 뛸 수 있게끔 맞추는 게 제일 큰 목표다. 수술 당시만 해도 미국에선 개막 전에는 뛰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근데 재활 속도도 빠르고 결과가 좋아서 가능할 것 같다는 소견을 받고 한국에 왔다.”

-SSG와 1년 더 동행하기로 했다.

“작년엔 1년만 생각하고 왔다. 하지만 뛰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야구에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없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 제가 언제까지 야구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들이 야구를 잘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1년을 더 하게 됐다. 작년 팀 성적도,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점이 있다보니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지난해 열악한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 등을 지적한 이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선수들의 말에 귀기울여준 서울시에 감사하다. 저 혼자의 의견과 말로 변화된 건 아니다. KBO를 거쳐간 선배님들, 해외에서 뛰었던 박찬호·서재응 선배님들이 이미 말을 하셨기 때문에 저의 한마디에 힘이 더 실린 것 같다. 저희 팀도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초부터 시즌 끝나면 라커룸, 배팅케이지 등을 리모델링 한다고 이야기가 돼있었다. 예전에야 원정팀에 차별을 두고 열악한 시설을 쓰게 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 홈팀이든 원정팀이든 동등한 시설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변화해야할 구장이 몇군데 더 있다.”

-미국에 있는 동안 가족들에게 한국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왔나.

“아이들은 미국에서 야구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보니 ‘한국야구 쉽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저는 ‘네가 가서 한번 해봐라’라고 했다. 작년 제 경험상 KBO는 절대 약한 리그가 아니다. 분명히 수준도 있고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같이 생활하면서 보니 마음가짐 등이 부족하더라. 프로선수답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다.

“나한테 좋은 변화는 아니다. 룰이 바뀌었으니 따라야하는 건 맞다. 스트라이크존 변화를 너무 갑자기 하는 것 같다. 선수들도, 심판들도 많이 힘드실 거다. 20~30년간 몸에 밴 것들을 단 1년도 안 돼서 바꾼다는 건 제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미국에서도 룰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마이너리그에 먼저 도입해 차질이 없는지 살피는 충분한 과정을 거친다. 이번엔 너무 빨리 바뀐 것 같다. 선수들과 심판들이 머리로 생각은 하지만 몸이 따로 행동할 수 있다. 쉽진 않을 것이다.”

-이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시즌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 시즌에는 어떤 부분을 개선할 것인지.

“야구를 하면서 단 한번도 만족해본 적이 없다. 3할3푼을 치고 홈런 30개를 치더라도 아마 만족 못한다고 이야기했을 거다. 몸이 건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많은 시즌을 뛰다보니 야구 외적으로 힘들고 아쉬웠다. 항상 어떤 성적을 남겨도 만족을 해본 적이 없다. 100% 괜찮은 몸으로 성적을 남기는 한 시즌을 뛰고 싶다.”

-이반 노바(SSG), 야시엘 푸이그(키움)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KBO리그로 많이 왔다. KBO 선배로서 해줄 이야기가 있다면.

“노바 같은 경우 공의 무브번트가 좋았다고 기억한다. 푸이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야구 재능은 지금까지 (KBO에) 온 선수 중 최고가 아닐까.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어디든 그 나라만의 문화가 있고 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만 잘 지키면 좋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좋은 기록을 남긴 선수이기 때문에 한국야구를 밑으로 볼 수도 있다. 외국에서 온 선수들이 성공한 케이스와 그렇지 못한 케이스를 보면 그런 마음가짐에서 다른 것 같다. 푸이그 선수가 ‘난 미국에서 이렇게 했으니까 이렇게 해야지’라는 마음가짐만 없다면 어마어마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공으로 공을 치는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타격코치들이 추신수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모방했다고 하더라.

“그 훈련을 한지 4년 정도 됐다. 텍사스 타격코치님이 처음 알려줬다. 처음엔 열개 하면 2개 맞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건 2020년 겨울이다. 분명 효과있는 연습이었다. 누가 해서 그런 것보다도, 좋은 기량을 낼 수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들어온 신인이라도 그 선수가 잘하는 게 있으면 가서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하는지 물어볼 것이다.”

-강화에 가본 적 있나.

“처음이다. 2군 선수들과 만나 이야기해보고 싶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SSG 2군 선수들도 저희 가족이고, 이 선수들이 잘해야 우승할 수 있다. 개막전 25명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밑에 있는 선수들이 올라와서 잘해줘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얼굴 보고 같이 훈련하면서 도움이 되고 싶다.”

-키움 이정후가 최근 ‘기회가 되면 메이저리그에 가보고 싶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나는 홈런을 많이 치는 것보다 좋은 타자가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이정후 선수에겐 스트라이크를 치고 볼을 걸러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굉장히 놀랐던 게 한 타석에서 스윙을 한 번만 하려고 한다더라. 즉 자기가 노린 공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집중력과 그런 생각을 가진다는 자체가 다른 선수들보다 특별하다. 타석에서의 특별함, 볼과 스트레이크 골라낼 줄 아는 능력으로 볼 때 좋은 타자인 건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홈런 개수로 파워가 없다고 하는데, 파워는 경험이 쌓이면 나온다. 하지만 좋은 타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이정후는 같은 팀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선수다.

-작년 이맘때보다 부담이 덜할까, 더할까.

“작년에는 많은 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왔다는 점 때문에 어마어마한 기대감을 갖고 계셨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성적을 먼저 예상했다면, 올해는 온전히 팀을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선발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올해는 그 부분이 보완됐고 (박)종훈이랑 (문)승원이가 5~6월에 돌아오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다. 빨리 야구장에 나가고 싶다.”

-양현종이 텍사스에서 KBO리그로 돌아왔다.

“먼저 다가가라는 조언을 했던 게 기억난다. 선수들과 잘 지내라는 거였다. 미국에 돌아가서 텍사스 구단 관계자들과 밥을 먹다보니 현종이 얘기가 많이 나왔다. 한 선수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 선수가 떠났을 때 받는 거라 생각한다. 다들 현종이에 대해 ‘정말 프로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며 좋은 얘기를 했다. KIA랑 계약할 때 손편지까지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건 마음이 있어도 실천에 옮기기 힘들다. (미국에서) 한국선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와서 제가 더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현종이를 한번도 상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영상도 많이 보고 분석을 많이 해야겠다.”

-지난해 KT 투수 고영표를 상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설욕하고픈 마음은.

“설욕은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거다. 가능성이 없다(웃음).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고영표의 공이 정말 좋다. 고영표가 한 단계, 두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국제대회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한다.”

-외야 수비 욕심은.

“미국에서 가져온 스케줄을 보면 6월 초에는 공 던지는 프로그램이 끝난다. 팔에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6월 초에서 중순에는 수비가 가능할 것 같다. 수비 연습도 꾸준히 해서 팔이 괜찮아지면 당장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놔야 한다.”

-올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내년에도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야구를 놓기에는 야구를 너무 좋아한다. 어떻게 보면 (은퇴는) 이별이지 않나. 너무 좋아하다보니 선뜻 그만두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 미리 내년에도 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어렵다. 아직까지 열정이 식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식어야 하는데,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만둘 때가 다가와서 더 그럴 수도 있다.”

-국내에서 훈련 중인 류현진과는 연락을 주고받았나.

“미국에서 세 번 정도 페이스타임으로 통화했다. 현진이 같은 경우 한화 선수들을 (캠프에) 데리고 갔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야구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후배 선수들은) 돈 주고도 배우기 힘든 경험을 하는 거다. 좋은 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이대호 은퇴투어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대호가 은퇴투어를 하는 것에 왜 부정적인지 잘 모르겠다. 대호 같은 선수가 은퇴할 때 박수받지 못하면 과연 박수받을 만한 선수가 몇명 있을까. 소속팀이 우승을 못한 건 맞지만 야구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니지 않나. 대호가 아파서 경기를 안 나간 적도 없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부끄럽지 않게 잘 해냈다.”

-팀 동료 중 제일 보고싶은 선수는.

“아무래도 (김)강민이가 동기다보니 제게 제일 큰 도움을 줬다. 강민이가 항상 옆에서 많이 알려주고 가르쳐줘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다 보고싶다. 미국에 있을 때 애들이 연락을 되게 많이 했다. (이)태양는 저를 관리하듯이 페이스타임을 시도때도 없이 했다. 이제 그만하라고 할 정도였다.”

-KBO리그와 SSG 2년차, 올해 각오는.

“큰 부상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마흔살에 수술한다고 걱정을 많이 했다. 야구 몇살까지 하려고 수술하냐고(웃음).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아직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부상이라서 다행이다. SSG는 아픈 선수들만 없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올 시즌이 기대된다.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나아져서 많은 팬분들 앞에 서서 야구를 하고싶다. 야구가 좀 더 발전하는데 힘이 되는 한해였으면 좋겠다.”

노도현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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