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살려보자' 모두가 으X으X 하는데...왜 키움만 거꾸로 가나 [배지헌의 브러시백]
-키움 히어로즈, 강정호 복귀 재추진과 임상수 변호사 영입…대놓고 장석 히어로즈
-2년간 코로나19 여파 딛고 재도약 준비하는 리그 분위기에 찬물…"분위기 파악 못하나"
-리그 구성원들은 야구 인기 살려보겠다고 안간힘, 키움은 제 식구 감싸기와 경영권 지키기만
-키움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야구단인가? 키움의 대답이 궁금하다
이장석 전 대표이사(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 구성원이 아닌가요?"
최근 키움을 둘러싼 여러 부정적인 소식을 접한 다른 구단 핵심 관계자가 혀를 차며 말했다. 드러난 음주운전만 세 번인 강정호 복귀를 재추진한 것부터, 과거 '이장석 옥중경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상수 변호사를 임원으로 재영입한 것까지 다른 구단에서는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일이 키움에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키움이 다시 데려온 강정호와 임상수 변호사는 공통점이 있다.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아끼는 대상이자, 키움에서 이미 한 번 '손절'당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강정호는 2년 전에도 키움의 제안을 받고 리그 복귀를 시도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키움은 임의탈퇴 해지 신청을 않은 채 시간을 끌었고, 결국 강정호가 스스로 복귀를 포기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임상수 변호사는 '옥중경영' 논란이 불거진 뒤 구단 자체 감사위원회를 거쳐 자문변호사 계약 해지로 구단을 떠났다.
그랬던 키움이 이제는 강정호와 다시 계약을 맺고, 임상수 변호사를 임원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그 사이 달라진 건 구속 수감 상태였던 이장석 씨가 가석방 출소해 자유의 몸이 됐다는 점이다. 강정호, 임상수 변호사 복귀가 구단 지분 69.26%를 보유한 키움 야구단의 진짜 주인이 다시 돌아왔다는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팬들의 비판이나 야구계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 강정호는 복귀의 적법성을 떠나 현재 야구팬들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수다. 팬을 자처하는 극소수 트롤을 제외하면 만장일치에 가까운 반대여론이다. 돌아와도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좋게 마무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야구계와 구단은 물론 선수 본인에게도 전혀 득이 될 게 없는 선택이다.
임상수 변호사는 KBO가 "추후 리그 복귀시 상벌위원회 회부"를 예고한 대상이다. 2년전 상벌위 때는 이미 구단을 떠난 뒤라 제재하지 못했을 뿐이다. KBO에서는 키움의 임 변호사 영입을 '한번 해보자'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KBO 관계자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구단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SSG의 클럽하우스 대공사, KBO의 40주년 기념사업…모두가 필사적인데, 키움만 거꾸로 간다
리모델링한 문학 SSG 랜더스필드 원정 라커룸(사진=SSG)
키움 출신 야구 관계자는
"분위기 파악이 그렇게 안 되나?"
라며 한숨을 쉬었다.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금 KBO리그는 초긴장 상태다. 전례 없는 위기감 속에 죽어가는 야구 인기를 살려보겠다고 온 구성원들이 합심해서 힘을 모으는 중이다. 야구 인기는 갈수록 하락세인데 각종 사건 사고로 있던 팬들마저 마음이 떠난 상황. 2년간의 코로나19 여파와 무관중 경기로 야구팬들의 '직관'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13,000명 입장 허용에도 고작 800명만이 야구장을 찾은 작년 후반기 한 지방구단의 사례는 올 시즌의 예고편일 수도 있다.
작년 전반기 평균 0.77%였던 프로야구 중계방송 시청률이 후반기에는 0.54%까지 폭락했다. TV 대신 모바일로 시청해서 그런가 싶지만 모바일 중계방송 시청자 수도 반토막났다. 프로야구의 '바이럴' 자체가 2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한 수도권팀 마케팅 팀장은 "개막전 때 관중석에 빈자리가 많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이 안 올 정도"라고 털어놨다.
위기감을 느낀 구단들은 필사적이다. 류선규 SSG 랜더스 단장은 김광현을 영입한 뒤
"올해는 KBO리그에 정말 중요한 해다. 2년 연속 무관중 경기가 많았는데 김광현 영입으로 우리 구단이 강한 임팩트를 불어넣어서 흥행 바람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도 컸다"
고 말했다. 김광현도 "미국에 있으면서 구단주님과 SSG가 리그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걸 보고 나도 같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리그 발전과 팬서비스를 강조했다.
SSG가 40억원대 거액을 들여 홈구장 클럽하우스를 리모델링한 것도 같은 목적이다. SSG는 홈팀 라커룸과 사우나, 타격훈련 시설은 물론 원정팀 클럽하우스까지 싹 바꿨다. 원래도 시설이 나쁘지 않았던 원정 라커룸 조명, 바닥, 라커, 소파, 테이블, 의자를 교체했고 국내 구단 최초로 원정 클럽하우스 시설과 소모품 관리, 선수단 응대 요청 등 업무를 맡을 원정 클럽하우스 매니저 직급까지 만들었다.
SSG 관계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지출이 이뤄졌지만 '같이 멋있게 야구합시다'라는 문화를 만들자는 의미로 원정 클럽하우스 리모델링도 함께 추진했다"
면서
"KBO리그가 최근 하락세를 겪었기에 다시 팬들의 사랑과 인기를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진정한 팬 서비스가 아니겠나. 선수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SSG 외에 다른 구단들도 떠나간 팬심을 붙잡고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새로운 티켓 판매 방식을 도입해 호평을 받았다. 한화 이글스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를 제작해 24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LG 트윈스도 캐릭터 콜라보, 캐릭터 전용 SNS 계정을 통해 젊은 팬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KBO도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와 팬서비스를 준비했다. 모범적인 팬 서비스를 수행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팬 퍼스트 상'을 신설했고, 매월 마지막 일요일 경기를 '어린이 팬 데이'로 지정했다.
리그 40주년을 기념하는 KBO 역대 레전드 선수 40인 선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고 40주년 맞이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글로벌 OTT로 소개될 40주년 다큐는 2021년 KT 위즈 우승으로 시작해 각 구단 스프링캠프와 2022시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낼 예정이다.
그외에도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과의 협업, 리그 이모저모를 알리는 디지털 뉴스레터 기획/제작, KBO 리그 원년 창단 구단인 롯데-삼성전을 클래식 매치업으로 진행하는 기획까지 참신한 이벤트가 많다.
KBO리그가 키움을 계속 구성원으로 데리고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강정호가 2년전 기자회견 때 공식 사과하는 장면(사진=스포츠춘추 DB)
이렇듯 모든 리그 구성원이 어떻게든 야구를 살리고 조금이라도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인데, 오직 키움만 거꾸로 가고 있다. 눈치 볼 모기업이 없다고 아예 팬 여론도 야구계 눈치도 안 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리그 이미지가 어떻게 되든, 야구계에서 얼마나 혐오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말 잘듣고 자존심도 없는 대리인들이 욕까지 대신 먹어주니 거리낄 게 없다.
하지만 착각이다. 사실 프로야구 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구단이 바로 키움이다. 재벌기업 계열사인 다른 구단과 달리 키움은 야구단 운영을 주업으로 삼는 야구 회사다. 다른 팀들은 코로나19로 생긴 적자를 모기업 지원금으로 메꾸면 되지만, 키움에게 마이너스는 고스란히 손실로 남는다.
실제 거의 전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른 2020년 키움은 약 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생존 위기를 겪었다. 프로야구가 망하면, 제일 먼저 망하는 회사가 바로 키움이다. 기업으로서 존속하려면 누구보다 프로야구 인기를 끌어올리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구단이 바로 키움 히어로즈다.
모기업 지원금을 받는 구단들도 위기감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마당에, 제일 절박해야 할 키움이 리그 이미지와 인기를 '팀킬'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리그 구성원들이 기껏 애써서 리그 이미지를 개선해도 언제 터질지 모를 키움 리스크에 조마조마하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문제를 일으키니 더 문제다. 법과 규정의 빈틈을 이용해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사무국과 리그를 농락한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한때 야구 관계자 중에는 이장석 씨에 대해 "분명 악당이지만 능력만큼은 인정한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구단 책임 있는 관계자는 "옳고 그름을 떠나, 소속 구단에 이익이 되는 합리적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구속수감 전까지 이장석 씨가 내린 여러 결정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흑자를 내는 데 기여한 부분이 많았다. 다른 구단이 못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깜짝 놀랄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평가가 달라졌다. 특유의 합리성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의심케 만드는 악수를 계속해서 두고 있다는 평가다. 핵심은 '측근 챙기기'와 '경영권 지키기'다. 법조인 출신인 위재민 대표이사 영입, 임상수 변호사 재영입은 야구단 경영권을 지켜줄 법적 보호장벽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키움 출신 관계자는
"구속 수감된 뒤부터 이장석 전 대표의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다. 몸이 구속된 상태에서 외부 소식을 접하는 통로가 제한되자 일부 인사들의 잘못된 보고에 의존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이제는 아첨하는 이들만 남았다. 지금의 이 전 대표는 예전의 그 이 전 대표가 아니다"
라고 전했다.
야구단을 잘 운영해 프로야구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는 창단 초기 목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안팎의 파워게임에서 살아남아 재산을 지키려는 생존본능만 남았다. '키움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구단인가'란 질문에 답할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행태로 봐선 팬을 위한 구단은 절대 아니고, 우승을 목표로 하는 구단도 아니다. 야구를 통한 가치 창출이나 한국야구 발전을 꿈꾸는 구단이란 말도 하기 어렵게 됐다. 그냥 존재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존재가 지금 현재 키움의 모습이다.
생존 외에 다른 가치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야구단이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처럼 리그 전체의 노력에 역행하고 야구계를 우롱하며 리그 인기와 이미지를 깎아 먹는 구단을 KBO리그가 계속 구성원으로 데리고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는 키움이 질문에 대답해야 할 차례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