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택과 두산은 '공동 피고발인'이자 경제적 깊은 관계…'공정 기대'는 사치다 [SPOCHOO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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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택과 두산은 '공동 피고발인'이자 경제적 깊은 관계…'공정 기대'는 사치다 [SPOCHOO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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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시민단체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및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
-2022년 1월이 되도록 기소 여부는 고사하고, 검사만 교체한 채 수사는 무소식
-정지택 KBO 총재와 두산은 '공동 피고발인'이자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깊은 관계
-정지택 총재와 두산중공업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엄격한 검찰 수사로 '초헌법적 특권계급'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 알려야
1643940313971.jpeg 지난해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온 정지택 KBO 총재(사진 좌로부터)와 배우 고우리 씨(사진=스포츠춘추)

[스포츠춘추]

또 해를 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소리가 들린다.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란 지적이 제기된다. '초헌법적 특권계급이 실재한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지택 총재와 두산중공업 전·현직 이사진을 두고 하는 소리다.

2020년 4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부실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부당지원을 결정한 두산중공업 전·현직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 및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무리한 사업으로 인해 두산건설의 부실 상태가 명백함에도, 두산중공업은 합리적 경영 판단 및 실현 가능 회수계획 없이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는 게 고발 이유였다.

고발 대상엔 박지원 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해 정지택 KBO 총재가 포함됐다.  정 총재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2천억 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2011년 6월 당시 두산중공업 대표이사였다.

- "두산건설에 손해 발생할 거 알면서 두산건설에 막대한 지원했다." 배임혐의로 고발된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 -

16439403141086.jpg 정지택 전 부회장을 비롯한 두산중공업 이사진을 검찰에 고발한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참여연대)

두산중공업의 막대한 지원에도 두산건설은 부실을 극복하지 했다. 2019년 상장 폐지됐다. 두산중공업도 2014년부터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누적 당기순손실이 약 1조 3,495억 원에 달하는 등 재무 상태가 극도로 악화했다. 2020년 3월엔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려고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조 원의 대규모 긴급대출까지 받았다.

고발인인 참여연대 관계자는 "피고발인들은 두산중공업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두산건설에 막대한 자금지원을 해 최소 5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며 "피고발인들의 의사 결정은 명백한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정 총재는 2016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 두산중공업이 4억 원을 출연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즈음 두산중공업의 당기순손실은 무려 4,500억 원에 달했다.

따지고 보면 두산중공업은 정 총재가 대표이사이던 2014년 이후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2014~2019년 말 동안 약 1조 9,4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정 총재는 2018년 3월 28일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두산중공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퇴임 후엔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역설적이게도 정 총재 옹립에 나섰던 사람들은 이런 정 총재를 다른 구단에 'KBO의 미래를 이끌 경영 수완자'로 소개하기 바빴다"며 "프로야구 인기가 수직 낙하하는 지금도 그분들이 정 총재를 가리켜 '경영 수완자'이라고 부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정지택 KBO 총재와 두산은 '공동 피고발인'이자 경제적으로도 여전히 깊은 관계 -

16439403142377.jpg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에서 두산 전풍 대표이사와 정지택 KBO 총재의 대화 내용(그래픽=스포츠춘추)

정지택 KBO 총재에게 두산은 평범한 전(前) 직장이 아니다. 두산그룹에도 정 총재는 단순한 전 임원이 아니다. 양자는 특경가법 및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함께 고발된 피고발인이다. 법조계에선 이런 공동 피고발인을 '공동 운명'으로 부르곤 한다. 서로의 의견과 진술에 따라 향후 양자의 운명이 일치하기도,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자는 경제적으로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정 총재는 2020년 1월KBO 총재 취임 당시 10개 구단 사장이 모인 이사회에서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무보수로 봉사하겠다" 고 공언했다. 두산과의 관계에 대해선 "전에 다니던 직장"이라며 지금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총재의 '무보수 봉사' 주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야구계와 팬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됐다.  엠스플뉴스(스포츠춘추의 전신) 취재를 통해 정 총재가 두산그룹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2018년 3월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고문직을 보장받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문료를 포함해 최고급 자동차 리스 비용 및 운전기사까지 보장받는 조건 임이 추가로 밝혀졌다.

정 총재는 이 사실을 철저히 숨기다 엠스플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그제야 고문료와 차량, 수행기사를 제공받는 걸 인정했다. 하지만, 정 총재는 야구계와 팬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사과 대신 "리그 중단을 이끈 후 두산그룹으로부터 차량을 제공받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배임 혐의로 함께 고발된 피고발인 신분에 여전히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 양자는 지난해 리그 중단 사태 땐 "짬짬이"란 의심을 샀다. 리그 중단을 결정한 KBO 긴급이사회에서 두산 베어스 전풍 사장이 "'리그 중단'이라는 말을 어디에도 표현하지 마라"며 입단속을 요구하자 정 총재가 "좋은 말씀"이라고 맞장구를 친 건 양자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 보여주는 극적인 대목이었다.

실제 양자의 대화 후 KBO 보도자료엔 '리그 중단'이란 문구가 사라지고 '리그 순연'이 등장했다.

- 정지택 총재와 두산중공업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엄격한 검찰 수사 진행돼야 -

16439403143949.jpg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정지택 KBO 총재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 정 총재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 구단에 '골프 회동 때 핸디를 주겠다'고 말하는 장면(그래픽=스포츠춘추)

정지택 KBO 총재가 여전히 두산그룹으로부터 고문료를 비롯한 각종 금전적 편의를 제공받는 이상 정 총재는 KBO리그를 이끌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가뜩이나 그는 언론 보도 전까지 이 사실을 숨긴 채 KBO 수장에 올랐다. 심지어는 KBO 이사회 멤버들에게도 철저히 함구했다.

특히나 지난해 리그 중단 사태 이후 정 총재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엄중 경고'를 떠나 야구계와 야구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정 총재가 페어플레이, 클린베이스볼을 언급하는 건 드라큘라가 피보다 생수를 선호한다는 말처럼이나 비현실적으로 들릴 뿐이다.  무엇보다 정 총재가 계속 KBO 수장인 이상 두산은 계속 불필요한 오해에 시달릴 것이다.

정 총재가 KBO 수장인 건 대한민국 야구계의 수치다. 배임 혐의로 고발된 정 총재와 두산중공업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 검찰이 수수방관하는 건 법의 수치다. 정 총재가 유력 정치인의 형이 아니었어도, 그가 고위 관료 출신이 아니었어도, 그가 대기업의 부회장 출신이 아니었어도 검찰이 이렇듯 뒷짐을 지고 있었을지 의문이다.

정 총재와 두산중공업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엄격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그들이 '초헌법적 특권계급'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 바란다.

기사제공  스포츠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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