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새도록 스몰 라인업을 서야 할 겁니다"
[루키=원석연 기자] 한국시간으로 5일, 댈러스 매버릭스와 시즌 첫 맞대결을 위해 댈러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 도착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로스터는 휑했다.
클레이 탐슨, 제임스 와이즈먼, 케본 루니, 마퀴스 크리스, 조던 풀, 알렌 스마일라직, 니코 매니언 등 이미 이탈한 7명 부상자 명단에 경기 시작 90분 전 전해진 에릭 파스칼의 무릎 부상 소식까지. 골든스테이트는 단 9인 로스터로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선수단의 줄부상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 팀에게나 으레 찾아오는 불운이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의 이번 줄부상은 다른 팀보다 좀 더 불운해 보였다. 왜냐하면 와이즈먼, 루니, 스마일라직, 크리스 그리고 이날 아웃된 파스칼까지 골밑을 지켜야 할 센터 포지션의 선수들이 거짓말처럼 한 명도 빠짐 없이 동시에 부상자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드레이먼드 그린이 선발 센터로 나갈 거고 후안 토스카노 앤더슨이 4번에 섭니다. 이들의 역할은 서로 바뀔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오늘 밤새도록 스몰 라인업을 서야 할 겁니다."
아무리 농구가 신장 아닌 심장으로 하는 스포츠라고 하지만 이날 경기는 골든스테이트에게 가혹한 경기였다. 하필 센터가 로스터에 한 명도 없는 날, 평균 신장 201.7cm로 리그 서른 팀 중 두 번째 높이를 자랑하는 댈러스를 만났으니 말이다.
이날 양 팀의 키차이가 어느 정도였냐면, 이날 골든스테이트의 센터였던 그린(198cm)보다 댈러스의 포인트가드 루카 돈치치(201cm)의 키가 더 컸다. 심지어 댈러스에는 리그 최장신으로 유명한 224cm 보반 마리아노비치와 221cm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도 있었다. 골든스테이트는 그런 댈러스에 그린과 토스카노 앤더슨으로 맞섰다. 198cm 토스카노 앤더슨은 심지어 NBA 정식 계약 선수도 아니다. 그는 G리그를 오가는 투웨이 계약자다.
"우리 로스터를 보고 우리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스테픈 커리가 말했다.
커리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커 감독과 커리 그리고 골든스테이트는 시즌 처음으로 맞은 센터 없는 스몰 라인업에 익숙했던 기억을 되찾았다. 과거 '데스 라인업'이라 불리며 리그를 호령했던 왕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왕조 시절 골든스테이트의 클라이막스는 언제나 3쿼터였다. 전반까지 종종 밀리다가도 본격적으로 센터 없는 스몰볼을 펼치는 3쿼터만 되면 믿기지 않는 화력으로 경기를 뒤집어 4쿼터를 가비지 타임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커 감독이 부임한 지난 14-15시즌부터 19-20시즌까지 골든스테이트는 6시즌 동안 3쿼터 평균 득점 리그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 없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도 그랬다. 리바운드 열세 속 전반을 74-76으로 뒤진 채 마친 골든스테이트는 3쿼터, 탈수기 같은 운영으로 36-20 마진을 기록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3쿼터에 가장 높은 코트 마진을 올린 선수는 +17을 기록한 두 명, 왕조의 산 역사인 그린과 커리였다. 경기의 최종 기록은 147-116. 골든스테이트가 140득점을 넘긴 건 올 시즌은 물론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도 처음.
"이곳 NBA에서 대부분 팀은 비슷한 방식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커 감독이 말했다.
"패턴을 막는 덴 모두 도가 텄죠. 그러나 오늘 밤 우리처럼 모든 선수가 포지션 없이 뒤죽박죽 엉켜 경기 내내 공을 핸들링한다면, 상대는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커 감독의 말처럼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37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동안 단 8개 실책에 그쳤다. 3점슛은 51.2% 성공률로 22개를 넣었는데, 페인트존 득점 또한 54-36으로 댈러스를 압도했다.
포인트 포워드 아니 포인트 센터로 출전한 그린은 11점 6리바운드 그리고 15어시스트로 시즌 최고의 경기를 치렀다. 센터로 나와 15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는 NBA 역사 속 윌트 체임벌린 니콜라 요키치 그리고 그린 단 세 명뿐이다.
올 아웃으로 드넓어진 코트와 쉴 새 없이 전개되는 빠른 페이스 속 켈리 우브레 주니어는 커리어하이 40득점을 올렸다. 우브레는 이번 시즌 골든스테이트에서 커리 제외 첫 30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렇게 오늘처럼 벤치에 선수가 부족할 때 종종 이렇게 가장 재밌는 경기가 나옵니다."
커 감독이 말을 이어 갔다.
"모두 자기가 뛸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올 시즌 맞이한 최악의 위기 아래, 그들은 비로소 정체성을 찾았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계속 이런 경기만 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