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보는 관점에 관하여...

테슬라를 보는 관점에 관하여...

코드장이 9 2175

*** 알립니다.

*** 테슬라의 높은 PER이 당연하다거나, 앞으로 천 조 기업에 도달할 것이니 지금이라도 사자라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 기술 기업을 보는 관점에 대한 소개 차원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테슬라는 여전히 적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에서 빅테크 플랫폼 기업 바로 다음에 있습니다.

물론 자산 버블의 시기에 일시적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운 좋은 기업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플랫폼 업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하며, 이 글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현시대 대표 플랫폼 모델은 애플에 의해 시작되어 완성되었습니다.

애플은 독창성 있는 외형 디자인, 기기에 따라 합리적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 앱스토어 수익 모델, SW의 클라우드화, 그리고 회로 디자인을 넘어서 고성능 칩 디자인까지 플랫폼 수직 계열화를 이뤄냈습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 역시 전자상거래에서 시작해 유통을 IT화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든가(아마존), 사무용/개인용 PC부터 클라우드 서버까지 지급 가치 있는 SW 플랫폼을 구축한다든가(MS) 하는 형태로 자신만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뤄냈죠.

성공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축한 기업들은 이익 성장과 사업 확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시작해 2차전지, 태양광 발전과 기가팩토리, 그리고 자율주행을 위한 AI 머신비전 알고리즘과 이것을 효율적으로 해낼 AI칩 설계 등 자신만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구축해가는 이 모빌리티 플랫폼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서도 전통 자동차 OEM에서도 쉽게 넘어오지 못하는 비즈니스상의 해자가 있습니다.


구글(알파벳)이 오래전부터 웨이모라는 자회사를 통해 뛰어난 자율주행 성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용 차량에 탑재해 판매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애플은 몇 년 전부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해 왔으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적극적으로 파트너 타진에 나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을 만큼 구체적인 행동이 임박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하고 여전히 결정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입맛을 맞춰 줄 파트너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요.



전통차 OEM 쪽은, 테슬라를 아마추어 덕후 몇 명이 전기차 만들어 가는 것을 "쉽지 않을걸" 콧방귀 끼며 느긋하게 지켜봤었죠. 그렇게 뚝딱뚝딱해서 몇 대나 만들어 팔겠냐, 결국 지나가는 바람이고 이 형님들이 하는 것을 잘 보고 배우라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테슬라 방식을 모방하느라 바쁘죠. 자율주행 기술을 포함한 SW도 뒤쳐지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방식도 달라서 때에 따라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지도 모르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이 테슬라-like한 플랫폼 모델을 따라가는 게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각각 떼어서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내부 검토했거나 장기 전략으로 추진하던 것들인데, 급하게 통합 시스템 관점으로 엮어내려고 봤더니 일부 준비도 부족했고(SW/부품 R&D 외주화), 조직의 비효율화 등 내부의 걸림돌도 상당해서 생각처럼 쉽게 따라잡지 못하더라는 거죠.


업력이나 강력한 서플라이 체인을 보면 그 격차가 회복 불가능하게 벌어진 것은 아닌데, 그 단단한 레거시 시스템이 오히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부터 바뀌어야 하는 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뒤에도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만 하더라도 테슬라는 자체 R&D 시스템을 갖추고 칩 설계까지 직접 하고 있지만, 전통 OEM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인수/투자와 내부의 R&D 팀 운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ECU도 굳이 레거시 시스템을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기능 단위로 묶어 통합 ECU로 설계해 버렸죠.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현대차가 올해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을 만큼 시간적 격차가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OTA(FOTA/SOTA)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누구나 쉽게 만들고 사용하고 있는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자동차에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전통 OEM의 대응은 자체 SW팀 역량으로 따라가기 버거워 조직을 개편하고 SW 전문 인력(OTA 경력직 등)을 충원하는 것이었죠. 이미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기술이니까 구현하는 것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레거시 시스템의 HW 설계가 이를 충실히 받쳐주지 못해 여전히 테슬라의 OTA에 미치지 못합니다.


2차전지 내재화 계획이나 충전소 운용까지, "테슬라는 이렇게 하던데 너희는 어떻게 할 거니?"라 묻는 투자자들에게 앞으로 계획을 설명하기 바쁘죠.



미래의 모빌리티 플랫폼은 배달 등 특수목적 차량의 확대, 로봇택시나 승차 공유 서비스 등 니즈가 다양해져서,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던 테슬라조차 우위를 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철학 없이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양 진영(빅테크 플랫폼, 자동차 OEM)이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출발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며, 이런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고 기업을 '설계'한 일론 머스크라는 기인의 목표대로 AI+로봇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목표가 뚜렷하고, 지금까지 그것을 성공적으로 증명해왔고, 하나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설명력을 가지는 기업입니다.

재작년에 운을 띄운 Dojo 역시 그 과정 중 하나이고, 다시 한번 테슬라와 테슬라-like 경쟁자들의 격자를 확인해볼 수 있는 마일스톤입니다.



누구나 다가올 미래로 그리는 AI+로봇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시대는 분명 올 것입니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점이 전기차(에너지)와 자율주행을 근간으로 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며, 현재까지 퍼스트 무버가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9 Comments
몸튼튼맘튼튼 2021.06.01 07:20  
고속연산 칩은 엔비디아가 더 잘 말들수도 있지만 자동차에 최적화하는건 테슬라가 더 잘 하는듯한 느낌이네요. 결국 이런한 부분들을 SW 적으로 얼마나 발전하고 전체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느냐인데 기존 내연기관 회사들이 빠를지? 테슬라가 빠를지? 개인적으로 우주선도 만드는 회사라 기술적 확신이 크네요~^^)a
무먹는개 2021.06.01 07:20  
@몸튼튼맘튼튼님 스페이스엑스와 테슬라는 다른 회사입니다요
달타냥1 2021.06.01 07:20  
@무먹는개님 다른 회사이지만 기술의 많은 부분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싱글 다이 캐스팅이나 사이버트럭의 재질 역시 역시 스페이스X의 재료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슈가레빗 2021.06.01 07:20  
좋은 회사죠. 상대적으로 쌀 때 사면 좋아요!
대한민국사람 2021.06.01 07:20  
좋은 뷰 공유 감사합니다.
선잎 2021.06.01 07:20  
개인적으로는 기가 프레스로 찍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경량화 및 안전성에 매우 유리하다고 보고있습니다. 지금도 테슬라 차량이 탱크 같다느니 그런 얘기가 나오곤 하죠.(안전 하나만 보고 볼보를 고르는 사람도 있죠.) 조만간 발표할 플래이드 모델과 FSD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FSD 기술 유출 같은 리스크도 있어 보입니다(중국 애들...ㄷㄷ)
달타냥1 2021.06.01 07:20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 자동차 시장의 뷰를 관점으로만 테슬라를 보는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phones 2021.06.01 07:20  
모두 다 인정하는 바입니다. 다른 회사들의 저력이나 대응 속도를 면밀히 봐야 균형접힌 시각이 생긴다고 봅니다. 모빌리티 회사를 표방하더라도 차를 팔아서 이익을 내야 큰 그림이 완성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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