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후 모회사 가치평가
저도 한국조선해양에서 데이고 손절했었는데, 물적분할 후 모회사의 가치가 현실에서 너무 낮게 평가되는게 아니냐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현대중공업 주식 79.72%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현대중공업의 현재시총의 80%만큼이라도 더해서 밸류에이션을 하는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식이라는 종이쪼가리가 가치를 가지고, 우리가 그걸 돈주고 사는 이유는, 그 주식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어줄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주주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돈을 벌수 있고, 소액주주들은 그 주식에서 배당을 받아돈을 벌거나 크게 성장해서 비싸게 되팔수 있다는 기대를 가집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아니라 법인인 모회사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자회사주식을 보유하는 걸까요?
기본적으로는 자회사에서 로얄티나 브랜드사용료를 징수해서 매년 돈을 벌 수 있을겁니다. 아니면, 자회사가 해마다 배당을 해주고 지분에 비례해 배당소득으로 돈을 벌어줄것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모회사가 들고 있는 자회사 주식의 가치는 이렇게 현재 주식의 가격이 아닌 현금창출력 만큼만 반영하는게 맞습니다. 시총이 작더라도 돈을 따박따박 벌어다주는 알짜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그렇지 않은 짐덩어리라면 시총이 몇조라 해도 모회사의 기업가치에 플러스는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본배치의 차원에서는 마이너스 밸류에이션이 될 뿐입니다.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그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은 성장이 아닌 퇴행을 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래서 장부가격이 높은데 자본배치를 제대로 못해 경영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기업은 장부가격대비 가치가 낮아져 저PBR주가 되버립니다.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79.72%를 들고 있어도, 현대중공업이 은행이자만도 못한 배당을 한다면 지금 당장 한국조선해양에 반영해야 하는 현대중공업 지분가치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됩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쓸데없는데에다 낭비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회사, 같은 주식을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다른 잣대로 밸류에이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성장성을 기대해 같은 주식도 높은 가격으로 사줄 수 있겠지만, 모기업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의 현금흐름창출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보유지분의 가치평가가 달라질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물론, 모회사가 투자업을 영위하는 투자전문회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돈을 버는 게 주업이라면, 가지고 있는 지분가치에 비례해 밸류에이션을 하는게 정당합니다.
그렇다면, 나중에 현대중공업이 장사가 정말 잘되어서 떼돈을 벌고, 시가배당 10%씩 엄청난 배당을 해주는 때가 온다면 그때에는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가치가 어떻게 될까요? 그 때는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상장사냐 비상장사냐에 관계없이 지분가치를 고스라니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가치에 더해주는게 당연할겁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겁니다. 애초에 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사이고, 해당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오너들의 지분이 전혀 없는 현대중공업이 그런 폭탄배당을 해서 소액주주들만 좋을 일을 해줄건지 매우 의심스럽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