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 오판의 심리학 <질의 응답>
<질의 응답>
이미 약속한 것처럼 난 몇 가지 일반적인 질문을 하고 그것에 대한 답을 할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복잡한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된 심리학적 경향의 리스트는 유클리드의 체계와 비교했을 때 유의어 반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심리학적 경향들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심리학적 경향이 다른 방식으로 제시될 수는 없었나?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예,’ ‘예' 그리고 ‘예’이지만 이것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경향들을 더 개선하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심리학과 같은 사회과학에서 그렇게 방대한 복잡함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매우 제한적인 잠재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밀그램의 실험처럼 통제적인 심리학적 실험 대신 당신의 시스템을 통해 실제 환경에서 여러 가지 심리학적 경향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진단 가능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나는 맥도넬 더글러스의 비행기 탈출 시험 사례를 아주 좋아한다. 새로운 비행기 기종을 판매하기 전, 정부는 만석의 상황에서 정해진 짧은 시간 내에 탑승객 모두가 탈출하는 실험을 요구한다. 그리고 시험에 참여한 해당 기종은 당연히 그 실험을 통과해야 한다. 정부는 그 실험이 현실적일 것을 지시한다. 따라서 탑승객 모두를 스무살 운동선수로 채워서 이 실험을 통과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맥도넬 더글러스는 이 실험을 어두운 격납고에서 많은 노인을 탑승객으로 활용해 수행했다. 실험용 객실은 대략 콘크리트 바닥에서 6미터 높이 위에 있었으며 적잖이 흔들리는 고무 미끄럼틀을 통해 탈출해야만 했다. 첫 번째 실험은 아침에 있었다. 20명 정도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정해진 시간마저 초과하였기에 시험에 통과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도넬 더글러스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맥도넬 더글러스는 오후에 다시 한 번 실험을 반복했고 또 다른 실패와 함께 이번엔 20명이 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그중 한 명은 영구적인 마비를 갖게 되었다.
A380 응급 탈출 실험
어떠한 심리학적 경향이 이러한 끔찍한 결과를 만들었을까? 내가 만든 심리학적 경향 리스트를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면 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도출할 수 있다. ‘보상과 처벌 과민반응 경향’은 맥도넬 더글러스가 빨리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회사를 압박한 또 다른 경향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일을 추진하려는 ‘의심 기피 경향’이었다. 그리고 실험이 현실적일 것을 주문한 정부의 지침은 ‘권위 복종 경향’으로 작용하여 맥도넬 더글러스가 너무나도 명백하게 위험한 실험 방법을 사용하는 과잉반응을 하게 만들었다. 행동방침이 정해졌으니 이번엔 ‘불일치 기피 경향’이 거의 바보 같은 계획을 보호하게 했다. 나이든 실험 참가자들이 높은 객실과 콘크리트 바닥이 있는 어두운 격납고에 도착했을 때, 이 상황은 맥도넬 더글러스 직원을 불안하게 만들었을 것이 틀림없지만 그들은 다른 직원이나 감독관들이 반대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사회적 검증 경향’은 불안함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계획된 일을 계속하게 했고, 이 계속성은 ‘잘못된 권위 경향’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발생하는 재앙과 더불어 오전 실험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맥도넬 더글러스는 오전 실험 실패의 강력하고 불편한 증거를 무시했는데 이것은 강력한 ‘박탈에 대한 과민경향’에 영향을 받은 확증 경향이 원래의 계획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맥도넬 더글러스의 ‘박탈에 대한 과민경향’은 마치 많은 돈을 잃은 후에도 마지막 판돈을 크게 거는 도박꾼과 비슷한 것이었다. 어쨌든, 맥도넬 더글러스는 그 실험을 예정대로 통과하지 못한다면 많은 것을 잃을 처지에 있었다. 아마도 심리학에 근거한 더 많은 설명이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내용은 내가 주장하는 체크리스트 사용의 유용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세 번째 질문 역시 복합적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 심리학적 경향들의 리스트가 보여주는 사고체계가 어디에 쓸모 있을까? 이러한 심리학적 경향은 사람들의 심리에 폭넓은 진화 (유전적이고 문화적인 진화의 결합)에 매우 치밀하게 프로그램된 것이라 이러한 경향을 없앨 수 없기에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심리적 경향들은 나쁜 측면보다 좋은 측면이 더 많다는 것이다. 사람이 가진 제한적인 두뇌 용량과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 이것이 이롭지 않으면 앞서 말한 경향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심리학적 경향은 단순히 자연스럽게 지워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설명된 심리학적 사고체계가 제대로 이해되고 사용된다면, 선한 행동과 지혜를 전파하고 재앙을 피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심리학적 경향이 언제나 운명적인 것이 아니다. 심리학적 경향을 이해하고 그것의 해결책을 아는 것은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방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여기 기초적인 심리학 지식의 지대한 효용성을 상기시키는 짧은 사례의 리스트가 있다.
하나: 칼 브라운의 커뮤니케이션 관행
둘: 항공기 조종사 모의 훈련 활용
셋: 알코올 중독자 모임의 시스템
넷: 의과대학의 임상 실습 방법
다섯: 미국 헌법제정 회의 규칙. 완전한 비밀회의, 최종 투표 전까지는 투표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고,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언제든 자신의 표를 물릴 수 있으며, 헌법 전체에 투표자 한 사람이 단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음. 이러한 것은 심리학을 존중하는 매우 영리한 규칙들이다. 만약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 다른 절차를 사용했다면 많은 사람은 다양한 심리학적 경향에 영향을 받아 앞뒤가 맞지 않는 확고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심리학적으로 예리했기에 우리의 헌법을 간발의 차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여섯: 한 사람에게 부여된 의무를 더 잘 수행하게 만드는 할머니의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규칙의 활용.
일곱: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의사결정 나무(Decision Tree). 젊고 어리석었던 어린 시절, 난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스물여덟이나 먹고서야 고등학교 수학이 실제 삶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배우고 앉았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심리학적 경향이 불러온 나쁜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 수업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늦더라도 안 한 것보단 낫다.
한국인 직업 결정의 의사결정트리
여덟: 존슨 앤드 존슨의 부검 결과물 사용 방식.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인수했는데 그것이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오면, 대부분 기업에서는 그 어리석은 인수를 가능하게 만든 모든 사람, 서류, 그리고 발표자료 등은 재빨리 사라질 것이다. 그 누구도 그것을 언급하는 것으로 인하여 나쁜 결과에 연관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다. 하지만 존슨 앤드 존슨에서는 예전 취득물을 다시 검토하여 예측과 결과를 비교하도록 하는 규칙이 있다. 매우 현명한 방식이다.
아홉: FDA가 약물 실험의 연구에서 요구하는 ‘이중 맹검’의 반 확증 경향 방식. 찰스 다윈이 확증 경향을 피하고자 사용한 방식.
열: 공개호가경매에 대한 워런 버핏의 규칙. “그곳에 가지 말아라.”
네 번째 질문은 ‘당신의 리스트가 보여주는 사고체계에 숨어있는 특별한 지식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다.
한 가지 답은 역설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심리학 체계를 배울수록 그것을 이해할 때 얻는 지혜의 효용 가치는 감소한다. 그것이 기초물리학의 법칙을 연상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쩔 도리는 없다. 순수 수학에서도 모든 역설을 찾아낼 수 없기에 심리학이 역설을 가진 것에 놀랄 이유는 없다.
효용가치의 바람직한 예
조종을 당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와 같은 인식의 변화에도 역시 약간의 역설이 있다. 이것은 역설에 역설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러한 경우를 즐기던 때가 있었다. 수년 전 한 아름다운 여인을 내 저녁 식사 상대로 맞이한 적이 있다. 그전까지 난 그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로스앤젤레스의 유명인과 결혼한 여자였다.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아 아름다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찰리, 어떤 단어가 당신 인생의 뛰어난 성공을 설명하나요?” 난 그것이 계략을 꾸미려는 속셈에 의한 것이란 것을 알아차렸지만 꽤 재미있다고 느꼈기에 그녀를 어떠한 가슴 두근거림도 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합리적”이라고 대답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판단할 문제이다. 난 어쩌면 내가 입증할 생각이 없는 어떤 심리학적 경향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섯 번째 질문은 “심리학과 경제학 사이의 조화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이다. 내 대답은 ‘예’이고 이에 대한 약간의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난 그러한 예를 들어본 적이 있다. ‘실험 경제학’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콜린 카메러는 높은 지능지수의 학생들이 현실의 실제 돈을 다루는 실험을 창안했다. 학생들이 A의 가치를 가진 것에 A+B 만큼의 금액을 지불하게끔 설계된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이 어리석은 행동은 학생들 사이의 ‘주식(Security)’ 거래를 허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실제로 일부 학생은 다른 학생에게 A+B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넘길 수 있다고 기대하여 A+B가격을 지불했다. 내가 여기서 자신 있게 예견하고자 하는 것은 카메러 교수의 실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나 기업금융담당교수들은 “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Hard Form Efficient Market Hypothesis)”에 대한 그들의 근본적인 믿음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게 똑똑한 사람들이 심리학적 경향의 영향을 받아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역주 : 처분 효과라고 불리는 이 실험은 가격이 오른 주식은 너무 빨리 팔고, 손해 본 주식은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일반 투자자의 경향을 증명했다.)
세계최고의 두뇌들에게 강의하는 머머리교수님
여섯 번째 질문이다. 도덕적이고 신중한 문제는 이러한 심리학적 경향의 지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내 대답은 ‘예’이다. 예를 들어, 심리학적 지식은 설득력을 향상하고 다른 힘과 마찬가지로 좋은 일 혹은 나쁜 일에 사용될 수 있다. 토머스 쿡 선장은 선원들이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먹어서 괴혈병을 피할 수 있도록 심리학에 근거한 속임수를 사용한 적이 있다. 나는 비록 그 행동이 고의적인 속임수였지만 쿡 선장이 처한 상황에서 이러한 행동은 윤리적이면서도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의 심리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당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교묘하게 속인다면, 당신은 도덕적이고 중대한 실수를 하게 될 것이다.
도덕적 실수는 명백하다. 중대한 실수는 의식에 영향을 끼치려는 대상인 수많은 지식인이 당신이 하려는 행동을 파악하고 당신의 행동에 분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이 글에 현실적인 실수 또는 논리적인 실수가 있지 않을까?’이다. 내 대답은 ‘예’ 그리고 거의 확실하게 ‘예’이다. 거의 15년 전 발달 심리학에 관한 책 한 권을 읽은 것을 제외하고 심리학에 관련된 책은 전혀 읽지 않았고 심리학 수업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여든 한 살의 노인이 기억에 의존해 50시간에 걸쳐 이 글의 마지막 검토를 마쳤다. 그렇지만, 내 전체 글은 매우 유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내 모든 후손과 친구들이 내가 이야기한 것을 조심스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아가 난 더 많은 심리학 교수들이 다음의 분야에서 나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1) 많은 역발상 활용, (2) 심리적인 체계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추구하여 그것이 체크리스트로서 더 잘 활용되게 만들기, 그리고 (3) 심리학적 경향들의 결합에 따른 효과를 특히 강조하기.
이제 내 이야기는 끝났다. 이 글을 읽으며 내가 글을 쓰면서 느낀 즐거움의 10%라도 누릴 수 있었다면, 당신은 운 좋은 수혜자이다.
“피터, 당신과 워런이 내가 이 글을 다시 쓰도록 끌어들였고, 내 모든 삶을 가져갔어. (2005년 2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