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작업하기 싫어서" KT 상식 깬 관리 소홀에 정부조차 “당황스럽다”
"야간에 작업하기 싫어서" KT 상식 깬 관리 소홀에 정부조차 “당황스럽다”
이유진 기자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가, 그것도 주간에 이런 사고가 나왔다는 게, 파란 불에 신호를 건너지 않아서 교통사고가 난 것 같은, 생각지도 못한 사고라 저희도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허성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29일 ‘KT 네트워크 장애 원인분석 결과’ 브리핑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답했다. 허 실장은 “네트워크 작업을 야간에 하거나, 이런 작업을 한두 시간 시험한 뒤 오픈한다는지 이런 건 10여년 전부터 기본 상식에 통한다”며 “정부가 규제해야 할 대상인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5일 전국 KT 유무선통신망을 멈춰 세운 원인은 명령어 한 줄의 오류를 비롯한 ‘인재(人災)’의 중첩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국사 협력업체 직원은 교체 장비의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을 하다가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들어가야 할 명령어 중 ‘엑시트(exit)’라는 한 단어를 빠뜨렸다.
전체 스크립트(명령글)에 오류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전검증 단계가 두 차례나 있었지만,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체계여서 이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에 작업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감독을 해야 할 KT 관리자는 자리를 비웠다.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관심은 당초 심야~새벽 시간에 예정됐던 기업망 라우터(네트워크간 통신을 중개하는 장치) 교체 작업이 왜 월요일이던 25일 낮 시간에 이뤄졌는가에 쏠렸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과기부가 수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협력업체 직원들과 KT 관리자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왜 주간작업을 했는지는 ‘야간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주간작업을 선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KT가 야간작업을 하기 싫어 협력업체에 주간작업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홍 정책관은 “주간작업이 이뤄진 것은 KT 관리자와 협력사 직원 양쪽 합의하에 이뤄졌고 한쪽의 단독 결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KT 관리자 없이 협력업체 직원들끼리 작업을 수행한 이유에 대해 최성준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과장은 “KT 관리자에게 확인한 결과 다른 업무가 있어서 자리를 비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은 역시 사람의 실수, 이른바 ‘휴먼 에러’의 중첩이었다.
홍 정책관은 “스크립트 작성은 KT와 협력업체가 같이 한 것으로 이해하며, 검토는 KT가 1·2차를 진행했으나 그 부분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시스템에 지장을 주지 않고 이 오류를 미리 발견해 수정할 수 있는 가상의 테스트베드(시험공간)가 없었고, 지역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재했다고 과기부는 지적했다. 네트워크도 정상 연결된 채로 교체가 이뤄지는 바람에 전국 망이 위험에 노출됐다.
홍 정책관은 3년 전 KT 아현화재와 이번 장애의 차이에 대해 “당시에는 물리적·국지적 재난에 어떻게 대응할지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층위가 다른 시스템적 상황”이라며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장애가 나타난 것이고, 그에 한발 한발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KT에 대한 당국의 법적 제재 여부에 대해선 “이용자 고지 의무나 보상 이행 여부 등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장애로 인해 피해를 일으켰을 때 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