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찰리의 연감 : 오판의 심리학 <마지막편>
23. 헛소리 경향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은 언어라는 은총을 지니고 태어나 헛소리를 쏟아내고 지껄인다. 무언가 진지한 일을 하려 할수록 헛소리의 피해는 더 커진다. 어떤 사람은 엄청난 양의 헛소리를 해대고 어떤 사람은 거의 하지 않는다.
헛소리가 꿀벌에서 일으키는 문제를 보여준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꿀벌은 보통 밖으로 나가 꿀을 찾아 벌집으로 돌아와 다른 벌들에게 춤추는 방식으로 꿀이 있는 곳을 알려 준다. 그러면 다른 벌들이 그곳으로 날아가 꿀을 찾는다. 스키너와 같은 일부 영리한 과학자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꿀벌이 같은 행위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스키너는 꿀을 벌집 가까운 곳에 놓아두었다.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꿀이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불쌍한 꿀벌은 꿀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적절한 유전적 프로그램이 없었다. 당신은 어쩌면 이 꿀벌이 벌집으로 돌아가 조용히 구석으로 숨어들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꿀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꿀벌은 벌집으로 돌아가 비논리적인 춤을 추었다. 그리고 난 평생 그 꿀벌과 같은 사람들을 상대해왔다. 지혜로운 임원들이 중요한 업무에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쏟아내는 이러한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개소리 = 헛소리
눈치보다는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저명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공대 교수 한 명은 위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학교 행정의 주된 업무는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그 교수가 얘기한 일부분만을 인용하였다. 공대 교수와 비슷한 대화방식을 사용했던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반발에 고통 받았다. 많은 노력 끝에, 아주 조금은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공대 교수의 말을 인용한 이유는 그 교수와 비교하면 내가 조금 더 눈치 있어 보이길 바라는 나의 작은 희망 때문이다.
24. 근거 존중 경향
사람은 정확한 인식에 대한 자연적인 사랑과 그러한 작용에 대한 즐거움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선진문화일 경우에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 이는 십자말풀이, 다른 퍼즐, 그리고 브리지와 체스 칼럼을 비롯해 정신적 기술을 요구하는 모든 게임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러한 경향은 한 가지 명백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특히 교사가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가르칠 것에 대한 올바른 목적을 제시할 때 잘 배우도록 만든다. 그래서 명령을 내리기 전에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명령을 받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방법은 없다.
뛰어난 성능과 완전함을 갖춘 정유 공장을 설계한 칼 브라운보다 이것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의 독일식 회사에는 매우 간단한 규정이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해야만 하는지를 설명해야 했다. 만약 어떤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무언가를 하라는 지시를 하는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빠져 있다면 그 지시사항을 작성한 사람은 해고를 당할 수 있다. 왜냐하면, 브라운은 이유를 잘 제시해야만 지시사항이 가장 잘 이해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학습은 삶을 살아가는 내내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경험을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촘촘히 다듬을 때 가장 쉽게 이해되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왜’라는 질문은 정신적 삶의 주요한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열쇠(Rosetta Stone)’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로제타석의 주요내용
불행하게도 근거 존중 경향은 매우 강력하여 한 사람이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부정확한 이유를 제시할 때도 그의 명령과 요구를 따를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 심리학 실험에서 ‘복사할 게 있어요’라는 단순한 설명만으로 복사기 앞에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서 성공적인 새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잘 나타난다. 이러한 종류의 불행한 부산물은 근거를 중요시하는 인간의 습성에 기초한 조건반사이다. 그리고 광고업계와 사이비 단체에서 여러 가지의 허풍을 떠들어대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받을 자격이 없는 그들이 사람들을 현혹하여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것이다.
25. 롤라팔루자 경향 - 여러 심리적 경향이 합해져 상승효과를 얻는 경향
이 경향은 내가 살펴본 심리학책에서는 논리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지만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경향은 밀그램 실험의 과격한 결과는 물론 일부 사이비 단체가 사람들을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기법을 사용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현상을 설명한다. 파블로프가 노년기에 다루었던 개처럼 사람들도 각기 다른 감수성을 보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이비 단체의 압박감에 매우 쉽게 좀비처럼 변한다. 롤라팔루자 경향은 사이비 단체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주문, 예를 들어 ‘레드 썬’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찰리 멍거의 롤라팔루자 효과
과거 심리학 교재를 집필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무지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물리학이나 화학을 배운 신입생 중에서 왜 그 누구도 심리학적 경향이 어떻게 결합하고 또 무슨 효과를 내는지 생각해보지 않을까? 왜 심리학을 배우는 사람은 서로 얽힌 심리학적 경향의 복잡함을 공부하지 않고 그의 연구가 충분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과도하게 단순화된 알고리즘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보이는 부정적인 인지효과를 연구하면서 과도하게 단순화된 개념을 사용하는 교수보다 더 역설적인 것이 있을까?
난 몇 가지 잠정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 고인이 된 많은 교수는 대학교라는 주어진 환경 내에서 수행 가능한 한 번에 하나의 심리학적 경향을 목표로 하는 한정된 형태의 반복적인 심리학 실험을 통해 새로운 과학 분야를 창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초창기의 심리학 교수들은 그들의 주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커다란 실수를 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물리학이 (1) 물리학 실험실에서 실험할 수 없기에 전체 물리학을 배제하고 (2) 모든 복합 효과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창기의 심리학 교수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에 과도하게 제한적 접근 방식을 취한 것을 어떤 심리학적 경향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나의 후보는 제어하기 쉬운 데이터를 선호하는 것에 내재한 접근성 오판 경향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식의 제한은 결과적으로는 모든 문제를 망치 하나로 해결하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또 다른 후보는 잘못된 이해로 인해 이상한 형태로 물리학을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 초창기 심리학 교수들이 보여준 선망과 질투 경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은 선망과 질투 경향을 학술적인 심리학에서 빼낸 것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음.
나는 이제 이러한 모든 역사적 수수께끼를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에게 그 권리를 양도한다. 이것으로 내가 생각하는 심리학적 경향의 간략한 설명을 끝맺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