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삼성의 커스텀soc 사업과 비메모리 관련하여 잡설
삼성 커스텀soc 사업팀을 외부에서 처음 포착한 게 작년 2월입니다(전자신문발) 아마 내부적으로 조직은 19년 연말 때 만들어졌겠죠.
그 전에도 테슬라 2세대 FSD 칩은 삼성 엑시노스를 기반으로 테슬라 자체설계 NPU가 더해진 칩이라고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시스템LSI 사업부 내 커스텀 사업팀 출범에는 재밌는 일화도 복수의 언론을 통해 밝혀졌는데요. 페이스북의 VR/AR 커스텀 칩 수주전에서, 삼성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안의 ASIC 팀이 동시에 입찰하면서, 삼전 내 교통정리 차원에서 기존 파운드리 안의 ASIC 팀까지 더해서 출범했다고 하죠. 그래서 지금 사업팀장? 님도 원래 파운드리사업부에 있던 분이고요.
커스텀 칩 비즈니스를 위한 별도 사업팀 출범 이후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시스코, 아마존 등 다양한 떡밥이 나왔는데요. 이중에서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는 거의 확정적이고 나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건 아닙니다.
저는 이 커스텀 사업이라는 게 꽤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솔루션을 제공할 만한 회사는 삼성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In-house로 모든 칩을 설계하는 회사들(애플,하이실리콘 등)은 논외이고, 그 외에 고사양 soc를 설계하는 건 전부 팹리스들입니다(퀄컴,엔비디아,미디어텍,amd 등) 그런데 이런 회사들은 자사의 칩 사양을 어느 정도 요구사항을 맞춰서 set 회사에 제공하기는 하지만(대표적으로 콘솔용), 이건 결국 chip의 사양을 조정할 뿐, set 회사들이 필요한 ip만을 골라서 파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삼성 무선사업부에서 퀄컴에 모뎀이나 cpu는 필요없고 gpu ip만 달라고 하면 줄 리가 없죠. 그 모든 ip들이 다 더해져서 팹리스로서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것이고 칩 단위로 팔아야 더 비싼 값(혹은 제값)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애플의 경우는 워낙 큰 손이라 퀄컴한테서 모뎀만 별도로 받고 있습니다만 애플이야 모든 면에서 독보적인 고객사이고 또 모뎀은 예전에는 원래 별도였으니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케이스입니다.
심지어는 이런 커스텀 칩도 엔비디아와 닌텐도의 사례처럼 제대로 안 해주기도 하는 것 같구요;;
팹리스들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의사결정입니다. 칩을 팔아야 돈을 벌지 큰손 고객사들한테 ip만 쏙 빼먹혀서 자사 in-house로 넘어가도록 도와준다면 제발로 무덤을 파는 꼴이니까요.
여기서 유일한 예외가 삼성입니다. 물론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만 놓고 보면 퀄컴이나 엔비디아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죠. s.lsi 입장에서도 엑시노스 칩을 팔고 싶지 기반 설계와 ip만 제공하고 구글,페이스북,테슬라 같은 빅테크들이 자체 칩을 만드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s.lsi는 퀄컴,엔비디아와는 달리 삼성전자 안의 사업부일 뿐이고, 삼성전자 전사적으로 보면 독립 팹리스들과는 달리 커스텀 칩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강력한 이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생산, 파운드리죠. 삼성 s.lsi에서 설계하는 고사양 soc는 당연히 삼성 파운드리의 몫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s.lsi는 tsmc에 선단공정으로 칩 생산을 위탁한 적이 없으니까요. 지금 s.lsi가 외부 파운드리를 이용한다는 것도 gf나 umc에 ddi나 cis 같은 20나노 위의 레거시 제품들입니다.
쉽게 말해서 s.lsi가 사업부 단위의 이득을 희생하여(?) 여타 팹리스들이 제공할 수 없는 커스텀 칩을 수주해 오면, 삼성 전사적으로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통해 빅테크들을 고객으로 끌어올 수가 있는 겁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삼성만이 가능합니다. 팹리스들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살 깎아먹는 행위이고, 선단공정 파운드리의 유일한 경쟁사인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가 모토인 만큼 ASIC 서비스를 넘어서 삼성lsi와 같은 설계역량을 갖춘 인력과 조직이 없습니다.
삼성이 복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영위하기에 가능한 전략인 거죠.
물론 여기까지는 이론적인 가능성일 뿐인데요.. 최근 들려오는 뉴스들을 보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구글 픽셀이 삼성 커스텀soc 사업팀에서 설계하고 삼성 5나노에서 찍어내는 텐서 soc를 탑재한 픽셀6 시리즈를 출시했는데요. 사실 픽셀6의 물량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차후 구글이 하드웨어에서 자체 칩의 채용을 늘릴 정황이 다수 포착된다는 점이죠. 크롬북용 ap라든지, 스마트스피커 등등. 그리고 b2c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초거대 떡밥인 서버용 자체 arm cpu를 삼성에서 설계하고 생산한다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매출이 될 겁니다. 이게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텐서 soc의 구성을 보면 tpu나 security에 적잖은 다이 사이즈를 할당하고 있습니다. 서버에 들어가는 기술들이죠. 또 전자신문 단독이기는 하지만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용 칩도 같은 삼성의 솔루션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업팀 출범의 계기로 작용한 페이스북도 있습니다. 페북은 아예 sns 회사가 아닌 메타버스 회사로 변신하겠다며 사명까지 바꾼다는데, 며칠 전에 삼성 5나노로 vr용 칩셋을 양산을 시작했다는 전자신문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기존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을 사용한 오큘러스 퀘스트2 시리즈만 해도 백만 대 이상 판매된 흥행작인 만큼,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가 본격적으로 vr/ar 하드웨어 보급에 나서고,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 soc를 삼성에서 생산한다면 이것도 만만치 않은 매출이 발생하겠죠.
테슬라는 뭐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겠죠? fsd 칩이 한경 단독보도 대로 차세대까지 삼성 7나노라면,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을 감안하면 엔비디아 오린이나 웨이모용 칩보다 더 큰 매출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삼성에서도 커스텀 사업(을 가장한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의 가능성을 높이 봤는지 1명뿐이던 임원이 최근에 인사이동으로 5명으로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삼성 soc 사업은 엑시노스는 사실 이미 퀄컴이나 미디어텍, 애플 등과 실질적으로 경쟁하기는 어려운 사업인데, 선단공정 파운드리의 첫빠따는 결국 ap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커스텀 soc 사업을 눈여겨서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