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국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한 모든 정책과 활동을 '탄소제로'에 집중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에 상장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인 삼성, 신한, NH-아문디자산운용사 등은 ESG(환경·책임·지배구조) 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대체투자 수단으로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ETF 상품 4종을 상장했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별 상품을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과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은 'ICE Global Carbon Futures Index(Excess Return)'를 추종하며, 총보수는 각각 0.64%, 0.5%다.

신한자산운용이 출시한 ETF 2종은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ETF'와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다.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ETF는 전세계 탄소배출권의 대표 종목인 유럽 탄소배출권선물(EUA)에 투자하는 ETF로 추종지수는 ‘S&P GSCI Carbon Emission Allowances (EUA)’ 이다. 또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는 KRBN (KraneShares Global Carbon ETF)과 동일한 기초지수인 IHS Markit Global Carbon 지수를 추종한다.

지난해 7월 미국에 첫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인 KRBN은 현재 운용 규모가 7억1608만 달러까지 불었다. 올 들어 수익률은 50%를 넘었으며 지난 1년 수익률은 86%에 달한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이번에 상장하는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 ICE ETF는 탈 탄소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출시 준비중인 기후중립 ETF까지 ESG 정책에 부응하는 ETF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 유발 및 이를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각 기업은 의무적으로 할당 받은 배출권 범위 내에서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

급성장하는 탄소배출권시장...국내 6개 자산운용사 참여

국내 증시에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가 출시된 이유는 글로벌시장에서 친환경 분위기가 조성돼 탄소배출권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탄소배출 저감 노력에 가장 열심을 내고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곳은 EU(유럽연합)이다. EU는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초 25유로를 밑도는 선에서 거래되던 탄소배출권 선물 가은 최근 60유로를 넘어서며 1년 반 새 2배 이상 높아졌다.

탄소배출권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 투자자산과 상관성이 낮아 자산 배분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편입하기에 유리한 면이 있다. 또 보관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선물 투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롤오버'(만기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외에도 기타 다른 나라나 지역으로 배출권 가격 오름세가 장기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여러 지역의 배출권 가격에 투자하는 ETF가 긴 호흡으로 봤을 때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탄소배출권 ETF 외에도 탄소중립 ETF가 다음달 이후 잇달아 상장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삼성자산·신한자산·NH아문디자산·타임폴리오자산 등 6개 자산운용사는 기후변화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의 추가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