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반대한 회장님들 줄줄이 재선임…이사·감사 선임 반대 174건 중 부결은 고작 ‘7건’
[단독]국민연금이 반대한 회장님들 줄줄이 재선임…이사·감사 선임 반대 174건 중 부결은 고작 ‘7건’
김향미 기자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의 이사·감사 의결에서 174건의 반대 의견을 냈는데, 실제 부결된 건수는 7건(4%)에 그쳤다.
이사·감사 반대 의결권 행사는 공단이 직접 행사한 건이 100건, 위탁운영사가 행사한 건이 74건이었다. 이사·감사 선임 반대 사유는 장기연임(12.6%), 당해회사·계열회사·중요한 관계에 있는 회사의 전·현직 상근임직원(24.7%), 이사회 참석률 저조(8.6%), 과도한 겸임(17.8%), 감시의무 소홀(10.9%), 기타(25.3%) 등이었다. 이중 이사 선임 4건, 감사 선임 3건만 부결됐다.
연도별로 이사·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 대비 부결 비율을 보면 2017년과 2018년은 0.9%에 그쳤고, 2019년 6%로 높아졌다가 2020년 2.4%로 다시 낮아졌다.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가 도입되는 등 국민연금은 수탁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받은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기업의 인사 안건에 대해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올 3월 지분이 8.52%인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실사 미실시,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가 소홀해질 수 있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찬성률 82.84%로 재선임됐다. 지난해엔 10% 지분을 보유한 효성과 관련,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받은 조현준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조 회장은 70% 이상의 찬성률로 재선임됐다.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이 불거진 책임을 물어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사외이사에 대해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이 역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재계에선 총수 일가나 현 경영진의 우호 지분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만 낼 뿐 그 이상의 역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영인 의원은 “국민연금은 수탁기관으로서 책임투자 전반에 관한 프로세스를 돌아보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다른 기관투자자의 투자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