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한국 신용등급·전망 ‘AA-, 안정적’ 유지···빠른 고령화에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
피치, 한국 신용등급·전망 ‘AA-, 안정적’ 유지···빠른 고령화에 잠재성장률 하향 조정
안광호 기자 [email protected]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각각 유지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이후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됐지만, 하반기엔 원활한 백신 보급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대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빠른 고령화와 국가채무 증가는 향후 경제성장과 재정운용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는 피치가 한국의 강한 대외건전성, 경제 회복력, 양호한 재정여력과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고령화 등을 반영해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고 22일 전했다. 피치는 코로나19 이후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미국 등 18개 주요국 등급이나 전망은 하향 조정했으나 한국에 대한 평가는 역대 최고 등급인 AA-를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이번 평가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라 거리 두기가 강화됐으나, 백신 보급 가속화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에 힘입어 소비회복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3.0%로 예상했다.
피치는 그러나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가 향후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잠재성장률을 기존 2.5%에서 0.2%포인트 낮춘 2.3%로 조정했다. 국내 주민등록인구 중 60대 인구 비중은 2008년 8%에서 2013년 8.7%, 지난해 13%까지 오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6월말 기준 0.5%포인트 증가하며 처음으로 20대 인구(13.1%)를 넘어섰다. 피치는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 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위험의 향후 전개는 재정지출에 따른 생산성 및 잠재성장률 제고 효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차 추경을 반영한 한국의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 수준이다. 정부 구상대로 2차 추경에서 2조원을 상환하면 국가채무는 963조9000억원으로 줄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2%에서 47.2%로 1%포인트 감소한다.
피치는 아울러 “저금리와 주택공급 부족 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가계·기업 건전성, 정책대응 등으로 그에 따른 위험은 비교적 잘 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외교적으로 진전을 못 보고는 있지만 당분간 지정학적 갈등도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이후 피치가 주요 선진국의 등급 또는 전망을 하향조정했고, 또 하향된 주요국 등급과 전망이 지금까지 대부분 회복되지 않았음을 고려했을 때 이번 평가결과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