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계열분리와 LX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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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계열분리와 LX홀딩스

투정어리 7 4902

방금 삼성물산에 대해 썼습니다.

기업인에 대한 호불호와 돈은 별개의 것입니다.


저도 이재용을 좋아하진 않지만 돈은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용보다 더 비호인 사람은 한진칼 일가입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러니저러니해도 대한민국 1위의 국적항공사이고, 경영권 분쟁 당시 시총은 2조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돈 벌 기회는 충분했고, 당연히 투자자로서는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LX홀딩스는 최근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지주사입니다.

LG는 오래 전부터 지주회사 체계를 유지했습니다.


엄청나게 안 오른 것으로 유명하죠.

지금도 10만원이 안 되는데, 쭉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도 서브프라임 사태 전에 8만원 중반이었으니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말이 안 되는 건 LX홀딩스입니다.

인적분할은 그야말로 주주는 그대로 있고 주식만 쪼개지는 것이기 때문에 원리적으로는 주가에 변동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주가 A회사의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는데

A회사가 A와 A`로 50:50 쪼개지고 그 주주는 원래의 주식 100주가 A회사 주식 50주, A`회사 주식 50주로 바뀌는 식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인적분할하면서 주가가 변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인적분할 대주주가 상속을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고, 대주주가 중요한 지주회사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는


사업회사의 가치는 높이고, 지주회사의 가치를 낮춘 다음

자신이 가진 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출자하는 대가로 지주회사의 주식을 왕창받아


지분을 크게 늘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LG, LX 인적분할은 이런 이유의 인적분할이 아닙니다.


구광모가 장자승계?라는 조선시대적 법칙에 따라 LG그룹을 4세 승계하면서

사실상 그 동안 LG그룹의 수장 노릇을 했던 구본준이 떨어져 독립경영을 하려는 목적의 인적분할입니다.


그러므로 굳이 어떤 회사의 가치를 낮추고 어떤 회사의 가치를 높일 이유가 없습니다.

LG와 LX의 분할 비율은 91:9였습니다.


만약 구 LG의 주식 100을 가진 주주가 있다면

그냥 LG주식 91, LX주식 9로 바뀌고 끝나는 식입니다.


다만 LX는 분할 과정에서 5대 1의 액면분할을 하였습니다.

분할 전의 LG 주가가 대략 10만원 남짓이었는데(10만원 넘었지만 계산의 편의상 10만원으로 합니다)


5대1의 액분을 하였기 때문에 이론상 LX의 주가는 2만원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X의 주가는 분할 후 급락해 지금은 11,000원도 안 됩니다.


시총으로 따지면 8,000억 남짓되는 아담한? 규모로 바뀌었습니다.

91:9의 인적분할이더라도 국내 3~4위권의 LG그룹에서 분사한 것입니다.


LX그룹의 자산총계도 8조원이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8,000억의 시총은 말이 안 되죠.


조엘 그린브랏트는 특수상황 투자를 다른 책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인적분할에서 투자자들은 대부분 LG전자나 LG화학, LG생활건강의 미래를 보고 LG에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하면 불필요한 LX주식은 기계적으로 파는 속성이 있다고요.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내부기준이나 투자전략 등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본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릅니다.


조카가 승계해서 나와야 하는 입장이지만,

10년 넘게 사실상 총수 노릇을 했다면 어떤 기업을 챙겨 나올까요?


당연히 알짜 기업들을 챙겨나오게 됩니다.

구본준 회장이 챙겨나온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윅스이 알짜기업들입니다.


이중 LG상사와 실크론웍스가 특히 알짜입니다.

LG상사, 현재는 LX인터내셔널로 바뀐 이 회사는 다음에 따로 글을 쓰기로 하고요.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구동칩이라는 걸 만듭니다.

공장을 가지지 않고 설계를 하는 기업이고, 흔히 생각하는 퀄컴이나 엔디비아 같은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LG전자의 디스플레이 구동칩 뿐만 아니라 

다수 수요자들에게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만들기 때문에 수요가 탄탄하고 이익율도 높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높고, TV나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인 평가입니다.

LG디스플레이처럼 공장을 두는 기업은 많은 시설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런 팹리스는 자본이 가볍습니다.

망할 염려도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때문인지 현재 시총은 2조원에 육박합니다.

LX홀딩스의 지분은 33%이기 때문에 이것만 하더라도 대략 6~7천억원의 가치입니다.


LX홀딩스 시총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LG하우시스는 건자재 회사입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로 하고 있습니다.

건자재는 건축시장의 성장에 따라 성장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인테리어 시장도 뜨겁습니다.

당연히 LG하우시스의 건자재도 인기가 높습니다.


LG하우시스의 시총은 9000억 정도입니다.

LX홀딩스의 지분은 이 중 33% 정도이므로 대략 지분가치는 3000억 정도입니다.


LG하우시스, 실리콘윅스만 하더라도 시총을 넘는 가치가 설명됩니다.

여기에 LG상사, 현재는 LX인터내셔널은 큰 이익이 얘상됩니다.


아마 흔히 이야기하는 PER등의 기준으로 볼 때 LX홀딩스는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분할된지 얼마 안 되어 제대로 된 분반기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반기보고서가 나오면 그제야 감을 잡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구광모와 구본준은 올해 안에 지분을 교환하는 이벤트를 벌일 것입니다.


조카와 삼촌의 사이는 당연히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총수 일가를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구본준은 실질적으로 오랜 기간 LG그룹 총수 역할을 했고, 어르신은 어르신입니다.

현재도 LG의 지분 7.72%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LG지분을 조금만 구광모에게 넘기더라도 구광모가 가진 LX홀딩스 지분을 다 사올 수 있습니다.

구본준 입장에서 최대한 싸게 (분명 사이도 안 좋을) 구광모의 LX홀딩스 지분을 넘겨오면 좋겠지만


그래도 어르신께서 그렇게 야박하게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구광모도 구광모지만, 얽히고 설킨 LG그룹의 다른 구씨 일가 대주주들도 낮은 주가를 원할 것 같지 않습니다.


설령 야박할 정도로 주가가 낮다고 하더라도

구분준과 구광모의 지분이 교환되는 이벤트는 분명 발생할 것입니다.


시장이 주목하면 어떤 이유로든지 간에 주가는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한때 재계 3~4위의 LG그룹의 사실상 수장이었던 구본준이 시총 8,000억 수준의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게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본인의 자존심 때문이라도 규모를 키우려 노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엘 그린브랏트의 특수상황 책을 보면 이런 인적분할에서 1~2년 후 2~3배, 혹은 그 이상의 이익이 발생하는 여러 상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번이 한국에서 그런 전형적인 케이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7 Comments
그대는나의 2021.07.22 01:30  
실리콘웍스로 5에 사서 10에 팔어 따블 먹기는 했는데요 실리콘웍스 자체가 탄탄한 애가 아니어요 재무제표 보면 알겠지만 lg디플 적자나오면 cr엄청나게 당해서 이익 팍팍 줄어드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전장같은데 들어간다지만 lg전자에 납품하는것입니다 엔비디아같이 시장을 장악하는게 아니라 그냥 납품하는 "을'이어요 진짜 핵심은 lgmma입니다. 지금은 lxmma이겠군요 여기가 진짜 좋은 기업이어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구본준은 주식 다 팔것입니다. 구광모쪽에서 인수하게 될것이어요
그대는나의 2021.07.22 01:30  
그리고 lg그룹에서 분할한쪽은 다 지주회사 lg지분은 정리했습니다.
대왕곰돌 2021.07.22 01:30  
실리콘웍스로 재미 많이 보고 있는데 (요즘 사명도 바뀌었더군요) LX홀딩스에 이런 얘기가 있었군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네코야시키 2021.07.22 01:30  
이러니 능력보다는 혈연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한국 대기업의 주식을 멀리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이 전문경영인에게 지휘를 맡기는 미국 주식을 가까이에...
공부맨 2021.07.22 01:30  
91대 9로 분할한것이 자산기준으로 분할한것이라 Lx가 본래 2만원짜리가 아닙니다... 고PBR 회사는 LG가 가지고 있어요 특히 엘화랑 생건이요
역발 2021.07.22 01:30  
f&f 홀딩스에 데어서 지주사라면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갑니다 ㄷㄷㄷ
타르트 2021.07.22 01:30  
lx는 이름부터 이미있는 공기업 뺏어쓴 양아치스러워서 별로지만 글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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