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투자와 상속, 그리고 LG
안녕하세요.
어쩌다보니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분석글은 분석글입니다.
분석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록 우리나라의 투자 문화가 성숙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수년 전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는 이런 큰 회사 말고도 작은 기업들도 많이 분석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악플이 많더군요.
이런 회사는 절대 안 오른다. 대주주가 나빠서 안 된다. 사양산업이다. 등등.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두 다 올랐습니다.
제가 손절한 종목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왜 하방이 뚫린 종목, 고 PBR인 종목, 부채가 많은 종목, 스토리만 있지 실체는 없는 종목에 투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주식은 국내 주식만의 문제지만, 해외로 나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개인 투자자 하나하나가 모이면 대한민국 투자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부를 가지고 있는 대표선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투자자가 잘못하여 손실을 입으면, 결국 대한민국의 국부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더 논쟁하고, 더 공부하고, 그래서 더 실력을 키우고, 해외에서도 돈을 벌어왔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주회사를 좋아합니다.
지주회사는 잘 망하지 않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망하는 회사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큰 장점이 됩니다.
지주회사는 오너들이 들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회사를 버리더라도 지주회사는 살립니다.
한진중공업이 망해도 유수홀딩스는 살아남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의 개입으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살았지만,
대한항공이 망했다고 하더라도 한진칼은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보면 송현동 토지 등 알짜자산은 모두 지주회사로 올러 두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200%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기도 합니다.
아무 지주회사나 투자하라는 게 아닙니다.
대체로 상속이 끝나고, 추가적으로 소액주주 지분가치의 침탈 염려가 적은 지주회사를 골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전의 구 삼성물산은 상속도 끝나지 않았고,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시켜 이재용의 부를 늘리고, 소액주주들의 부를 가로채려는 시도가 예상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SK의 경우도 최태원이 많은 지분을 가진 SK C&C와 SK가 합병하기 전, SK는 투자를 고려할만한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정권의 비호든 뭐든 어쨌든 합병은 되었고, SK에 대한 최태원의 적은 지분, 높은 상속세, 비교적 젊은 나이, 이혼 등의 이유로 승계가 당장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배구조나 시장의 감시감독이 투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먼 미래의 승계나 소수주주 지분탈취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현대자동차나 한화 등과 같이 승계가 완성되지 않았고, 지분도 복잡한 상태라면 두려울 뿐입니다.
지주회사에서 소액주주가 가장 부를 많이 잃는 단계는 인적분할이 되고 나서 현물출자가 완성되기 전의 단계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는 저평가가 사업회사는 고평가가 유도되곤 합니다.
꼭 대주주가 유도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주주들은 훈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는 팔고 도망치고, 사업회사의 주식을 사서 대주주와 같은 편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일종의 자기실현적 예언과 같은 상황으로, 자연히 지주회사를 투자한 사람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LG는 지주회사 전환을 엄청 일찍한 경우입니다.
이후 구광모 현재 회장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장자승게를 한다고 하면서 지분을 조금씩 사 모았는데,
이런 상항에서는 대주주가 싼 값이 지분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꼭 지분을 늘리지 않더라도 상속 전에는 주가가 싸고 덕분에 상속재산의 가액이 낮게 평가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주가가 낮은 것이 좋습니다.
다행인지? 구본무 회장이 별세를 했고, 상속재산의 평가 기간도 끝났습니다.
삼성물산을 상속 전과 상속 후로 나누어 보아야 하고 상속 후의 삼성물산을 다른 회사로 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LG역시 상속 전과 후로 나누어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LG는 아래 글에도 적었듯이 2007년 이후 주가가 만원 올랐습니다.
1년 동안 만원 오르는 회사라... 이게 말이 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주주들이 피와 눈물을 흘렸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사이 LG는 괄목상대하게 변했습니다.
LG의 자산규모는 150조원이 넘습니다.
LG화학은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배터리 회사이고, LG생활건강 역시 지속적인 성장으로 기끔을 주고 있습니다.
LG전자 또한 적자를 보던 휴대전화 사업을 벌이고 사상최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또한 손해를 보기 어려운 과점적 이동통신사입니다.
이들 기업에 대한 LG의 지분가치를 더하면 대략 40조가 넘게 나옵니다.
지주회사의 지분은 경영권 지분이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 마땅하지만, 전혀 프리미엄을 주지 않더라도 그 정도 됩니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나 전장사업과 같이 차세대 성장산업에도 확실히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LG그룹 전체가 성장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그 반대의 가능성이 높을까요?
덕분인지 지주회사 LG 스스로도 1분기 영업이익이 1조를 찍었습니다. 순이익도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이런 실적이 2~4분기에도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영업이익을 3조, 순이익을 2.5조로 예상하더라도
현재 LG의 시총 15조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PER이 7이고, PBR은 1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상속이 발생하면 좋은 것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배당을 늘리거나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좋습니다.
LG는 2,000원, 2,200원, 2,500원 식으로 계속해서 배당을 늘려오고 있습니다.
꼭 상속세 재원 마련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ESG 경영이 트랜드가 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배당을 구조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LG나 SK 정도 되는 대기업의 경우는 보는 눈이 많아서라도 마음대로 이익이 느는데도 배당을 동결하거나 줄이는 게 어렵습니다.
현재 LG의 주가는 10만원이 안 됩니다.
배당이 2,500원에서 동결이 되더라도 은행 이자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하지만 배당이 꾸준히 증액되고 있다면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맞습니다.
주식투자는 기본적으로 시세차익을 보는 것이지 배당을 보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당은 적어도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방은 막히고 상방은 열리는 상황.
그런 포지션을 추구하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LG에 대한 투자 역시 미래가 밝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잃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중고장터에 글을 쓸 정도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한 기업마다 길게 글을 쓴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드는데,
다음에는 간격을 두고 좀 더 컴팩트하게 분석글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