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년 투자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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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년 투자 성장기

웃긴놈 0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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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참 지난 1년이 엄청나게 다이 나믹했습니다.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했고, 이제 좀 쉬어야겠습니다.


나름 치열하게 앞으로 유망한 것이 무엇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

고민하며 달려온 나를 위해서 휴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물론 남들처럼 2억 씩 집값이 오르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나름 이 상승의 파도 위에서 '마음 편한 투자법'을 찾기 위해서 애써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빚투 영끌로 시작했습니다. 1억을 빌렸습니다..

사실 시작할 때는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지방에 월세 투자한 집값이 많이 떨어질 때였습니다. 그래서 집값은 떨어지지, 세입자는 안 들어오지. 월세 줄 집을 사려고 통장에서 4,500만원을 떼어다가 바쳤는데, 집값이 3000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가족들은 '거봐라. 내가 뭐랬냐'면서 저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쉬고 구박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처분하라고 말이죠. 그래도

'에휴, 월세 나오는 거 부모님 용돈이라도 드리는 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하고 가만히 갖고 있기로 했습니다. 부모님 가난하셔서 노후자금도 한 푼도 없는 걸 알거든요. 사실 마음 한 편으로는, '아, 저 월세가 내가 가져야 할 건데....' 라면서 속 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안 사정이 이런 걸 어떻게 할까요? 타고난 삶을 어떻게 바꿀 순 없잖아요.


월세 놓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세입자가 한 명 나가면 집이 엄청 낡아보입니다. 그래서 다시 화장실도 새로 리모델링하고, 벽지랑 도배도 새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리모델링 하는 동안에는 집이 나가지도 않으니 관리비 지출이 죄다 제 부담입니다. 속으로 욕을 하면서 지출을 어떻게든 줄이고자 직접 고생해서 화장실 타일도 직접 깔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허리를 다쳤습니다. 그래서 엉금엉금 기어가며 한여름에 뻘뻘 땀 흘려가며 3,4일이면 될 일을 3주나 들여서 겨우 마무리했습니다.

13년간 쉬지 않고 근무한 제 계좌에는 3,000만원만 달랑 있었습니다. 아파트 산다고 4,500만원을 들여놓고 월세는 부모님 드리고, 집값은 3000만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습니다. 완전 투자 실패죠.

총 자산 6000만원. 정말 초라했습니다. 지난 13년간 일해온 것 치고 너무 가난했습니다. 1년에 1000만원만 저축했어도 1억 3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이것저것 지출로 나간 것도 너무 아쉬웠고, 20대엔 어린 친구들이랑 운동 한답시고 뛰어놀고, 술이나 쳐먹고.... 그렇게 끈끈하다고 생각한 우정이란 게 하찮은 일에 다 떨어져 나가고 완전히 혼자가 되버린 35살이었습니다.

꽤 오래 우울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4월. 그래서 마음먹고 1억 빚을 졌습니다. 부모님께 절대로 빚은 지지 말라는 말을 들어왔던 터라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도 안 드리고 몰래 빚을 졌습니다. 처음으로 부모님 몰래 나쁜 짓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한창 독서에 빠져있던 터라 한 주에 책을 10권씩 해치울 때였습니다. 그때 마침 부의 추월차선, 레버리지, 부자의 그릇,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 등등의 자기계발서도 꽤 읽었습니다. 돈키호테가 기사소설을 읽고 미쳐서 기사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처럼 무모한 짓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늘 이렇게 의욕만 앞서고 늘 현실에 나가면 깨지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통장계좌에 1억이 찍혔습니다. 통장에서 계좌로 한 번에 옮길 수 없어서 매일 3000만원씩 4일에 걸쳐서 돈을 나눠서 넣었습니다. 그때가 2020년 4월이었습니다.

한국은 벌써 코로나로 인한 완전한 공포가 서서히 풀려가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경기가 좀 나아지나? 했을 무렵이라 한국 시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미국에서는 하루에도 수만명씩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이거다!'

저는 워렌버핏이 버렸다는 델타항공 주식이 더 바닥을 치는 걸 보고 조금씩 사 모았습니다. 남들이 거들떠도 안 본다는 유가 연동 etf도 샀습니다. 1억 3000만원. 내 계좌의 현금은 그렇게 조금씩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주식들이 나중에 돈을 물어다 주는 지니가 되길 바라며....

6월이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남들이 다 하지 말라는 etn에 2000만원을 넣었습니다.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할 때 하는 게 진정한 투자' 라는 신조로 말이죠. 하지만 초보가 뭘 알까요?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430원에 처음 샀습니다. 그러자 주가가 400원에서 350원으로 밀리더니 270원까지 주르륵 밀렸습니다. 2천만원이 1500만원, 1400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식은땀이 났습니다. 손해를 보고 팔 것인가? 아니면 유지하고 기다릴 것인가? 저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더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오르겠지? 그런데 혹시... 만약에 아예 상장 폐지가 되면 어쩌지? 이런 불안감이 자꾸 저를 붙잡았습니다.

결국 두 달을 버티다가 저는 350원 언저리에서 손해를 보고 주식을 조금 팔아버렸습니다. 그때 '어차피 오를 것' 이라는 확신보다는 걱정이 너무 앞섰습니다. 1억 3000만원의 15프로에 가까운 금액을 변동성이 큰 etn에 넣었으니 당연히 멘탈도 바사삭 부서질 수밖에요. 근무를 하다가도 화장실에 가서 계속해서 주식 창을 열어보고, 또 열어봤습니다. 자꾸 초조해졌습니다.

마음고생을 오래 했습니다. 도저히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그러다가 유가가 많이 올라왔다고 느낀게 2020년 12월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유가 주식을 조금 이득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날도 있었습니다. 약 370원 정도에 샀던 etn이 갑자기 450원으로 치솟아서 수익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번 -400만원씩 찍히다가 +30만원이 찍혔습니다. 저는 겁이 나서 주식을 일부 팔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매도 창을 열어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매도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에 갑자기 유가 etn이 550원까지 올랐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박!'

저는 신이 나서 주식 창을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나의 주식 란에 etn 주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간거지? 아는 형한테 물어봤습니다.

-형, 사 놓은 주식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에이 그럴리가.


-진짜에요. 진짜 없어졌어요.

전화를 끊고 저는 거래내역을 쳐다봤습니다. 이럴수가. 1000만원 어치 주식을 이미 전량매도해 버린 것입니다. 초보적인 실수였습니다. 제대로 물량을 얼마나 팔았는지 확인도 안하고 그냥 매도를 누른 바람에 전량매도가 되버린 겁니다. 그런 쓰디쓴 실수를 하고 나자 etn가격은 더이상 사기 불안할 정도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올라서 벌써 800원이 넘었습니다. 그때 만약 가만히 기다렸더라면 알아서 2배는 먹었을 주식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하며 나름대로의 밸런스를 잡아갔습니다. 소액으로 가만히 묵혀뒀던 네이버는 4배로 올라줬고, 정말 잘될 것 같다고 믿었던 시공테크는 삽질을 계속 했습니다.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던 샤오미는 효자종목이 되어 치솟았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다보니 주식창을 보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굳이 사거나 팔지 않은 채로 오르면 기분이 좋았고, 떨어져도 그저 그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자산도 천천히 늘었습니다. 많으면 한 달에 500만원. 적게는 100만원식 꾸준히 늘더라구요.

월세를 놓았던 아파트도 좋은 소식이 생겼습니다. 재건축 바람이 불어 3000만원이던 집값도 70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수도권 투자수요가 지방에까지 불어온 것이죠.

그러다 올해 6월이 되자 몹시 불안해졌습니다. 수익을 꽤 보았는데, 주식 비중이 너무 높았습니다. 90프로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때 뉴스에서는 금리인상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했습니다. 지난 1년간 주식에 신경 쓰며 머리도 좀 정신이 없었고 해서 이제 주식창 쳐다보는 것도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대폭 정리하고 현금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억을 딱 찍으면 정리하려고 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난 4월에 시작한 모험이, 저에게 꽤나 많은 도전과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1억 3000만원으로 시작한 자산이 1억 9500만원까지 성장하는 동안 저는 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워렌버핏을 보며 '공부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성공하는 사람'임을 배웠고, 책에 하는 투자는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아직은 아니다.'라고 외치는 지금 시기에도 저는 혼자서 주식에서 돈을 빼서 현금을 보유하려고 합니다.

사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아쉽습니다. 엄청 아쉬운 일은 저번 주에 일어났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사모은 주식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갑자기 두 배가 뛰었습니다. 저는 '이건 기회다!'라고 생각해서 바로 팔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다시 차트를 보니 글쎄 그 주식이 또 두 배가 올라 있었습니다.

'만약에 내가 그 때 팔지 않았더라면...'

그러자 가슴과 손끝에 전기가 찌릿 흘렀습니다. 주식 상한가를 칠 때의 그 기분이 확 들었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탐욕으로 번뜩거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해 가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잊자. 잊어. 너는 그 나라 현지인도 아니고, 그저 운이 좋아서 오른 거잖아. 운이 좋아서 오른 거, 운이 나쁘면 떨어질 수 있는거야. 너는 상승한 운을 현금으로 붙잡은 사람이야. 물론 500만원이 2000만원으로 오르면 더 신이 나겠지. 하지만, 거꾸로 2000만원을 넣으면 500만원으로 줄어들 수도 있는 주식인 거야. 그런 주식에 너무 마음쓰지 말자. 앞으로 두 달간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주식이다.'

결국 승리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란 말로 마음을 또 다잡습니다.

"한 방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보다는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사람이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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