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살려주식시오” - `빚투의 결말` 주식중독 정신과 의사의 고해성사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스산하다. 초등학생까지 증권 계좌를 트게 했던 주식 열풍이 남기고 간 자리도 그러하다. 2030세대에게 환희와 절망을 안겼던 비트코인은 어떠한가.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는 시세표에 잠 못 이루는 밤도 많았다. 이쯤 해서 여름철 휴가를 빌미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책 제목부터가 뜨끔하다. '살려주식시오'. 주식 중독에 빠진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다. 10번의 좌절 끝에 찾아낸 주식 투자 심리의 법칙이 담겨 있다. 투자는 역시 심리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말해준다.
시작은 달콤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저자는 10년 전 서른 한 살의 창창한 젊은이였다. 세후 월급도 넉넉했다. 결혼 전인 만큼 무서울 게 없었다. 2000만원으로 시작한 투자로 한 달에 1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리자 마이너스통장까지 개설해 총 8000만원을 주식 투자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뿔싸. 김정일 사망에 주식 계좌가 이틀 만에 -17%를 찍자 그는 서둘러 손절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가 반등했다. 이성을 잃은 그에게 남은 돈은 6800만원. 그는 SK이노베이션 한 종목에 몽땅 돈을 넣었다가 오너 일가 사태로 19만원에 샀던 주가가 결국엔 8만원으로 주저앉는다. 상장폐지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그는 주식 계좌에 2500만원이 찍혔을 때 모든 주식을 매도한다. 그렇게 주식과는 영영 이별을 고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반등해 13만원을 뚫자 그의 평정심은 다시 무너진다. 의사면허증을 맡기고 마이너스통장 1억원까지 빌려 판돈을 3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몇 개월 새 투자금은 다시 반 토막이 났다. 주식 중독자에게 날아온 것은 우울증 진단과 해고 통지였다.
저자가 결국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한곳에 올인하지 않고 빚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식 투자는 결국 멘탈 싸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