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호주 4분의 1에 불과한 한국 연금자산 수익률 제고 급하다
한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도 너무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2019년 평균 수익률이 2.27%에 불과했다. 미국(9.49%)과 호주(8.87%)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수익률이 낮으니 쌓아둔 연금자산 역시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1일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2021 매경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 "50대 직장인의 평균 사적 연금 자산이 미국과 호주는 2억원이 넘는데 한국은 5100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런 푼돈 수준의 돈으로 노후를 준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가 시급하다.
한국이 호주와 비슷한 8.6%의 수익률만 올릴 수 있다면 평범한 직장인도 '연금 자산 10억원'을 마련해 65세에 은퇴할 수 있다고 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계산에 따르면 28세에 초봉이 2964만원, 임금 인상률은 2.6%인 직장에 취직해 임금의 8.3%를 퇴직연금에 적립하면 10억원의 연금 자산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연금까지 더하면 직장인들 다수가 노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퇴직연금의 90%가 수익률 1%대의 원리금 보장상품에서 잠자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잘못된 투자로 노후 대비의 기회를 걷어차고 있는 꼴이다. 퇴직연금도 미국·호주처럼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늘려야 합리적 수준의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 차제에 개인이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는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DC형 상품 역시 80% 이상이 수익률 낮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투자되는 게 현실이다. '디폴트 옵션'을 통해 근로자가 사전 약정한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한다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43.4%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0년에는 국민 3명 중 1명꼴로 65세 이상 노인이 될 거라고 한다. 노인 빈곤이 국가적 재앙이 되지 않게 막으려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