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중산층 공공임대 놓고…“전세난 해결” “저소득층 물량도 부족”
중산층 공공임대 놓고…“전세난 해결” “저소득층 물량도 부족”
김희진 기자 [email protected]
16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계획 중인 ‘중산층 공공임대’의 골자는 영구,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유형을 하나로 합치는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에 중산층도 거주할 수 있도록 전용면적을 기존 60㎡에서 85㎡까지 늘리는 것이다. 입주자격도 기준 중위소득 130%에서 140~1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 여건에 따라 중산층 공공임대 물량 수준을 정하고, 소득기준에 따라 우선공급(100% 이하)과 일반공급 물량을 구분하는 안 등을 계획 중이다.
중산층 공공임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공공임대주택을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며 급물살을 탔다. 공급 대상을 중산층까지 넓혀 공공임대를 둘러싼 고정관념을 없애고, 주택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공임대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저소득층에게 우선 돌아가야 할 공공임대 물량 자체도 부족한데, 민간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에까지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건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임대 등을 제외하면 실제 공공이 소유하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취약가구 수요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부족한 현실”이라며 “중산층 공공임대는 공공임대주택의 체계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저소득층 몫이 줄어들지 않기 위해선 공공임대 물량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이 같은 정책을 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주택정책은 과거부터 취약한 이들의 몫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전세난 해결책의 하나로 중산층 공공임대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선 중산층 공공임대가 민간 임대 수요를 끌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현재 중위소득 100~130% 입주자는 임대료율을 시세 대비 80%로 책정토록 계획됐다. 중위소득 130% 이상 중산층은 시세 대비 90%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공공임대 품질과 임대료 등이 중산층 선호를 만족시켜 시중의 전세 수요를 크게 끌어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형통합’ 자체는 입주자격과 임대료 수준이 제각각이던 공공임대 유형을 하나로 합치고, 임대료 책정 과정에서 형평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한편에선 임대료 수준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세가 아닌 소득에 연동한 임대료’를 내세우고 있으나, 임대료율을 소득별로 차등하되 여전히 ‘시세 대비’로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 주변 공공임대는 시세가 높고,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될 가능성이 커 공공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정부는 통합 대기자명부 도입도 함께 추진 중이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자명부 도입에선 어떤 가치를 반영해 줄을 세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어떻게 하면 수급 불일치를 해소할지 등을 두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