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규제 경계선’ 대기업 계열사 내부거래, 전체 평균의 2배
‘규제 경계선’ 대기업 계열사 내부거래, 전체 평균의 2배
박광연 기자 [email protected]
일감 몰아주기 규제 경계선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대기업 평균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2세가 지분을 20% 이상 가진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의 1.6배 수준이었다.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큰 상황에서 규제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이러한 내용의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자산 5조원 이상 64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1955개 계열사들이 같은 집단 소속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과 매출액 대비 거래액 비중 등을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조사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자체는 불법은 아니나, 총수일가 사익을 위해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부당 내부거래는 제재 대상이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이 사익편취 규제 기준(30%)에 살짝 못 미쳐 규제를 회피하는 상장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총수일가가 29% 이상~30% 미만 지분을 가진 5개 상장사(현대글로비스·(주)LG·KCC건설·코리아오토글라스·태영건설)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23.1%)은 전체 계열사 평균(12.2%)의 2배에 달했다. (주)LG(43.70%)가 가장 컸고 태영건설(38.55%), 현대글로비스(21.57%) 등의 순이었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 경계선 주변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현격히 높다”며 “규제 사각지대에서의 사익편취를 감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들 회사가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한 자회사를 새로 규제한다. 법 개정 시 규제대상 회사는 올해 5월 기준 210개에서 591개로 늘어난다.
총수 2세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계열사들이 내부거래를 많이 했다.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2세 지분이 20% 이상인 73개 계열사(19.1%)가 20% 미만 계열사 1722개(12.3%)의 1.6배였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 2세 지분이 많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 자금을 확보한 편법 승계 사례가 과거 있었다”며 “총수 2세 지분이 많은 계열사들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승계작업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집단 전체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총액(196조7000억원)은 전년보다 1조1000억원 줄었다.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12.2%)은 지난해와 같았다. 공정위는 “최근 5년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비중이 12%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사익편취 규제가 본격 시행된 2015년 이후 여전히 일감나누기 문화가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14.1%)은 0.2%포인트 되레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한 부당 내부거래 감시·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 성 과장은 “사후 감시체제가 없었다면 경제력 집중이 더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공정위 제재가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동기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